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세계 최악의 인터넷 차단국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쓴 인도
[월드 투데이] 세계 최악의 인터넷 차단국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쓴 인도
  • 유진 기자
  • 승인 2023.09.30 06:14
  • 수정 2023.09.30 0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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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공식 스마트폰 앱 [사진 =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공식 스마트폰 앱 [사진 = 연합뉴스]

지난 5년 동안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터넷을 차단한 나라에 오르며 1억 2천만 명이 넘는 국민에게 피해를 입혔다.

<가디언>은 28일(현지 시각) 어쩌다가 인도가 '인터넷 탄압 국가'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는지 자세히 보도했다.

라이언 아코이잠은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 주에서 시작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본궤도에 올려놓느라 수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 결과 그의 회사의 유튜브 콘텐츠는 한 달에 900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고, 지역 영화관 운영 등의 영화 사업도 잘 돌아가서 직원수가 12명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는 사업이 잘됐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5월 3일 마니푸르 주의 인터넷이 갑자기 일방적으로 차단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마니푸르 주의 모바일 인터넷은 140여 일 만에 마침내 다시 접속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코이잠과 같은 사람들에게는 거의 5개월에 걸친 인터넷 접속 차단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잃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5월의 인터넷 차단 조치 이후 영화 및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홍보하는 그의 유튜브 채널 조회수는 거의 90%가 감소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사업을 이어가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뒤 회사 문을 닫았다.

“직원이 27명까지 늘었는데,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어서 정말 안타까웠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정부의 인터넷 폐쇄 조치로 인해 나 같은 사람들의 비즈니스 모델 전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마니푸르 주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마니푸르 주의 두 부족 사이에 발발한 인종 폭력이었다. 마니푸르 주에서는 다수 부족인 메이테족과 소수 부족인 쿠키족 사이에 인종 폭력이 발생해 175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도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과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국가가 정당한 공권력 행사처럼 부과한 인터넷 차단이 몇 달 동안 지속되면서 지역의 생계와 경제에 큰 피해를 입혔다.

엄격한 인터넷 통제 속에서도 인도의 광대역 통신망(broadband)은 가동되고 있지만, 인구의 약 95%는 모바일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며, 이는 마니푸르 주 주민 대부분이 온라인에 접속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 정부가 인터넷을 무기한 차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가에 의한 인터넷 통제를 추적하는 비영리 단체인 ‘Access Now’의 연속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인도는 다른 어떤 국가보다 더 많이 인터넷을 차단했는데, 그 횟수는 작년에만 총 84회에 달하면서 1억 2천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일례로, 인도 정부는 독립 요구가 끊이지 않는 카슈미르 지역에서 2019년 8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8개월간 인터넷을 차단했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 사상 최장기간의 기록이었다.

이보다 앞서서는 지난 2018년 6월 다르질링 지역에서 소요가 발생하자 정부는 100일 넘게 이 지역의 인터넷을 차단한 이력이 있다.

“인도에서는 인터넷 폐쇄 조치가 만성이 되어버렸습니다.”

‘Access Now’의 아시아 태평양 정책 이사인 라만 짓 싱 치마는 이렇게 말했다. 

“정권은 인터넷 차단을 정치적 통제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 그들은 그 즉시 인터넷을 차단합니다.”

인도 정부의 이런 태도는 러시아, 수단, 이란, 미얀마, 에티오피아 등의 권위주의 정권보다 더 인터넷을 탄압한다는 오명을 얻으면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자랑스럽게 추진해 온 ‘디지털 인도’라는 비전에도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달 초 델리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모디 정부는 인도가 디지털 혁명의 세계적 리더임을 알리고,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자랑했다. 인도에서는 한 달에 100억 건의 온라인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이 분야에서 다른 나라들의 롤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

“완전히 상반되는 현상입니다.”

치마 이사는 이렇게 주장했다.

“정부는 인도의 시스템이 얼마나 디지털화되었는지 자랑하면서 뒤에서는 인터넷을 자주 폐쇄함으로써 이러한 디지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해 수백만 명에게 피해를 주고,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인도 서벵골주 콜카타에서 마니푸르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사진을 붙인 허수아비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인도 서벵골주 콜카타에서 마니푸르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사진을 붙인 허수아비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마니푸르 주에서 140일 넘게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했던 사태는 큰 파장을 미쳤다.

인터넷 폐쇄로 인해 인종 분규에 대한 정보가 차단되면서 가짜 뉴스가 확산되고, 특히 소수부족인 쿠키족 커뮤니티에 대한 집단 강간 및 참수 같은 끔찍한 폭력 행위 중 일부가 몇 달 동안 은폐되었다. 그리고 경제적 피해도 상당했다.

‘인터넷자유협회(Internet Freedom Society)’의 집계에 따르면 마니푸르 주의 인터넷 폐쇄로 인해 주 정부는 6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국가 전체에는 4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잘나가던 사업장의 문을 닫아야 했고, 학생들은 공부를 할 수 없었으며, 우버(Uber)와 같은 앱이나 한참 성장 단계의 전자상거래를 이용해 사업을 하던 사람들은 생계가 끊어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완전히 디지털화되어 있는 국가 보건, 복지, 식량 보조금 프로그램도 심각한 영향을 받아 인종 분쟁으로 인해 집을 잃고 임시 캠프에 거주 중인 6만 명의 사람들을 돌보는 데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마니푸르 주에서 정신 건강 및 트라우마 상담을 돕는 NGO를 운영하는 사담 한자밤(34)은 인터넷 없이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가거나 모금 활동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통 우리는 매달 약 200명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지난 4개월 동안 인터넷이 중단되면서 우리는 누구에게도 지원을 거의 제공할 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중단되었기 때문이지요.”

2017년부터 집권 BJP(바라티야 자나타당) 정부가, 1885년 제정된, 식민지 시대 전신법(Telegraph act)을 부활시켜 법원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정을 소리소문없이 도입하면서 인터넷 차단이 더욱 확대되었다.

인도에서 인터넷 폐쇄는 거의 일상적이다시피 한다. 지난 7월 하리아나 주에서는 힌두 민족주의 우파 단체가 집회를 연 뒤 집단 소요가 발생해 며칠 동안 인터넷이 끊기기도 했다.

또, 3월 초에는 선동적 분리주의 운동의 지도자가 경찰의 단속망을 피해다니자 펀자브 주 전역에 인터넷 폐쇄령이 내려졌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시험 기간에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인터넷이 차단되는 일이 잦다.

BJP 정부는 법과 질서를 내세우며 인터넷 탄압을 정당화하면서, 내무부 장관 아미트 샤는 인터넷을 차단함으로써 카슈미르 같은 지역에서 “유혈 사태를 방지”하고 “어린이들을 구출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증거가 매우 박약한 주장이며, 오히려 인터넷 폐쇄는 모디 정부의 언론 탄압과 시민의 자유 증대를 가로막는 데 기여하고, 인권 유린과 폭력을 조장한다고 말한다.

마니푸르 주에서는 젊은 쿠키족 여성이 발가벗겨지고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모바일 고발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는 데 3개월이 넘게 걸렸다.

그 사이 가짜뉴스들이 난무하고 가해자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와 관련 마니푸르 주의 쿠키족 인권운동가인 수안 나울락은 “국가가 이야기를 통제하고 의제를 독점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인터넷을 장기간 차단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인터넷 자유 재단(Internet Freedom Foundation)’ 의 정책 책임자인 프라틱 와그레는 주와 국가 차원에서조차 인터넷 차단 절차와 주체에 대한 책임과 투명성이 부족한 점도 “매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도 법에 따라 정부는 15일 이상 인터넷을 차단할 수 없으며 모든 명령은 공개적으로 집행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고, 그는 말했다.

마니푸르 주의 경우 인터넷 차단과 관련해 7월 25일 이후부터는 추가 차단 명령이 발표되지 않은 채 지난 토요일 바이렌 싱 주지사가 모바일 인터넷을 다시 가동한다는 결정을 갑자기 발표했다.

관련해서 인도 의회에서는 인터넷 규제를 감시하는 초당적 모임의 의원들이 인터넷 폐쇄에 대한 문제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무시되기 일쑤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듯이 인터넷 차단으로 가장 고통받는 계층은 빈곤한 사람들이다.

인도에서 대부분의 복지 제도는 모두 온라인으로 디지털화되어 있으며, 인터넷이 없으면 해당자들이 공공 혜택과 현금 지원을 받을 수 없으며, 극빈층에 제공되는 식량 보조금을 받기 위해 등록조차 할 수 없다.

“인터넷 차단은 먹을 권리, 노동할 권리, 치료받을 권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디지털 문맹자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Libtech India’의 선임 연구원인 차크라다르 부다는 이렇게 강조했다. 

“단순히 불편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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