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검열을 피해 펑솨이 사건을 비판하는 중국 네티즌들
[WIKI 프리즘] 검열을 피해 펑솨이 사건을 비판하는 중국 네티즌들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1.12.04 07:21
  • 수정 2021.12.04 0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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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경기중인 모습의 펑솨이. [출처=연합뉴스]
경기 중인 모습의 펑솨이. [출처=연합뉴스]

중국의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중국의 전 부총리 장가오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사건으로 전 세계가 분노하고 중국 당국의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이 사건을 조용히 묻으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국 내에서 온라인 상으로 검열을 피해 은밀하게 사건을 이야기하며 당국을 비판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전해지고 있다. 

중국에서 관련 소식이 검열되고 사라진 유명인이 펑솨이가 처음은 아니다. 중국은 온라인 프로파간다 시스템으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없애기도 한다. 

그러나 펑솨이의 국제적인 명성은 이를 힘들게 만들었다. 펑솨이 관련 이야기를 없애버리려는 중국의 시도는 전 세계로부터 큰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여자테니스협회(Women’s Tennis Association, WTA)가 지난 2일 중국에서 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스포츠의 정치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런데 중국의 테니스 팬들이 정부의 검열을 교묘히 피하면서 때로는 조롱 섞인 말을 써가며 사태에 대한 실망을 온라인 상에 표현하고 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펑솨이에 대해 대놓고 논하는 글을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의 유명 온라인 테니스 팬클럽인 ‘Tennis Post Bar’는, 펑솨이가 전 중국 부총리 장가오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폭로한 이후로 새 글이 올라오고 있지 않다.

중국의 테니스 팬들은 검열을 피하면서 펑솨이 사건에 대해 더 많은 주목을 끌기 위해 모호한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펑솨이의 이름과 사건 내용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어느 테니스 선수’, ‘옥신각신’ 등의 말들을 쓰는 식이라고 뉴욕 타임즈는 전했다. 펑솨이가 처음 폭로 당시 장가오리 같은 권력자에게 대항하는 것은 ‘달걀로 바위치기’라고 했는데, 이를 상기시키는 ‘달걀로 바위치기’라는 표현을 사용한 포스트도 있었다.

중국의 관영 매체들도 펑솨이 사건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심 중인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중국 관영 신문 글로벌 타임즈의 편집장 후시진이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펑솨이의 폭로에 대해 ‘사람들이 말하는 그 일’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을 글로벌 매체들은 지적했다. 트위터는 중국 내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중국의 언론 통제 후,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들이 펑솨이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고, 중국 관영 매체들은 전 세계에 보란듯이 펑솨이가 잘 지내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을 내보냈다. 그런데 이 기사들의 일부를 중국 내 팬들이 보게 됐다.

유소년 테니스 경기장에서 펑솨이가 큰 테니스 공에 사인을 하는 사진이 실린 기사가 있는데, 이 사진은 거의 천 번 공유됐으며, 성난 네티즌들의 주목을 끌었다고 뉴욕 타임즈는 보도했다.

중국의 베테랑 테니스 전문가 장번도는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내 경력에서 이제껏 본 적 없는 가장 많이 공유된 유소년 경기 포스트다”라고 글을 올렸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는 어디에?’라며 묻고 있다”며 펑솨이의 이름은 직접 거론하지 않으며 쓴 글도 있다.

한편으로 펑솨이의 사진을 보고 안심했다며, 왜 중국 밖의 사람들은 아직도 안심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테니스 팬도 있었다.

논란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IOC는 펑솨이가 웃으며 IOC 위원장과 화상 통화를 한 사진을 공개했다. 오는 2월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은 이를 통해, 서방 미디어와 스포츠 조직들이 펑솨이 사건에 대해 편향적이며 불신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낼 기회를 잡았다고 뉴욕 타임즈는 말했다.

지난 2일 IOC는 펑솨이와 두 번째 화상 통화를 했다고 말했지만,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상세히 공개하지 않았다. 펑솨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스포츠 조직위들과 조용한 외교를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WTA의 회장 스티브 사이먼은 펑솨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며 중국 당국을 향해 과감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WTA의 중국 내 대회 중단 소식은 중국의 인터넷 상에 잠시나마 퍼졌었다고 한다.

일부 웨이보 이용자들은 WTA의 결정에 지지를 보냈다. 이들의 글은 곧 삭제됐지만, “이번에 나는 WTA와 함께한다”라는 글이 있었고, 장가오리가 아직 구속되지 않은 것에 의혹을 제기하며, “그가 정말 강한 뒷배를 갖고 있다”고 한 글도 있었다.

이렇게 중국 정부의 검열에 대항하려는 네티즌들이 있는 반면, 사건의 심각성 때문에 중국 내 많은 사람들이 펑솨이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한다.

전직 스포츠 작가 애슐리 티엔은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11월 3일 이후 펑솨이의 폭로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고 관련 온라인 토론들이 완전히 지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의 음성 메시지를 통해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티엔은 이 메시지를 일부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공유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 친구가 “이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해야겠냐” 말했고, 친구들이 주제를 바꿨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은 감히 공개적으로 사건을 논의하려고 하지 않는다. 펑솨이가 진짜 겪은 일이 영원히 미궁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펑솨이의 경기를 직관했고 펑솨이의 강력한 서브를 좋아한다는 열성 팬 줄리엔 첸도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친구로부터 소셜미디어 계정을 확인해 보라는 말을 들었고, “테니스계가 폭탄을 안고 있다는” 친구의 글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펑솨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보려고 했는데 관련 글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일이 너무나 빨리 진행돼 경악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WTA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남자 경기보다 여자 경기에서 더 다채로운 기술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중국에서 사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침묵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그것이 중국의 현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prtjami@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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