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청년이 상하이의 한 백화점 계단 밑을 몰래 내집처럼 꾸미고 6개월간 생활하다가 적발됐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 남성은 백화점 계단 아래 숨겨진 공간에 임시 거처를 만들고, 반년 넘게 살았다.
10제곱미터의 협소한 공간에도 불구하고 이 남성은 텐트, 매트리스, 컴퓨터, 테이블, 의자까지 갖춘 꽤 아늑한 공간을 만들었다. 그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주기적으로 백화점 통로에 나와 노트북, 휴대폰, 심지어 전기주전자까지 충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남성은 몇 달 전 쇼핑몰 경비원에 의해 처음 발견됐으나 대학입시 공부를 위해 조용한 장소가 필요하다고 애원해 그 경비원이 눈을 감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가오카오(gaokao)’라 불리는 중국의 대학입시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로 유명한데, 이틀간 진행되는 올해 시험에는 약 1,300만 명이 응시했으며 합격한 학생은 50%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입시가 6월에 치러지는데, 이 청년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그대로 머물다가 2023년 10월 30일 당국에 체포되었다.
협소한 공간에 숨어 살던 이 청년의 이야기는 생활 장면을 찍은 영상이 언론에 보도된 후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게 되었다. 이 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그가 임대료를 절약할 수 있는 기막힌 방법을 찾아냈다고 칭찬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동영상 공유 앱인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Douyin)’의 한 사용자는 “상하이 같은 도시에서 임대료를 절약할 수 있는 정말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무료로 전기, 인터넷, 물을 사용할 수 있고, 화장실도 수십 개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더우인’ 사용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상하이의 평균 임대료는 평방미터당 월 15달러 정도이다. 이는 100제곱미터 아파트의 월 평균 가격이 약 1,500달러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대학 졸업장이 없는 젊은 세대에게는 벅찬 금액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쇼핑몰 안에 거처를 마련하고 숨어 산 사람은 이 청년 뿐이 아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의 한 쇼핑몰에서 사용하지 않던 공간을 거처로 삼고 살았던, 예술가 마이클 타운센드인데, 그는 그곳에서 4년 넘게 살다 체포되었다.
‘미러(mirror)’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타운센드는 2000년대 초 한 달에 350달러에 한 아파트를 임대해 살았는데, 이 아파트가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팔려 고급 주거 단지로 바뀌게 되자 노숙자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현재 새로 바뀐 건물의 임대료는 한 달에 2,000달러가 넘는다.
그래서 타운센드는 이 개발자의 또 다른 부동산인 쇼핑몰에서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부동산 개발자는 미개발 지역을 발굴해 개발하는 일을 합니다.”
타운센드는 ‘미러’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찬가지로 나도 그의 거대한 쇼핑몰 건물에서 사용되지 않는 공간을 발견한 겁니다. 그래서 나도 그것을 활용할 시민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타운센드는 쇼핑몰 내 사용되지 않은 750평방피트 규모의 공간에 새집처럼 부엌 시설과 오락기 등을 비치하고 4년 동안이나 살았다. 결국 그 공간은 쇼핑몰 보안요원에 의해 발각되었고, 그는 당국에 체포되어 무단 침입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제레미 워크맨이 제작한 ‘타운센드의 임시 집’이라는 다큐멘터리가 현재 촬영 중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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