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의 인터넷 차단, 중국처럼 실현될까
[우크라 침공] 러시아의 인터넷 차단, 중국처럼 실현될까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3.10 06:10
  • 수정 2022.03.1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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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고립 반대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는 러시아 경찰. [AP=연합뉴스]
인터넷 고립 반대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는 러시아 경찰.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인터넷은 오랫동안 서구와 연결되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러시아 시민들은 검열과 규제의 문제가 있었어도, 중국과는 다르게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미국 기업의 플랫폼에 접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시아는 디지털 세계에서 더욱 고립되다 못해 아예 종말을 맞이할 수 있다고 CCN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가 더 강화되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지난 6일 라시아 내 페이스북 사용을 금지하고 접속을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러시아 내에서 페이스북보다 더 인기가 많으면서 페이스북과 같은 메타 그룹에 속해 있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은 아직 차단되지 않았지만, 페이스북의 차단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가 글로벌 대기업들에 대한 단속을 준비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움직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러시아의 주요 통신사인 로스콤나드조르(Rozkomnadzor)는 가짜 뉴스를 전파한다고 구글과 트위터를 차단시키고, 그 밖의 글로벌 플랫폼들은 자체적으로 러시아 내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다.

물론 러시아 내에서의 접속 차단이 서방 테크 기업들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들 플랫폼의 이용자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이 넘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정보 접속과 표현의 자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는 전 세계 인터넷 연결망에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최근 러시아의 서방 테크 플랫폼들에 대한 제재는 러시아가 2019년 제정한 ‘독립인터넷법(sovereign internet law)’에 기인한 것이다. 이 법은 로스콤나드조르가 러시아 내 인터넷 접속을 더욱 강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해줬고, 이는 다른 세계와의 온라인 연결을 끊을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었다.

러시아 정부가 통과시킨 법은 서방 기업 서비스와의 연결을 더욱 차단시키는 빌미가 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것을 범죄로 보고 최고 15년 형의 처벌을 내리겠다는 내용인데, 이로 인해 CNN 같은 글로벌 주류 미디어들이 러시아 내에서 보도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기반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 역시 러시아의 새 규제법으로 인해 러시아 내에서의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 밖의 빅테크 기업들도 러시아에서 속속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인텔은 러시아 내에서 영업을 중단했고, 구글, 트위터, 스포티파이, 메타는 러시아 국영 미디어의 광고 등 플랫폼 활동을 차단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공급 회사 중 하나인 코젠트커뮤니케이션스(Cogent Communications)도 러시아 서비스 공급자들을 네트워크에서 차단시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그러했듯 마침내 러시아도 세계 인터넷망으로부터 자국민들을 봉쇄시키는 것으로 가는 양상으로 보인다.   

브루킹스 연구소(Jessica Brandt)의 인공지능 및 신흥기술 정책부 대표 제시카 브랜트는 CNN을 통해 “전쟁 위기는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는 서방 플랫폼들에게 일촉즉발의 상황이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원치 않는 콘텐츠를 막기 위해 계속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플랫폼들을 압박할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이 이에 따른다면 전 세계에서 대중들의 반발이 심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CNN은 러시아와 중국의 비슷한 검열 체계를 짚었다. 중국이 만리장성을 빗댄 소위 ‘방화벽장성(Great Firewall)’을 내세우고 있다면, 러시아는 ‘디지털 철의 장막(Digital Iron Curtain)’을 치고 있다.

그러나 두 체계에 핵심적으로 다른 것이 있는데, 과연 자체적으로 독립된 디지털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러시아에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의 검열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고 아직까지 성공적으로 대부분의 서방 플랫폼들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전쟁을 기점으로 이제서야 시스템을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같은 수준의 기술을 러시아가 갖출 수 있을지, 중국처럼 실시간으로 특정 주제의 콘텐츠를 검열하고 차단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 것이다.

지정학 리스크 자문 연구소인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의 지리기술 수석 연구원 샤오밍 루는 “러시아와 중국의 다른 점은 중국은 방화벽장성이 아주 정교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러시아는 그런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가 완전한 차단을 원하는 만큼 기술적 장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과 달리 글로벌 테크 플랫폼 사용은 수많은 러시아인들의 일상에 자리잡았고,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플랫폼 접속을 차단하는 것을 그동안 자제해 왔다. 그러나 전쟁과 함께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분위기는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루는 완전하게 차단하는 것은 현 정부에 대한 정치적 반발을 낳을 위험이 있다면서도, 이러한 정치적 반발에 대한 두려움이 장기 정권 생존의 두려움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의 제재에 외국 기업들이 동참하면서 러시아의 외부 기술 의존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글로벌 항공 정보 서비스 기업 세이버(Sabre)와 아마데우스(Amadeus)가 러시아 최대 항공사 아에로플로트(Aeroflot)에 대한 발권 예약 서비스를 중단했다. 애플 페이와 구글 페이는 러시아 은행들의 카드 결제를 지원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에도 수천만 명이 이용하는 자체 검색엔진 얀덱스(Yandex)와 소셜네트워크 VK가 있지만, 텐센트, 알리바바, 웨이보 등을 보유한 중국의 인터넷 생태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루는 말했다.

러시아 플랫폼들 또한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의 제재로 부수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얀덱스는 주가 폭락과 함께 부채 지불을 할 수 없게 됐고, VK의 모회사 CEO 블라디미르 키리옌코는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개인 명단에 올라 있다.

지난 7일 네덜란드의 투자회사 프로수스(Prosus)는 VK에 대한 투자 약 7억 달러를 손실화하고 VK 이사들의 사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랜트는 빅테크들이 러시아를 떠나는 것에서 러시아 정부는 이익을 얻지만, 비정부 기관으로부터의 뉴스와 정보에의 접속과 조직화 수단이 막히면 막대한 손해를 보는 것은 러시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미 많은 러시아인들이 막힌 인터넷 차단을 피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주 러시아의 최다 다운로드 앱 10개 중 5개가 인터넷 접속 보안을 제공하는 VPN 앱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앱 트래킹 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가장 인기있는 VPN의 경우 다운로드 횟수가 1,300% 증가했다.

러시아의 세상과의 완전한 인터넷 연결 차단이 얼마나 빨리 이뤄질지는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현재 진행 국면을 봤을 때 수 주 또는 수 일 내로 될 수도 있다고 루는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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