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검토 중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두 정상은 미국과 중국이 어떤 관계 속에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 또는 전화 통화 가능성'을 고려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우린 곧 두 정상이 관여할 수 있는 적절한 형태를 계획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며 "그것은 전화일 수도 있고, 또 다른 국제적인 정상회의 계기의 회담일 수도 있고, 다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동시에 그 방식에는 경우의 수를 둬 여지를 남긴 것이다. 다만 설리번 보좌관은 최종 결정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1월 취임한 후 3주 후인 지난 2월 11일 시 주석과 전화 통화를 한 바 있다. 또 4월 다자회의인 기후정상회의에서 둘은 화상으로 조우한 바는 있지만 별도 만남을 가지지는 않아 아직까지 정상회담이 있지는 않았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온실가스 새 감축 목표를 제시했는데 중국은 기존 계획을 고수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로이터는 설리번 보좌관 말을 전하면서 "바이든과 시진핑은 그런 회담이 가능한 곳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G20 정상회의는 오는 10월 30∼31일 이틀 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다. 다자회의 공식 일정을 소화한 뒤 두 정상이 따로 만나는 방식이 유력한 이유다. 설리번 보좌관이 정상회담 방식을 열어뒀지만 최소한의 대면 방식이 우선 얘기된다. G20 정상회의 계기로 두 정상이 만난다면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9개월여만에 G2가 만나는 것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인권과 무역, 민주주의, 군사, 대유행 분야에서 시 주석과 각을 세워왔다. 시 주석과 첫 통화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홍콩, 신장, 대만에서의 인권과 불공정 문제를 화두로 꺼내 '내정 간섭'이란 반발을 불러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추가 조사를 정보 당국에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원조사 관련 시 주석과 통화할 것이냐' 취재진 물음에 "그것은 순전히 일일 뿐"이라고 답해 중국을 염두에 둔 조치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그는 반(反) 중국 비공식 안보 다자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미·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미·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줄곧 중국을 대놓고 '민주주의에 반하는 국가'로 규정한다.
미중 정상회담 개최의 새로운 변수는 러시아다. 이번 설리번 보좌관의 정상회담 시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제네바 회담 다음날에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주요기관 해킹에 러시아가 있다는 배후설을 공식 제기하고 푸틴 대통령은 부인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평행성을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현재는 미국와 국제우주정거장을 공동 관리하고 있는 러시아는 오는 2024년 운영 종료 예정에 따라 중국이 자체 개발 중인 텐허(天和)에 협력을 시사했다. 역학구도상 러시아가 미국과 신경전을 계속 한다면 중국으로선 딱히 미국과 정상회담을 가질 이유가 없는 셈이다. 다만 중국 역시 러시아처럼 '현 상황 인식 재확인' 수준을 회담 목표로 삼는다면 정상이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계산할 수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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