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아버지 코치의 강압이 빚은 노르웨이 유명 육상 가족의 불화
[월드 프리즘] 아버지 코치의 강압이 빚은 노르웨이 유명 육상 가족의 불화
  • 유진 기자
  • 승인 2023.11.12 06:48
  • 수정 2023.11.12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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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코치로 자녀들을 무섭게 가르칠 경우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벌어질 수 있는 일들
2019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의 헨릭과 필립, 야콥 잉에브릭트센 형제 [사진 = CNN캡처]
2019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의 헨릭과 필립, 야콥 잉에브릭트센 형제 [사진 = CNN캡처]

한국이 낳은 세계적 축구 스타 손흥민 선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축구를 가르쳐 준 그의 아버지에 대해 깊은 감사의 뜻을 나타낸 바 있다.

“저에게는 아버지이기도 하면서 축구 선배이기도 하고, 축구 스승이기도 한데, 다르게 보면 이 세상에 딱 하나 밖에 없는 분입니다. 아버지가 없었다면 저도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매일 아침 일어나면서 잠들기 전까지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손흥민의 이런 태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손흥민 아버지의 특별한 교육법’ 또한 손흥민만큼이나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그러나 부자지간의 운동 교습이 정말 순탄하기만 했을까?

CNN방송은 "한국의 손흥민 가족처럼 노르웨이에도 아버지가 코치로서 아들들을 가르쳐 세계적 육상 스타들로 만든 대단히 유명한 스포츠 가족이 있는데, 한국의 손흥민 가족과는 다르게 아들들이 성인이 되면서 아버지의 강압적인 지도에 반발해 가족이 엄청난 불화를 겪고 있다"며 그 사연을 보도했다. 

지난 2021년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 스타디움의 그늘진 구석에서 한 아버지가 눈가의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는 방금 자신의 20세 된 아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1,500미터 결승전에서 라이벌인 케냐의 티모시 체루이요트를 끈질기게 추격한 끝에 마지막 코너를 돌며 추월해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는 순간을 감격에 겨워하며 지켜보았다.

그 순간은 모든 부모에게 생애 최고의 감동적인 순간이라 할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가 그 아들의 성취에 결정적 영향을 줄 정도로 어려서부터 육상을 지도해 왔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7명의 자녀 중 3명의 육상 코치였던 예르트 잉에브릭트센이 바로 그런 아버지였다. 그는 헨릭과 필립, 그리고 2년 전 도쿄올림픽 육상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야콥 잉에브릭트센의 아버지이자 코치였다.

그러나 오늘날 잉에브릭트센 가족은 해체 수준의 갈등을 겪고 있다. 잉에브릭트센의 세 형제가 작년에 아버지와의 코칭 관계를 끝내면서 노르웨이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유명한 스포츠 가족의 불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 형제는 자신들이 더 이상 아버지의 코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에는 아버지의 공격적이고 강압적인 지도가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공개석상에서 아버지가 신체적 폭력과 위협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발행된 노르웨이 매체 VG와의 인터뷰에서 헨릭, 필립, 야콥 3형제는 “우리는 어려서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아버지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느낍니다.”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그냥 감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아버지의 강압에 부닥치면서도 그냥 견뎌 나갔습니다. 그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우리가 너무 순진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2년 전, 아버지의 코칭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기 몇 달 전까지 “폭언과 체벌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인 예르트 잉에브릭트센은 이러한 비난을 부인했다. 그는 변호를 대리하고 있는 엘덴 아드보카트피마를 통해 CNN에 보낸 성명에서 “내 아들들의 말은 근거가 없습니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제가 아버지로서 약점이 많고, 늦기는 했지만, 코치 역할에 과도한 비중을 두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노르웨이 경찰은 형제들의 주장에 따라 예르트 잉에브릭트센에 대한 ‘예비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제 형법상 ‘아는 사람에게 당한 학대’와 관련된 정식 수사가 개시되었다고 밝혔다.

담당 형사인 테레세 브라우트 보게는 CNN에 “이는 경찰이 이 사건에 범죄 정황이 있는지 여부를 밝히는 조사 단계에 돌입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르트의 변호사인 존 크리스티앙 엘덴은 그의 의뢰인이 아직 형사 범죄로 기소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 고객은 무죄를 확신합니다”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매체인 VG와의 인터뷰에서 아들들은 아버지에게 받은 학대나 신체적 폭력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반면에 이들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된 지 며칠 후, 또 다른 아들인 마틴 잉에브릭트센은 아버지를 옹호하면서 VG에 “저는 아버지에게 공포를 느낀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늘 친지들이 찾아오고, 아버지와 함께 즐겁게 여행도 다니는 분위기 속에서 아버지에게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솔직히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나 야콥 잉에브릭트센은 지난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족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 관계에 대해서 “아버지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어서 늘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합니다. 그는 불안하고 신경질적이어서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내고 화를 냅니다.”라고 털어놓은 바가 있다.

야콥 잉에브릭트센이 도쿄올림픽 1500미터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순간 [사진 = CNN캡처]
야콥 잉에브릭트센이 도쿄올림픽 1500미터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순간 [사진 = CNN캡처]

노르웨이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가족’

헨릭(32), 필립(30), 야콥(23)은 모두 중장거리 육상 선수이다. 그들 중 야콥은 세계 기록 및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고 실내 육상 1,500m와 2,000m의 기록 보유자이다.

VG의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허먼 폴빅은 CNN에 “야콥은 축구 선수인 엘링 홀란드, 마르틴 외데고르, 프로 골퍼인 빅토르 호블란과 함께 노르웨이에서 가장 유명한 운동선수 중 한 명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잉에브릭트센 가족이 노르웨이에서 유명 인사가 된 것은 육상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2016년에 방영된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팀 잉에브릭트센’을 통해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가족의 역동성, 특히 예르트 부자간의 아버지와 코치 관계를 흥미롭게 그렸다.

폴빅은 “노르웨이에서 왕족 다음으로 유명한 가족일 겁니다”라고 말했다. 

부자간의 관계는 야콥이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2022년 2월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들들은 지난 10월 19일 VG의 보도를 통해 언론의 관심 때문에 가족 불화를 털어놓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들은 “속내를 털어놓지 않고도 아버지와 무난히 결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문제가 확대되면서 너무 커져 버렸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지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이와 함께 그들은 현재 상황을 ‘가족간에 있을 수 있는 갈등’으로 묘사하며 ‘모두가 평화롭게’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버지 예르트 잉에브릭트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일이 이렇게까지 몰린 상황”을 한탄했다.

“우리 가족은 수년 동안 TV 시리즈, 인터뷰 등을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처럼 공인이나 마찬가지인 가정에서 폭력이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우리는 좋든 싫든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노출된 가족입니다.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모르겠지만, 노력할 겁니다.”

한편, 잉에브릭트센 부자간의 관계는 아버지 예르트가 현재 올해 세계 선수권 대회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노르웨이의 다른 육상 선수인 나르베 길리에 노르다스의 코치를 맡으면서 더욱 꼬이고 있다.

이와 관련 노르웨이 육상 연맹은 최근 예르트가 내년 세계 실내 육상 선수권 대회와 유럽 선수권 대회 등 국제 대회에서 코치 자격을 부여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맹은 두 차례나 성명을 내고 선수들의 “안전한 환경”을 거론하며 잉에브릭트센 형제의 발언을 언급했다. 연맹은 또한 예르트가 내년 파리올림픽에서도 육상 코치 역을 맡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르베 길리에 노르다스 선수는 며칠 내에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황이 너무 터무니없게 돌아간다고 말하며 예르트 코치와 계속 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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