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내년 선거를 치를지 말지...갈등에 휩싸인 우크라이나
[우크라 줌인] 내년 선거를 치를지 말지...갈등에 휩싸인 우크라이나
  • 유진 기자
  • 승인 2023.11.27 05:39
  • 수정 2023.11.27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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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을 시찰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전선을 시찰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보통 때라면 우크라이나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와 전쟁 중인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치러야 하는지를 놓고 우크라이나에 갈등이 일고 있다고, 26일(현지 시각) BBC가 보도했다.

전쟁 중에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는 예정대로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몇 달 동안 열띤 논쟁을 벌여왔다. 우크라이나에서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내려진 계엄령에 따라 대통령 선거를 포함한 모든 선거가 금지되었다.

우크라이나인 상당수는 전국적인 투표로 인해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전쟁에 안 좋은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다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11월 지금은 선거를 치르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다소 수그러든 상태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 보이며,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정치적 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선거를 둘러싼 논란의 모멘텀은 정작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미국에서 더 크게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정치

2024년 있을지도 모르는 우크라이나 선거에 대한 논란은 미국 정계, 특히 공화당 내 소규모 그룹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NGO인 선거 감시 네트워크 ‘Opora’의 올라 아이바조브스카 의장은 분석했다.

그녀는 미국 공화당 내 일부 극우 성향의 의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 요구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공황당 의원들의 이러한 목소리는 점점 세를 키워가고 있는 분위기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고립주의 원칙(isolationist views)이 공화당 내에서 큰 영향력을 갖게 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가 미국 국내 정치 갈등과 엮이게 된 것이다.

비록 아직도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이것이 공화당 극우파가 내년 미국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아이바조프스카는 주장했다.

“공화당은 이미 우크라이나 문제를 대선에 개입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달 초 공화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우크라이나는 ‘민주주의의 모범 국가가 아니다’며 ‘그들은 미국이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한 올해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이 지난 8월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가 2024년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을 때 그는 공화당의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점점 커지는 미국의 정치적 목소리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핵심 동맹국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려면 미국의 계속적인 군사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월 우크라이나 TV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방해하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 중 하나는 (우리의) 선거 일정입니다. 나는 미국 공화당 내에서 우리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거를 노골적으로 거부한 적은 없다. 그는 선거를 가로막는 안전 문제, 법률, 자금 등 걸림돌들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전쟁 중에 선거를 치를 “준비”는 되어있으며, 그럴 경우 재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덧붙인 바가 있다.

그리고 이보다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TV와의 인터뷰에서 “요건이 갖춰지면 1년 이내에라도 선거를 치르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이달 초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시 선거에 대해 “유불리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의 한 민간 주거지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의 한 민간 주거지 [사진 = 연합뉴스]

국내 반발

현재의 계엄령 조건이 개선되면서 선거가 가능해진다고 해도 우크라이나가 선거를 치르는 데에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우선 안전 문제가 가장 중요하고 다음으로 우크라이나를 벗어난 피난민 유권자 문제가 있다.

우크라이나 집권당인 ‘인민의 종복당’ 대표이자 하원의원인 올레나 슈랴크는 “수백만 명의 우리 국민이 해외에 있거나 국내에서도 이재민이 되어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군인들이 …… 투표를 할 수 없거나 후보로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선거는 불가능합니다.”

여기에 주로 투표소로 사용되는 학교가 피해를 입었고, 유권자 명부를 업데이트할 수 없고, 계엄령에 따른 권리 제한과 선거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한 문제 등도 있다.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정당한 경쟁을 통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 동의한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국민 상당수가 전쟁 중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데에 반대한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11월 중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 이상이 전쟁이 끝난 후에 선거를 치르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여야 의원들도 내년에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거 실시 가능성에 모호한 스탠스를 취하면서 국내 반발이 일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야당 의원들과 언론은 정부가 2024년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정치인들도 대선 출마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선에서의 교착상태가 길어지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인기가 추락할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받으면서 그가 자신의 지지도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기를 원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1월 초 TV 연설을 통해 “지금은 선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국가와 국민의 운명이 걸린 전쟁 승리에 매진할 때”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선거 일정표는?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이자 국회 ‘국민투표 소위원회’ 위원장인 알리나 자고루이코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년 봄 임기가 만료되는 후에도 합법적인 대통령 자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헌법 108조는 현직 국가원수가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훨씬 더 오래 지속된다면 언제까지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전쟁 상황에서도 선거를 실시할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수도 있다고 자고루이코 위원장은 분석했다.
대부분의 우크라이나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전쟁이 끝난 뒤 치를 선거 준비에 지금부터 착수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바흐무트나 아우디이우카 같은 많은 도시와 마을들이 폐허 상태이다. 주민 대부분도 전쟁 통에 사망했거나 해외 등에 흩어져 있다. 게다가 선거 인프라도 파괴된 상태이다. 이런 상태라면 평시에도 선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투표를 할 유권자의 문제가 있다. 피난 중인 800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 중 상당수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신속하게 복귀할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정부는 해외 투표소를 확대하는 방안을 외국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올레나 슈랴크 의원은 주장했다.

“우편 투표나 온라인 투표 등 대안적인 투표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합니다. 이 모든 사항은 법률 변경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런 행위들이 전시 선거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일까 봐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꺼린다. 이에 반발한 시민들은 정치인들이 국가를 배신했다고 즉각 비난했다. 여기에 최전선이 사실상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국론 분열이 촉발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 정계의 지배적 분위기는 러시아와 전쟁 중에 평화 시에나 있을 법한 정치적 논쟁에 다시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합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 이유는 우크라이나 내부보다는 우크라이나의 서방 동맹들의 정치 때문일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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