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박사 인력난] 반도체 패권 확보 시급한데 대학원 기피 여전… "정원미달 심각"
[석박사 인력난] 반도체 패권 확보 시급한데 대학원 기피 여전… "정원미달 심각"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3.24 07:54
  • 수정 2022.03.24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등록금 지원·취업 보장 계약학과 개설
정부도 석·박사급 인재 양성 동참
코로나19로 대학원 진학 늘어났지만
대학원 기피에 전문인력 부족하다는 지적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전 세계 주요국들이 미래 안보·산업의 핵심이 되는 반도체 확보를 위해 양보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미국과 유럽연합(EU)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기업 유치에 나서는 등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들어 반도체 품귀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생산라인이 멈추면서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도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에서 패권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에선 경쟁 우위를 위해 인재 확보가 절실한데 인력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어 위기감 또한 커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는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정보를 저장하기만 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정보를 연산하고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에 가깝다. 고도의 회로설계기술을 필요로 하는 만큼 크게 팹리스(Fabless, 설계)와 파운드리(Foundry, 수탁 생산) 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삼성전자는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TSMC·인텔 등과의 경쟁 우위를 위한 세계 1위 도약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심산이다. 당초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의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는데, 지난해 5월 38조원이 증액된 17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TSMC는 작년부터 2023년까지 단 3년동안 1000억달러(112조4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핵심은 인재 육성이다. 원하는 수준의 인력 확보를 위해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넘어 적극적인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입학 이후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을 지원 받는 데다 취업도 보장된다.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위해 대학원 연계 진학이나 연구 비용도 지원한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이런 대표적인 채용 보장형 계약학과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을 위해 2006년 개설한 1세대 계약학과인 셈이다. 입학생 전원에게 입학금을 포함해 2년간(4개 학기)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최소한의 채용절차를 통과하면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된다. 대학원 연계 진학 시 전액 장학금 및 학업 장려금도 지원한다. 경북대 전자공학부 모바일공학전공 또한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된다.

연세대·고려대에서는 시스템반도체에 초점을 맞춘 학과가 개설됐다. 2019년 4월 30일 정부가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의 일환이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당시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었고 올해부터 신입생을 모집했다. 삼성전자 연구개발직 입사가 보장되고 장학금 및 특전, 교육혜택도 주어진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SK하이닉스와 협약을 맺어 학비 전액 및 보조금을 지원원받고 국내외 연수 기회, 대학원 연계 진학 등도 누릴 수 있다. 

이처럼 계약을 통해 학부생 충원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업계에선 석·박사급 이상 전문인력이 더욱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도의 회로설계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이 필수인데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원 기피 현상 등으로 원하는 만큼의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20 반도체 산업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간 부족한 반도체 석·박사 인력은 200여명 수준이다. 국내 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전공자의 석·박사 졸업자 수는 감소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대학 반도체 전공 석·박사 졸업자 수는 2017년 143명, 2018년 135명, 2019년에는 92명으로 지속 감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 등 영향으로 115명으로 소폭 늘었지만 아직도 충원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조성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출처=용인시]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조성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출처=용인시]

이같은 문제를 의식하듯 정부는 향후 10년간 총 3000명의 석·박사급 인력을 배출한다는 계획을 지난해 4월 발표했다. 석·박사급 인재 확보를 위해 핵심기술 연구개발(R&D), 고급인력 양성, 채용 유도를 연계하는 민관합동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반도체 설계 전문인력 교육에 대한 업계 요청으로 실무인력 1200명 양성도 진행한다

.정보통신기술 석·박사급 인재 양성 사업에도 올해 들어 작년 대비 약 14%(134억원) 증가한 1,068억원을 투입하고, 올해 3,100명을 포함해 2025년까지 국가 디지털 혁신을 선도할 핵심인재 약 1만5,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정책만으로 당장 인력 확보는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A 교수는 "고도의 회로설계 역량을 갖추기 위해선 학부부터 석·박사까지 오랜 기간의 연구 기간과 학업적 성과가 필요하다"라며 "단순히 하루아침에 역량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고 다양한 시행착오가 필요한 만큼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동대학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계열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B씨는 "학부생 당시에는 반도체에 관심이 많은 동기·선후배들이 많았는데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 취득까지 생각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라며 "코로나19로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대학원 입학이 늘어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만 놓고 보면 인력이 부족한 걸 느낀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대학원 진학률이 늘긴 했어도 신입생 미달 사태는 여전하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 4년제 수도권·비수도권 일반대학원의 신입생 충원율은 각각 91.3%·85.3%로 지난해(84.7%·79.5%) 대비 늘긴 했지만, 입학정원 100% 충원에는 역부족이었다. 대학원 입학정원을 정원내 모집으로 채우지 못한 대학원들은 외국인과 공무원·군인 위탁생 등을 정원외 모집으로 채우고 있었다.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융합반도체협동과정에 재학 중인 C씨는 "학부생 당시 교수나 학자를 꿈꾸고 대학원을 희망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낮은 급여·수직적인 연구 환경·노동 강도 등 구조적 문제로 대학원을 기피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며 "이마저도 연구비가 집중되는 최상위권 학교에만 입학 경쟁이 몰리는 만큼 정원 미달 현상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sus@wikileaks-kr.org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