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INSIDE]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건설업계 “처벌 완화해달라” 호소
[건설 INSIDE]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건설업계 “처벌 완화해달라” 호소
  • 김민석 기자
  • 승인 2022.12.30 15:11
  • 수정 2022.12.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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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올해 1월 27일 시행…사망자 발생 ‘경영책임자’ 처벌
통계 추산도 엉터리…50인 미만·50억원 이하 사업장 사고 빈번
건설업계, 낙인찍힐까 전전근긍 …‘처벌 1호’ 오명 피하려 안간힘
중대재해법, 법적 측면 ‘실효성 확보 ’ 어려워…사실상 무용지물
정부, 법안 완화 가능성 시사…“입법 어렵지만 최대한 협조할 것”
노용호 의원, 관련 법 개정안 발의 …“처벌이 아닌 예방에 초점”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021년 1월 6일 국회를 통과한 이후 1년 이후인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되어 적용 중이다. 해당 법령은 건설업·산업·일반 사무직 등 업종과 무관하게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인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다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사업장이나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 현장은 2년의 유예기간을 적용해 2024년 1월 27일부터 법이 적용된다. 만약 법을 어기거나,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쉽게 말해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에 대한 책임권을 부여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 앞두고,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중대재해로 처벌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다. 사고 발생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관련 규정을 마련했음에도 법 위반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놓고 이견이 갈리는 실정이다. 실제로 검찰에 기소된 사례가 아직 없는 데다가 중대재해가 발생해 일부 건설사 대표들은 안전보건교육을 이수받아야 함에도 소송 등으로 시간 끌기 전략을 구사하며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편집자주-

중대재해처벌법. [출처=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출처=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건설업계 한숨이 더 깊어지는 분위기다. 해당 업종 특성상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이나 부상이 유독 취약한 탓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 목적은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특이 예의주시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신설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에 따르면 올해 1월27일부터 상시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이거나 시공능력 상위 200위 이내 건설사업자는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에 건설사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되자 유독 긴장하는 모습이다.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장에서 ‘안전’을 전면에 내세워 추락사나 끼임사고, 부상 등을 최소화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울이며, ‘처벌 대상 1호’가 되는 오명을 어떻게 해서든 빗겨가고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당시 건설업계 한 관계자도 “1호 처벌 대상이 되면 향후 중대재해처벌법이 언급될 때마다 회사명이 노출되는 일종의 낙인이 될 것이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수도권에서 인테리어업에 종사 중인 한 관계자도 “인테리어 공사현장에서도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후에는 현장관리실에서 안전보고서를 요구하는 등 안전 준수에 대해 훨씬 더 엄격한 절차를 거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법안 시행 이후 바뀐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건설사 사망사고 CG. [출처=연합뉴스]
건설사 사망사고 CG. [출처=연합뉴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안전공단)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중대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후 12월 27일까지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건수는 563건이었으며, 사망자 수는 57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집계한 중대재해 발생현황 533건(사망 542명·부상 123명)에 더해 이달 27일 기준 안전공단 재해사례에서 확인한 중대재해 발생현황 30건(사망 31명·부상 2명)을 포함한 수치다. 월별로 환산하면 매달 평균 55건의 중대재해사고가 일어난 것이며, 56명이 근무하던 현장에서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것이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첫 사고는 이틀 뒤인 1월 29일 삼표산업이 운영하는 양주 채석장에서 발생한 토사 붕괴사고였다. 이곳에서 20m 높이의 토사가 무너지면서 작업자 3명이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공사 담당 회사인 삼표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심판을 받는 첫 대상이 됐다. 고용노동부는 수사를 진행하며 지난 6월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최근에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까지 소환 조사할 정도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인 것이다.

이달 22일에는 인천의 리더종합건설이 시공하는 한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건설노동자가 무너진 자재에 몸이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고 공사현장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의 현장에 해당돼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27일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기 견인차(토잉카)로 항공기를 이동 시키던 중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 50대 직원이 토잉카 앞 바퀴에 깔려 참변을 당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심이 되는 통계도 나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산업재해로 인해 사망한 노동자 중 건설업계 종사자가 253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인 건설현장에서 숨진 노동자가 171명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져 당초 공포 3년 후 50인, 50억원 미만 적용 부칙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크다.

국내 한 공사현장에 놓여져 있는 안전모와 안전장갑. [사진출처=연합뉴스]
국내 한 공사현장에 놓여져 있는 각종 안전 장비. [사진출처=연합뉴스]

대형 건설사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CSO(최고 안전관리책임자)선임을 포함해 안전 조직 확대 및 안전관리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중견건설사들이나 중소형 건설사들은 그나마도 여의치 않다. 

50인 규모의 중소 건설사들은 처벌 규정이 너무 강한 나머지 자금력 면에서 힘에 부치는 데다 법적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안전인력도 중대형 건설사들이 선제적으로 인력을 가로채다보니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 건설사들은 변호인단 선임 비용을 포함한 소송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 더러 중대시민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기에 징역형은 물론이고 내야 할 벌금조차 감당하기 힘든 처지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오너 내지 경영자(사업주)에게 직접적인 처벌이 가해지는 조항은 너무 가혹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안전은 법안이 완화된다 쳐도 안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공사현장에서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안다. 건설사들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안전관리를 더 철저히 한다. 그러나 사업주에게 직접적으로 징역이나 벌금 등이 무겁게 가해지는 법 규정은 건설사가 곧바로 대응하기 힘들다. 자금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들 같은 경우 수용하기 더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는 만큼 상황에 맞게 법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6단체장이 오찬 회동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6단체장이 오찬 회동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 당국도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논란이 많았던 경영책임자 처벌에 대해선 손 보겠다’는 입장을 전한 상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경제 5단체장과 함께한 만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보완책을 요구하는 경제단체의 우려에 대해 “고의적인 과실이라는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국회지형이 여소야대인 탓에 입법화가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정부 차원에서 협력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안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원 장관은 “어떤 공사현장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국의 수많은 공사를 진행하는 법인 CEO에게 책임을 묻는 현행 시스템에서는 규모가 클수록 걸릴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

한편 여당인 국민의힘 차원에서 입법화도 진행 중이다. 노용호 의원은 지난달 28일 대표발의를 통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 개정 제안이유서에는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 것에 집중돼 있어, 모든 재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중대재해사고 예방’에 중점을 둔 법률개정안을 제출한 것. 해당 법률개정안에서는 중대재해를 무선안전장비 등을 이용한 스마트 안전장비 및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 지원에 관해 새로 규정했다.

노용호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 등에서 벌어진 산업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스마트 안전장비 등의 도입 지원에 대한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 사업주 처벌이라는 목적보다는, 산업재해 자체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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