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인포데믹' 음모론과 과학 불신 시대 극복하기...의사들이 환자 마취시켜 놓고 코로나19 백신 주입한다?
[월드 프리즘] '인포데믹' 음모론과 과학 불신 시대 극복하기...의사들이 환자 마취시켜 놓고 코로나19 백신 주입한다?
  • 유진 기자
  • 승인 2023.12.03 06:30
  • 수정 2023.12.0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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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사회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부정하고 기후변화를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등 과학 및 의학, 공중보건을 불신하는 풍조는 상상을 초월한다.

CNN방송은 미국 사회에 만연한 과학 불신 풍조와 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관련 분야 의료인 2명의 공동 칼럼을 실었다.

칼럼의 저자 중 한 명인 공중보건의사 메간 레니는 응급의사이자 예일대학 공중보건센터 학장이고, 다른 한 명은 공중보건학 박사인 캐틀린 제틀리나는 전염병학자이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고문이며, 뉴스레터 ‘Your Local Epidemiologist(당신의 전염병전문의)’를 발간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한 의사 친구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그녀의 환자 중 한 명이 강력한 대장암 가족력에도 불구하고 절실히 요구되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머뭇거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환자는 의사들이 환자를 마취를 시켜놓고 몰래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한다는 터무니없는 소문을 온라인에서 들은 뒤 백신을 맞기 싫어 내시경 검사를 겁내고 있다고 했다. 그 환자에게는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어떤 설득도 통하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 전역에서 이러한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음을 목격하고 듣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디프테리아, 파상풍과 같은 위험 질병에 대한 아동들의 예방접종 비율은 감소하고 있으며, 비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정기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유치원들이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론이 증가하고, 여성의 생식(生殖) 건강과 관련된 그릇된 정보들이 판을 치며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신조어를 낳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과학, 의학, 공중보건을 불신하는 풍조를 낳으며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주 ‘퓨리서치(Pew Research Center)’가 실시한 새로운 설문조사는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 사실임을 수치로 입증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과학자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감소하고, 과학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도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번 조사는 실망스러웠지만 놀라울 정도는 아니었다. Pew, KFF, Annenberg 등은 조사 결과를 통해 지난 수년 동안 이러한 추세가 형성되고 있음을 경고해 왔다. 그 중에서도, 불행하게도, 사회인구학적으로 특정 그룹의 데이터는 다른 그룹보다 더 나쁘다.

우리는 과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붕괴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심히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팬데믹이 찾아오거나 기후 재해 또는 탄저병과 같은 생물 안보가 위협 받을 경우 신뢰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고 상상해 보자.

또, 인류의 질병 극복에 극적인 성취를 안겨준 과학 혁신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 보시라.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미국인들이 자녀의 예방접종을 거부하거나 공공보건기관이 문을 닫는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디스토피아(dystopian)적인 미래상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은 종말론적인 디스토피아에 이르지는 않았다.

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주 올림피아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에 참가한 여성이 극우 음모론 큐어넌(QAnon)을 뜻하는 큐(Q)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주 올림피아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에 참가한 여성이 극우 음모론 큐어넌(QAnon)을 뜻하는 큐(Q)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퓨리서치’ 데이터에서 일말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계층을 통틀어 아직은 과학자, 의사, 과학 자체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도가 선출직 공무원이나 언론인에 대한 신뢰보다 여전히 높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공중보건 종사자, 약사, 연구자 등 의료 전문가와 과학자를 대상으로 대장과의 의사소통 모범 사례를 더 잘 교육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과학의 의미와 과학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향상시키는지를 알기 쉬운 언어로 전달함으로써 과학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그러나 신뢰 회복 문제는 과학자와 의료 종사자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미 과중한 부담을 안고 있으며 엄청난 수준의 직장 폭력에 직면해 있다.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공중보건 인력은 지난 2년 동안 절반으로 감소했다. 불신의 물결은 솔직하고 투명한 메시지보다 목소리가 더 크고 찾아보기가 더 쉽다. 따라서 과학자와 의료 종사자들의 노력만으로 신뢰를 회복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조사 결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그룹은 서로 다른 메신저를 신뢰한다. 교사, 기업, 가족은 신뢰 회복 문제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팬데믹 기간 동안 예방접종을 거부한 사람의 20% 이상이 가족 및 친지와의 대화를 통해 예방접종에 대한 마음을 바꿨다. 총기 소유자의 경우 개인 안전 문제에 관해서는 의사보다 군대와 법집행 기관이 더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차별을 경험한 집단의 경우에는 문화적 유대감도 중요하다.

이러한 유기적 네트워크는, 인구 통계, 정치, 교육, 또는 주별 차이에 관계없이 우리가 함께 사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며 권위를 인정해줌으로써 긍정적 목표를 이루는 자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웨스트버지니아의 주 전체를 관통하는 조치가 마련된 것부터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아이허드(IHeard)’처럼 초지역적 방안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증거 기반 정보를 전파하기 위해 비보건 전문가 네트워크가 유지 관리되고 자금이 지원되었다.

이런 네트워크들은 아편(opioid)과 같은 다른 공중보건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또, 코네티컷의 ‘DataHaven’과 같은 데이터 공유 노력은 도시 지역이 건강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여기에 예일대학의 ‘기후 변화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Yale’s Climate Change Communication project)’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파트너십도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참여적이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최신 뉴스를 이해하고 공유하는 방법을 퍼뜨릴 수 있다.

소셜 미디어도 신뢰 회복에 한몫 할 수 있다. ‘국립 의학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Medicine)’는 ‘의료 전문 학회 협의회(Council for Medical Specialty Societies)’ 및 WHO와 협력해 소셜 미디어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메신저들”을 식별하고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메신저들은 콘텐츠 제작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전문가와 일반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이 제안을 우선순위로 받아들인 유튜브(YouTube) 같은 기업에 찬사를 보내며 더 많은 기업들이 이를 본받기를 바란다.

사실과 이야기를 결합함으로써 과학과 공중보건이 어떻게 우리를 보호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대중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백신과 치료법에 대한 신뢰 뿐만 아니라 깨끗한 물, 맑은 공기, ABS 브레이크, 금연 구역, 일반의약품 임신 테스트기, MRI 기계에 대한 신뢰 문제도 있다. 이러한 발견, 정책 및 기술 각각은 우리가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어떤 식으로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결국 우리가 과학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면 우리 모두가 공중보건 전달자가 되어야 한다. 대중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지역 사회와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과학의 필수적인 역할이다. 이제 우리가 훈련과 행동으로 이를 입증할 때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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