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독일의 ‘Never Again’ 논쟁
[이-팔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독일의 ‘Never Again’ 논쟁
  • 유진 기자
  • 승인 2023.11.26 06:46
  • 수정 2023.11.2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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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하버마스는 ‘Never Again(다시는 안 된다)’ 원칙은 유대인의 생명과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보호하겠다는 독일의 약속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 = ATI]
위르겐 하버마스는 ‘Never Again(다시는 안 된다)’ 원칙은 유대인의 생명과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보호하겠다는 독일의 약속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 = ATI]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중동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독일 지식인층에서는 ‘Never Again(다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묵계를 놓고 논쟁이 불붙고 있다고, 24일(현지 시각) 가디언이 보도했다.

독일 사회에서 ‘Never Again’은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대량 학살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반영하는 용어이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Never Again(다시는 안 된다)’는 나치가 주도한 유럽 유대인 홀로코스트의 공포 이후 독일을 지배하는 정치적 정체성의 핵심 신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은 이 용어의 진정한 의미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독일의 지식인 사회를 갈라놓고 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네오마르크스주의 ‘비판 이론(critical theory)’을 따르는 몇몇 저명한 독일 및 해외 학자들은 최근 가디언에 게재한 서한을 통해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이 학파의 회원인 위르겐 하버마스(94)를 비판했다.

그들은 ‘Never Again’은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집단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이스라엘 유대인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학살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앞서, 지난 11월 13일 위르겐 하버마스 등 일부 지식인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는데, 하버마스는 이 성명에서 ‘Never Again’ 원칙은 무엇보다도 유대인의 생명과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보호하겠다는 독일의 전통적 약속에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력과 정의(power and justice)를 주제로 한 저술 활동으로 계몽주의(Enlightenment) 철학을 계승한 당대의 철학자로 묘사되곤 하는 위르겐 하버마스는 지난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군사적 보복은 “근본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스라엘의 보복에 의한 가자지구의 유혈 사태를 대량 학살에 비유하는 것은 수용 가능한 논쟁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운명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행위에 집단 학살을 대입하는 것은 판단 기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성명서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성명서 작성에는 하버마스 외에도 정치학자 라이너 포르스트와 변호사 클라우스 귄터, 평화운동가 니콜 다이텔호프도 참여했다.

이 성명에 대응해 수요일 다른 프랑크푸르트학파 회원들이 공개한 서한은, 하마스 공격과 인질 나포에 대한 하버마스의 비난을 투영하면서도 하버마스와 성명 참여자들의 주장에 반영된 “연대(連帶)의 명백한 한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하버마스 등의) 성명이 밝힌 인간 존엄성에 대한 우려는 죽음과 파괴에 직면해 있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는 미치지 않았다.”

이 서한은 이렇게 주장했다.

(왼쪽부터) 악수하는 막스 호르크하이머 테오도어 아도르노. 뒤쪽에 하버마스도 보인다. [사진 = ATI]
(왼쪽부터) 악수하는 막스 호르크하이머 테오도어 아도르노. 뒤쪽에 하버마스도 보인다. [사진 = ATI]

“뿐만 아니라 이슬람 혐오가 증가하고 있는 독일의 무슬림들에게까지 확장되지 않았다. 인간 존엄성의 원칙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때 비로소 연대는 성립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무력 충돌로 피해를 입는 모든 사람들의 고통에 주의를 기울이고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

이 서한은 이렇게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는 이 성명이 전쟁 범죄 및 집단 처벌, 박해, 학교, 병원, 예배 장소를 포함한 민간 기반 시설의 파괴 등 반인도적 범죄를 금지하는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 우려한다.”

끝으로 이 서한은 “(서한에 서명한 참여자) 모두가 현재 가자지구의 상황이 대량 학살에 대한 법적 기준에 도달했다고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가 충분히 논쟁할 수 있는 문제라는 데 동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유엔 전문가 그룹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대량 학살 선동이 증가하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를 부인했다.

100명 이상이 참여한 이 서한에는 직접 프랑크푸르트학파 출신이거나 이 학파의 ‘비판 이론’ 전통을 수긍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뉴욕 사회 연구 신생 학파(New York’s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소속의 여러 학자들이 참여했다. 그밖에 다른 참여자로는 경제학자 아담 투즈, 법률 역사가 새뮤얼 모인, 철학자 아미아 스리니바산과 낸시 프레이저가 있다.

1923년에 설립된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자유주의적인 유럽 사회에서 파시즘의 부상을 이해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철학과 사회 이론에 도입했다.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Adorno)의 제자였던 위르겐 하버마스는 시장 자본주의 내에서 운용되는 민주 사회를 지향하는 지적 토대를 설파하면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창립 멤버들보다 더 낙관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하버마스 등의 성명은 독일 정치를 지배하는 강력한 초당적 친이스라엘 정서를 반영한다. 그리고 하버마스 등과 결이 다른 진보적 ‘프랑크푸르트학파’ 회원들 사이의 성명전은 올라프 숄츠 총리의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중도좌파와 자유주의 정당 3개가 지난 11월 7일 제출한 결의안에 대한 동의를 배경으로 불붙고 있다.

이 결의안은 유대인에 대한 증오, 보이콧(Boycott), 권리 박탈(Divest), 제재(Sanction)를 지지하는 ‘BDS’ 운동 단체에 자금 지원을 철회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 결의안이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잠재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베를린시 상원은 독일 베를린 노이쾰른 지역의 ‘오윤(Oyoun) 문화 센터’가 좌파 유대인 단체의 철야 집회를 허가하자 이 단체에 자금 지원을 철회하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하마스에 억류됐던 인질 석방 [AP 연합뉴스]
하마스에 억류됐던 인질 석방 [AP 연합뉴스]

 

yoojin@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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