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보고회] 8년 남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업들 "현실적으로 무리" 호소
[탄소중립 보고회] 8년 남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업들 "현실적으로 무리" 호소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12.10 17:11
  • 수정 2021.12.1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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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석탄발전 중단 실현
재생에너지‧수소 중심 탈탄소
국내 기업 13곳 RE100 참여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에서
'40% 감축 목표치 무리' 지적도
靑 "정책적·재정적 지원 약속"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선언 1주년인 10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탄소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 보고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선언 1주년인 10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탄소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 보고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정부가 10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탄소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 보고회'를 개최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산업‧에너지 탄소중립 대전환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금번 보고회는 탄소중립 비전 선포 1주년을 맞이해 우리 산업‧에너지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선도기업들을 청와대 본관으로 초청하여 깊은 사의를 표하고 탄소중립을 향한 민‧관 의지를 결집하기 위해 개최됐다.

정부는 이날 '저탄소 경제를 선도하는 세계 4대 산업강국'이란 비전 아래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원 비중 70.8%(2018년 기준 3.6% 대비 약 20배) ▲청정수소 자급률 60%(2018년 0%) ▲산업 분야의 친환경·고부가 품목 비중 84.1%(2018년 16.5% 대비 5배) ▲제조업 탄소집약도 68t(톤) CO₂eq/10억원(2018년 대비 86% 감축) 등의 목표를 달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에너지 공급과 전달, 소비 등의 전 과정을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노후석탄 발전 24기를 2034년까지 폐지하고, 석탄발전 상한제도를 민간 발전으로까지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2050년에는 석탄발전을 완전히 중단할 계획이다.

■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국내 기업 13곳 'RE100' 참여 

문 대통령은 지난해 같은 날 '대한민국 탄소중립 선언' 연설에서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2050 탄소중립 비전으로 탄소중립과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고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을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로 삼아 능동적으로 혁신하고 국제사회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10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전세계 138개국이 탄소중립 선언‧지지에 나선 가운데,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을 도입하고 민간에서는 RE100‧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는 유럽으로 수입되는 제품과 서비스 가운데 현지에서 생산한 것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국경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재생에너지 100)의 약자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뜻한다.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기업으로는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 △아모레퍼시픽 △LG에너지솔루션 △한국수자원공사 △고려아연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등 13개사이다. △현대자동차 △기아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5곳은 지난 7월 가입 선언 이후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SK그룹은 6개사가 RE100에 참여하는 만큼 탄소중립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9일 미국 출장 귀국 이후 첫 일정으로 보고회 참석을 택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는 최 회장은 이날 대기업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오는 2030년까지 2억톤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 2035년에는 탄소 배출 '제로'에 도전한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에선 감축 여력 부족... 무리한 목표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탄소중립선언 1주년인 10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탄소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탄소중립선언 1주년인 10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탄소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다만 탄소중립 도전 과정에서 기업의 부담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 9일 국제비교를 통해 한국 산업의 탄소감축 여건을 분석했다. 전경련은 한국 산업이 ▲제조업 중심의 불리한 산업구조 ▲짧은 감축기간으로 높은 감축부담 발생 ▲주요 업종의 최고수준 효율성으로 추가 감축 여력 부족 ▲차세대 핵심 탄소감축 기술의 수준 열위 ▲재생에너지·그린수소 경쟁력 부족이라는 5중고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요약했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019년 GDP 기준 28.4%이고, 이중 철강·화학·정유·시멘트 등 탄소다배출 업종의 GDP 비중은 8.4%에 달한다. 이는 G5(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대비 각각 약 2배(14.4%, 4.2%) 수준에 달한다. 

전경련 측은 "기간 내 획기적 탄소감축 기술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조업 분야에서 탄소를 감축하려면 생산량을 줄이거나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탄소감축에 따른 경제위축과 일자리 감소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또 한국 산업부문 탄소배출량 정점 연도는 2014년부터이므로 2050년까지 감축 기간이 36년이다. 반면 G5는 독일 1990년, 영국·프랑스 1991년, 미국·일본 1996년이 정점 연도로 2050년까지 감축 기간이 54년~60년이다. 우리나라는 해당 국가 평균보다 약 20년 이상 짧은 기간 안에 탄소감축을 추진해야 해 그만큼 높은 부담을 안게 된 상황이다.

전경련은 지난 10월에도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안에 대해 "기존 목표인 2018년 대비 온실가스 26.3% 감축에서 13.7% 높아진 것으로 기존 목표보다 50% 이상 상향된 것"이라면서 "2030년까지 8년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적용되기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성하기 힘든 무리한 목표치"라고 지적했다.

강병열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건환경 팀장은 "정부의 40%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현재 8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목표치 상향을 최소화하고, 정책 추진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 "탄소중립 시대 열어가는 주역은 기업... 정책적·재정적 지원 약속"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선언 1주년인 10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탄소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 보고회에 참석,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선언 1주년인 10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탄소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 보고회에 참석,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보고회에서 "탄소중립 시대에도 제조업은 여전히 우리 경제의 주역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 정책을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주요국들은 친환경 투자를 경쟁력으로 확대하고 있고 고탄소 산업을 첨단 저탄소 산업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50 탄소중립 선언은 정부가 했지만 탄소중립 시대를 열어가는 주역은 기업"이라며 "우리 기업들의 선도적인 노력이 국가온실가스감축안(NDC) 목표 상향과 탄소중립 시나리오 마련에 큰 힘이 됐다. 기업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기업들에 탄소중립 부담을 떠넘기지 않고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해 왔다며, 이번 행사는 우리 산업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고 민관이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회장 외에도 김기남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이 참석했다.

LG디스플레이 사장인 정호영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석유화학협회장인 문동준 금호석유화학 사장도 자리했다.

또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 이구영 한화솔루션 사장,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등도 함께 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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