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브란스 전공의 갑질 질문하니..“좌시하지 않겠다”
[인터뷰] 세브란스 전공의 갑질 질문하니..“좌시하지 않겠다”
  • 김 선 기자
  • 승인 2021.08.19 11:35
  • 수정 2021.08.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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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솔(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3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제25기 지도부가 새롭게 선출됐다. 새 회장은 여한솔(36)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3년 차다. 여 회장은 총선거 인수 1만198명 중 투표자 3,651명으로 투표율은 35.8%를 기록했다. “대한민국 전공의들에게 올바른 수련환경을 제공하고 이들이 왜곡된 의료체계에 관심을 두고, 당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여한솔 회장의 첫 일성이다. 그는 대전협 부회장 활동을 하면서 수련 과정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청년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에 고민했다. 지난해 의사 파업과 관련해 누구는 성공했다고, 누구는 실패했다고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점이 있다고 여 회장은 말했다. 이를테면 진료 보조 인력(PA)과 수술실 CCTV 문제 등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출마했다. 그는 “의사 파업으로 인해 대전협에서 멀어진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여한솔 회장을 만나 향후 대전협 정책 방향과 최근 불거진 연세세브란스병원 전공의 갑질 등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다.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사진=김 선 기자]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사진=김 선 기자]

- 새 회장으로 당선됐다. 소감을 부탁한다.

“그동안 대전협은 전공의들의 무관심 속에서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선거에 참여해준 전공의들에게 감사한다. 특별히 지지해주신 분들께도 더 열심히 잘하라는 뜻으로 여기고 일하겠다. 같은 후보였던 주예찬 선생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덕분에 의료정책에도 더욱 관심을 두게 됐고,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을 깊게 했다. 이런 시간이 전공의 사회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투표는 낮은 투표율이었다. 보통 50~60% 이상인데, 이번에는 35% 정도 참여율을 보였다. 낮은 참석률은 대전협은 물론 나에게도 큰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2020년 의사 파업 당시 파업이 조속하게 끝나게 된 것에 회의감도 들고 좌절감도 들어서 이렇게 된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을 임기  기간에 최대한 해결하고 다시 전공의와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지난해 의사 파업에 관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는 분명히 잘 못 된 점이 있다. 코로나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추진한다면 다시 한번 문제점을 피력할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투쟁도 당연히 강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의사 파업 1년 후 지금은 어떤가.

“의사들이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에 대해 들어달라. 국민에게 말씀을 드리고 싶어도 언론에서 실어주지 않았다. 나아가 우리들의 주장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마치 환자들을 등지고 파업을 한 것처럼 주장했다. 그 부분은 한 10분 정도만 들여다보면, 이 문제가 어디서부터 기인했는지를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부분은 언론에 계신 분들도 근본적인 문제에 다가서지 못하시고 겉으로만 보이는 전공의들이 가운을 벗고 거리로 나섰다는 피상적인 모습만 보여줬다는 점이다. 실제로 파업 현장에서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면 대부분의 분이 응원을 해주셨다.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스피커가 작았기 때문에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스피커가 작다고 꺼버리면 안 되는 것처럼, 우리가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계속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OECD 국가 대비 의료인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의료계와 일말의 합의도 없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다. 이것으로는 대학병원에만 환자가 쏠리는 문제와 기피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코로나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추진한다면 다시 한번 문제점을 피력할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투쟁도 당연히 강행해야 한다.”

-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대리 수술이나 유령수술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수술의 위험성에 대한 점이다. CCTV를 설치하게 되면 수술하는 외과 의사들 입장에서는 감시한다는 생각을 분명 받는다. 그런데 수술을 하다 보면 때로는 무모하더라도 그 선택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감시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절대 위험한 선택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의료진이 환자를 대할 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못하고 자기 방어적으로만 바뀌게 되면, CCTV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의료계 전체가 왜곡된 길로 갈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두 번째로는 개인정보 보호다. 지금 CCTV가 설치된다면 이걸 감시할 체계 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환자의 치부가 다 노출 되는데, 이 일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하나도 정해져 있지 않다. 법안을 자세히 읽어 보면 의료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다. 환자로서는 불법 수술이 행해지고 있어서 당연히 70~80% 이상이 찬성한다는 설문 통계 자료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 설문조사 내용을 조금만 바꿔서 저희가 다시 국민에게 물어본다면 같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 않다. CCTV를 설치해도 의료진이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식별이 어려울 것 같은데, 차라리 명부를 작성하거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법이 효율적일 것 같다.”

- 세브란스병원 교수 갑질 논란이 빚어졌다. 병원 측은 한 달이 넘게 징계위원회도 열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교수가 제자에게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을 저질렀다. 이게 구시대적인 제도권 문화의 잔재다. 21세기에는 전공의법도 있고 의료법도 있는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점이 굉장히 비극적인 일이다. 전공의 사회에서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또 아직 세브란스 병원 내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사실 이번 일이 교수와 전공의가 아닌, 교수와 간호사 사이에서 발생한 일이면 빨리 진행됐을 것이다. 간호사는 노조가 있고, 전공의는 노조가 없다. 그래서 문제를 처리하는 속도가 같지 않은 것 같다. 원래는 자체적인 징계위원회가 진행되고, 보건복지부 수련평가위원회에서는 전체적인 수련환경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한참이 지났고 언론에도 쟁점이 됐는데 아직 징계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병원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입장 자체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나 보니 그런 것 같은데, 피해자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위험까지 감수하고 공개한 것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빨리 징계위원회를 열어 교수에 대한 처벌을 논했을 것이다. 그래야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해당 교수는 지도교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교수가 더는 다른 전공의들을 교육하고 수련시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만약 교수에 대한 처벌이 적절하지 않으면 병원장에게 혹은 복지부에 처벌에 대한 미비함을 지적할 계획이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이 일이 미비하게 넘어가면 하나의 판례가 남기 때문이다. 다른 병원에도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똑같이 미비하게 처리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절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사진=김 선 기자]

- 세브란스 전공의 갑질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수련환경평가 위원회에서 어떤 처벌이 이뤄질 때 본인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가 온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TO가 하나 없어지거나, 이동 수련을 하러 가면서 자신의 인력이 빠지게 되는 경우다. 이런 경우들이 전공의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점이다. 한 명이 빠지면 그 한 명의 일이 다른 전공의에게 전가된다. 그래서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쉽사리 얘기하지 못한다. 그리고 당연히 문제가 발생하면 병원 차원에서 과태료를 내겠지만 100만원, 200만원 하는 껌값에 불과한 가격이 나오기 때문에 병원으로서도 이러한 문제에 심각성을 모르고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대전협 차원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할 것은 해당 전공의가 피해를 보지 않게 하는 것과 병원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야 한다는 점이다. 전공의가 속한 의국이 피해를 보면 불법이 지하화되고 음성화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수련평가위원회에 강조할 예정이다. 물론 법률적인 해석은 달라질 수 있어 보건복지부와도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직도 고민 중이긴 하지만, 지속해서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 앞으로 행보와 구체적인 정책 현안에 대해 말해달라.

“첫 번째로는 전공의들의 관심을 다시 유도하기 위해 집행부가 먼저 전공의들에게 다가설 예정이다. 대전협은 그동안 폐쇄적인 구조로 업무를 진행했다. 이제는 진행하고 있는 논의들을 홈페이지나 문자로 공개할 것이다. 전공의들에게 피드백이 오면서 관심이 시작되리라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대외적인 부분에서는 정부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무면허 인력에 대한 문제를 여러 선생님과 상의해서 원만하게 처리하려고 한다. 의사의 일과 간호사의 일은 구분되어 있는데, 수년 전부터 의사들이 해야 할 술기나 처방을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간호사가 대체해 왔다. PA인데, 우리는 무면허 인력이라고 한다. 실제로 대학병원과 중형급 병원에서도 비일비재하다. 값싼 인력으로 의사들이 해야 할 부분을 간호사가 하게 되면 전공의들이 배워야 할 수련환경이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 전공의 수가 부족하므로 PA는 어쩔 수 없다고 하시는데, 그 문제는 전문의를 채용하면 되는 문제다. 수지타산이 안 맞기 때문에 전문의 채용을 안하는 것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무면허 인력에 대한 갑론을박들이 있는데, 사실 의미 없는 논쟁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우리끼리 논쟁할 문제가 아니라 병원과 정부를 통해 요청할 부분이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불법을 합리적으로 포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잘못한 사람에게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의료구조에 대해 말하고 싶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정책을 위반하시는 분들이 자기에게 유리한 통계 정보만 받아 온다는 점이다. 젊은 의사들이 봤을 때 한국 의료 수준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국민건강보험 제도에 의한 저수가 문제로 3분 진료와 같은 구조를 만든 것 같은데, 전공의 한 명이 보는 환자가 40~50명에 달하는 어려움도 있다. 결국에는 수가 문제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워낙 싼 진료비로 운영이 됐기 때문에 의사들이 버티지 못해 무면허 인력도 나왔다. 그러면서 기피과는 더욱 피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더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브란스와 아주대병원 이야기가 최근 크게 쟁점이 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이런 민원에 대한 처리다. 부회장으로 일할 때도 이런저런 민원이 많았다. 24기 집행부에서는 자체적으로 해결을 하려고 하면서 진행 중인 논의들이 그늘에 감춰졌고, 신뢰를 잃게 되면서 대전협의 활동이 많이 줄었다. 이 문제는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 우리가 적극적인 액션을 보여줘야 했는데, 안일하게 대처했던 점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원에 대한 처리를 해당 전공의가 피해를 보지 않게, 그리고 빨리 처리될 수 있게 진행하려고 한다. 세브란스와 아주대병원 사건은 25기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수행해야 할 첫 임무다.”

[위키리크스한국=김 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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