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12·12쿠데타·6.29선언·북방외교 등 영욕의 삶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12·12쿠데타·6.29선언·북방외교 등 영욕의 삶
  • 이주희 기자
  • 승인 2021.10.26 14:16
  • 수정 2021.10.26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출처=연합]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서거했다. 향년 89세다.

노 전 대통령은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오다가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보통사람 노태우'를 슬로건으로 내건 노 전 대통령은 직선 대통령으로 바뀐 후 처음 선출됐다. 민주주의 정착과 외교적 지위 향상, 토지공개념 도입 등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32년 12월4일 경북 달성군 공산면 신용리(현 대구 동구 신용동)에서 면 서기였던 아버지 노병수와 어머니 김태향의 장남으로 태어난 노 전 대통령은 경북고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보안사령관, 체육부·내무부 장관, 12대 국회의원, 민주정의당 대표를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은 육군 9사단장이던 1979년 12월12일 육사 11기 동기생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하나회' 세력의 핵심으로서 군사쿠데타를 주도했다. 쿠데타 성공으로 신군부의 2인자로 떠오른 노 전 대통령은 수도경비사령관, 보안사령관을 거친 뒤 대장으로 예편, 정무2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5공화국 말기 전두환 전 대통령을 이을 정권 후계자로 부상, 1987년 6월10일 올림픽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로 지명됐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12·12 주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수천억 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수감됐고 법원에서 징역 17년형과 추징금 2600억여 원을 선고받았다.

1997년 12월 퇴임을 앞둔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 조치로 석방됐지만, 오랫동안 추징금 미납 논란에 시달리다가 2013년 9월에 뒤늦게 완납했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 노 전 대통령, 국가장은 가능…국립묘지 안장은 논의해야

유족으로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소영, 아들 재헌이 있다. 소영 씨와 이혼 소송 중인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사위이다.앞서 지난 4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노 전 대통령이 호흡곤란 증상으로 고비를 겪은 뒤 SNS 글을 통해 "소뇌 위축증이란 희귀병인데 대뇌는 지장이 없어서 의식과 사고는 있다"며 "이것이 더 큰 고통"이라고 적은 바 있다.

빈소는 27일 오전 10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 차려질 예정이다.

국가장, 국립묘지 안장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의 사망 후 국가장으로 치러진 것은 2015년 11월 별세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 가능하다"며 "다만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립묘지 안장에 대해서는 "국민 수용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 내부 절차에 따라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 정치·경제계 "북방외교 성과 거뒀지만 과오는 못 덮어·경제 발전 기틀 마련"

병마와 싸우던 고인은 우연의 일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일(1979년 10월 26일)과 같은 날 세상을 떠나게 됐다.

이날 국민의힘 야권 대권 주자들은 노 전 대통령 사망에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은 '공'을 언급한 반면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공에 대한 언급 없이애도의 뜻을 담은 간단한 추모 메시지만 발표하는 등 온도차를 보였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립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재직 중 북방정책이라든가, 냉전이 끝나갈 무렵 우리나라 외교의 지평을 열어주신 것은 의미 있는 성과였다"며 "굉장히 오랜 세월 병마에 시달려오신 것으로 안다. 영면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노 전 대통령 시절 가장 잘한 정책은 북방정책과 범죄와의 전쟁이었다"며 "보수진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던 북방정책은 충격적인 대북정책이었고, 범죄와의 전쟁은 이 땅의 조직폭력배를 척결하고 사회 병폐를 일소한 쾌거였다"고 평가했다.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평안히 영면하시기 바란다"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고인은 후보 시절인 1987년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였고, 헌정사상 국민들의 직접 투표로 당선된 첫 대통령이었다"며 "재임 당시에는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북방외교 등의 성과도 거뒀다"고 말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하지만 12·12 군사쿠데타로 군사정권을 탄생시킨 점,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에서의 민간인 학살 개입 등의 과오는 어떠한 이유로도 덮어질 수 없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통해 "고인의 재임 기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상반된 평가가 있다"면서도 "고인은 우리나라의 외교적 지위 향상과 국가 경제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정의당은 노 전 대통령의 사망과 관련해 애도를 표하면서도 "진정 어린 참회도 없이 생을 마감한 고인에게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고인은) 80년 오월의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제 고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우리 공동체의 과제로 남겨 놓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둡고 암울했던 시대를 기억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위키리크스한국=이주희 기자]

jh224@wikileaks-kr.org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