수에즈운하 항행 가능...“후폭풍 만만치 않을 듯”
수에즈운하 항행 가능...“후폭풍 만만치 않을 듯”
  • 임준혁 기자
  • 승인 2021.03.31 17:55
  • 수정 2021.03.31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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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 6일만에 통행 재개, 발묶인 선박 453척 통과 일주일 걸릴 듯
“병목 현상으로 유럽 항만 체선‧체화 심화”...연관 제조업 손해우려
책임 소재 놓고 장기간 논란 예상...HMM은 4척 희망봉 우회 운항
[출처=로이터]
[출처=로이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좌초로 통행이 중단됐던 이집트 수에즈운하가 6일 만에 정상화됐지만 후폭풍이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운하 일대에 발이 묶였던 배들이 한꺼번에 풀려나 곳곳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서다.

31일 AP통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수에즈운하는 남쪽에서 좌초된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를 이동시키고 양방향 항행을 재개했다.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30일 아침까지 113척의 선박이 통과하고 나흘 안에 통행 체증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장은 이날 “인근 대기 선박이 빠질 때까지 사흘 반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수에즈운하 양방향에서 발이 묶인 선박은 453척에 달한다. 시장조사기업 레피니티브는 “선박 통항이 정리되기까지 열흘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기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순조롭게 통과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인한 물류 운송 차질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에즈운하 대기 선박이 빠져나간다고 해서 곧바로 물류망이 정상화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해운 선사들은 화물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일제히 선박 운항 속도 경쟁을 벌이다가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2위 해운선사인 스위스 MSC의 캐롤라인 베카르트 수석부사장은 “며칠간 닫혔던 뱃길이 열려 각 항만에 도착하는 선박이 급증할 것”이라며 “새로운 물류 혼잡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랄레흐 칼릴리 퀸매리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31일 미 NBC방송에 출연, “예상치 않은 일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일주일 안에 대기 선박이 모두 통과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많은 선박이 한꺼번에 몰리게 된 유럽의 항만이 혼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항만의 체선‧체화현상 심화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특히 유럽 양대 항만 도시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이나 벨기에 앤트워프에 한꺼번에 몰려든 선박들이 화물을 내리려 하면서 혼잡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인한 물류 공급망(Supply Chain) 타격이 회복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이번 사태가 글로벌 해운 여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며 “물류망이 완전히 정리되기까지 두 달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티븐 플린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글로벌 물류망의 연쇄적 파장을 해결하려면 최소 60일이 걸린다”며 “부품을 예상 납기일에 받지 못한 기업들이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는 등 파장이 제조업 등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관심사는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에 집중될 전망이다. '에버기븐'호가 항로를 이탈해 좌초한 이유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SCA는 애초 먼지 폭풍과 강풍을 원인으로 꼽았지만, 지난 27일 선박 내 기계나 사람의 실수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에버기븐'호 소유주인 일본 ‘쇼에이 기센’과 용선사(배를 대여해 운항하는 선사)인 대만 에버그린은 막대한 규모의 보상금을 물게 됐다. 납기일을 놓친 해운업계뿐만 아니라 제조라인에 필요한 부품을 제때 받지 못했거나 제품 변질 등 손해를 입은 업계 관계자 모두 보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사마 라비 SCA 청장은 전날 현지 언론에 "이집트 정부가 입은 손해가 하루 1400만달러(약 158억원)로 추산된다"고 말해 SCA가 운하 폐쇄로 발생한 비용을 청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지급해야 할 보상금이 수억 달러일 수 있다”며 “이해당사자 간 치열한 책임 전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주 수에즈운하 통항을 바로 앞두고 있던 국적 선사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그단스크호’는 좌초 사고 발생 후 인근 해상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30일 통항이 재개되자 (수에즈운하를) 통과한 상태다.

HMM 관계자는 “‘HMM 그단스크호’에 이어 수에즈운하 쪽으로 항행하던 4척은 운하 통과가 불가능해지자 지난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해당 해역으로 항행 중”이라고 위키리크스한국과의 통화를 통해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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