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좌천됐던 '尹사단' 이번엔 수사권 없는 고검·중경단 귀양
[WIKI 인사이드] 좌천됐던 '尹사단' 이번엔 수사권 없는 고검·중경단 귀양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6.25 13:17
  • 수정 2021.06.25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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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주자 尹 대선출마일 3일 앞둔 '인사의 난'
징계국면 당시 법무부에 반기든 검사들 찍혀
법무부는 '전진인사'라는데 사실상의 '물갈이'

박범계 법무장관 취임 후 처음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고검검사급) 인사에선 오는 29일 야권주자로서 대선 출마를 예고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가까운 검사들이 눈에 띄게 좌천됐다. 특히 수사권이 없는 고검이나 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에 배치되는 인물들이 많았다. 이번 인사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1년간은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신호로 풀이된다. 

2016년 12월 당시 '박근혜·최서원 국정농단 의혹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이때 윤 전 총장과 함께 파견된 검사들이 '윤석열 사단'을 이루는 핵심 검사들이다. [출처=연합뉴스]
2016년 12월 당시 '박근혜·최서원 국정농단 의혹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된 윤석열(제일 앞) 전 검찰총장과 한동훈(오른쪽에서 첫번째) 사법연수원 부원장. 이때 윤 전 총장과 함께 파견된 검사들이 '윤석열 사단'을 이루는 핵심 검사들이다. [출처=연합뉴스]

25일 법무부는 다음 달 2일 자로 '2021년 하반기 고검검사급 인사'를 통해 검사 662명의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인사를 "무엇보다 검찰 개혁과 조직 안정의 조화를 주안점에 두면서 전면적인 '전진(前進·앞으로 나아감)' 인사'를 통해 검찰 조직의 쇄신과 활력을 도모했다"고 자평했다. 검찰 개혁에 동의하는 검사와 반대하는 검사를 고르게 인사했다면서도 물갈이로 읽히는 '전진 인사'를 했다고 의미 부여한 것이다. 

이번 인사 특징은 "고검을 보라"는 말로 압축된다. 직접수사권이 없는 고검의 주요 업무는 일선 지검에서 '혐의없음' 결정한 사건을 사건관계인이 항고할 때 지검 검사의 처분에 문제가 없는지 재차 들여다보는 일이다. 가령 고검 검사가 보기에 수사미진이 있다면 지검 검사에게 재기수사명령을 내린다. 전국 고검 중 재기수사명령률이 가장 높은 서울고검의 경우 2019년 1~10월 기준 접수한 항고사건은 1만 2233건인데 재기수사명령은 11.6%인 1491건이었다. 여기에서 원청 재수사로 처분이 번복돼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42.4%다. 항고사건 중 4.9% 정도만 결론이 뒤바뀌는 셈이다. 때문에 고검은 업무에 비해 실적은 쌓기 어려운 곳으로 전통적으로 검사들이 기피하는 임지다. 

먼저 서울고검엔 신자용 부산동부지청장과 신봉수 평택지청장이 오게 됐다. 둘 다 윤석열 전 총장 시절 각각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1차장과 2차장으로 있었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2월 13일 지역 검찰청 순시 명분으로 부산고·지검을 방문하면서 신자용 지청장을 격려했다. 당시 그는 이번 정권 인사들이 다수 등장하는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된 상태였다. 신봉수 지청장 역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다 찍혔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대전고검 차장검사 직무대리를 겸임하는 인권보호관은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가 맡는다. 양 검사는 지난해 1월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으로 재직하면서 반부패부장으로 오게 된 심재철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당신이 검사냐"고 공개 항명한 인물인다. 앞선 고위간부(대검검사급) 인사에서 '넘버2 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에 유임된 심 검사장은 대표적인 친정권 검사다. 당시 심 검사장은 윤 전 총장 최측근으로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피의자로 입건돼 좌천된 한동훈 검사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나도 한동훈만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고 양 검사는 여기에 반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양 검사는 윤 전 총장과 '박근혜·최서원 국정농단 의혹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끝까지 공소유지를 책임진 2인이다.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엔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이 취임한다. 윤 전 총장이 대검에 있을 당시 '눈' 역할을 한 게 손 담당관이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 견제 차원에서 대검 인력을 대폭 줄였는데 차장검사급 1명과 부장검사급 2명 조직이던 수사정보정책관이 수사정보담당관으로 격하된 게 대표적이다. 수사정보정책관은 검찰총장 직속으로 비위 첩보를 수집한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이 정권수사 사건 공판에서 담당 재판부의 민감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하며 징계를 청구했는데 이때 윤 전 총장 측 증인으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출석한 인물이 손 담당관이다.

부산고검에 찍힌 인물로 오는 검사는 김유철 원주지청장이다. 김 지청장은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인 지난해 12월 20일 검찰 내부망에 '여러분에게 동료는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본문 중엔 추 전 장관이 '재판부 불법사찰'이라고 규정한 문건을 직접 법무부 감찰 쪽에 넘긴 심 검사장을 겨냥해 "직권의 행사, 불순한 목적, 위법한 절차와 근거의 부재 등 구성요건 어느 하나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단순한 방조가 아니라, '계획 단계부터 사태의 전반을 장악하고 핵심 역할을 통해 기능적으로 행위를 지배'했습니다"고 적은 게 있다.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있어 역시 해당 문건을 공유한 심 검사장이 돌연 해당 자료를 윤 전 총장 징계혐의 청구 근거로 제공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김 지청장은 손 담당관에 앞서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윤 전 총장이 추 전 장관에게 "남겨달라"고 부탁한 대상이었으나 원주지청으로 좌천된 바 있다. 

윤 전 총장이 받은 징계혐의 중 하나였던 재판부 불법사찰 혐의(직권남용)를 지난 2월 9일 무혐의 처분한 명점식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수원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추 전 장관 시절 법무부는 대검 감찰부에 해당 건을 수사의뢰했지만 직무대행을 맡았던 조남관 대검 당시 차장은 서울고검에 재배당했었다. 명 부장은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등을 조사했으나 직권남용 구성 자체가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윤 전 총장 '찍어내기' 계기가 된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를 중앙지검 3차장으로 지휘한 송경호 여주지청장은 수원고검 검사로 또다시 좌천됐다. 그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업무방해)를 받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기소를 재가하지 않자 윤 전 총장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아 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검찰 내부망에 친정권 검사들을 향해 자주 비판적인 글을 올린 정유미 부천지청 인권보호관은 광주고검 검사로, 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에서 진행한 김학의 전 법무차관 기획사정 수사를 막지 못한 나병훈 중앙지검 1차장은 수원고검 검사로 각각 전보됐다. 

고검에서 넘기는 재기사건을 수사하는 전국 일선 중요경제범죄수사단에도 윤 전 총장 사람들과 관련된 인물들이 이름을 올렸다. 윤 전 총장이 받았던 징계혐의 중 '정치적 중립 손상'과 관련해 감찰 정당성을 부정한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출석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분명히 (박은정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박진성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검사는 광주지검 중경단에 배치됐다. 당시 법무부 감찰은 윤 전 총장이 민간 여론조사 업체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조사하는데 '빼달라'고 지속 요청하지 않은 점을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행위라고 봤다. 무리한 감찰혐의 구성이란 비판을 받은 박 담당관은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 1순위인 성남지청장 자리를 꿰찼다.     

추 전 장관이 검찰청법에 보장된 검찰총장의 '검사보직 의견제시권'을 존중하지 않고 인사제청을 강행하자 "인사안의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사의견을 말하라고 하는 것, 이것이 과연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인가"라고 공개질의한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은 서울동부지검 중경단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윤 전 총장 징계 청구가 부당하다는 검찰 내부에서의 '커밍아웃' 댓글 운동 당시 "지금 많은 검사들이 검찰개혁의 방향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는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에 대해 부당하다고 말함으로써 잘못된 과거를 떨쳐내는 것"이란 글을 쓴 박철완 광주지검 중경단장은 남부지검 중경단장으로 전보된다. 

윤 전 총장에게 제기된 징계 혐의 핵심이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검찰 수사팀 감찰 방해'에 등장하는 수사팀 막내였던 엄희준 창원지검 형사3부장은 남부지검 중경단 부장으로 간다. 대검 형사1과장 시절 검언유착 사건을 보고받고 '이성윤 중앙지검'과 달리 강요미수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해 추 전 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 박탈 지휘'를 불러온 박영진 울산지검 형사2부장은 의정부지검 중경단 부장으로 수평이동한다. 

김 전 차관 불법출금(出禁) 사건 수사 공보를 맡으며 법무부로부터 피의사실 공표를 대놓고 지적받은 강수산나 수원지검 인권보호관은 인천지검 중경단 부장으로 전보됐다. 윤 전 총장에게 부족한 공안수사 실무를 보좌하며 중앙지검 공안2부장에서 대검 공안1과장으로 주요 보직을 차지했었지만 울산시장 사건 지휘로 좌천됐던 김성훈 의정부지검 중경단 부장은 대전지검 중경단 부장으로 이번에도 구제받지 못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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