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자본주의 시대는 지나가고 ‘테크노 봉건주의’가 도래하고 있다"
[월드 프리즘] "자본주의 시대는 지나가고 ‘테크노 봉건주의’가 도래하고 있다"
  • 유진 기자
  • 승인 2023.12.29 08:11
  • 수정 2023.12.3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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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상인들이 한 해 중 가장 바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식당, 식료품점, 장난감 가게, 전자제품 매장, 선물용 의류 매장 등에 손님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이를 보면 자본주의가 완벽하게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심을 제기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그리스 경제부장관을 지낸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로뉴스>는 29일(현지 시각) 전통적 자본주의가 쇠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사망했다는 야니스 바루파키스의 주장에 대해 보도했다.

그는 자본주의가 왜 죽었다고 생각할까? 그는 다름 아닌 아마존(Amazon)과 알리바바(Alibaba) 등 빅테크들이 자본주의 사망의 주범들이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가 정말 종말을 고한다면 다음에는 무엇이 찾아 올까?

“논란의 여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나는 자본주의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바루파키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에에 따르면, 인류는 다시 봉건제로 회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봉건제도는 산업혁명과 중산층의 부상으로 작별을 고한 그 봉건주의가 아니라 새롭게 대두된 “테크노봉건주의(technofeudalism)”이다.

봉건제는 영주가 가신들에게 봉토를 부여하고, 가신들은 그 대가로 군사적 의무 등을 지는, 토지 소유 및 의무에서 상하 관계를 특징으로 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바루파키스가 말하는 현대의 ‘테크노봉건제도’ 하에서는 빅테크 소유자가 영주이고 사용자가 가신이다. 가신은 기술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자신들의 데이터를 건네준다.

이것이 바로 바루파키스가 새로 펴낸 저서 『테크노봉건주의 : 무엇이 자본주의를 죽였는가』에서 묘사한 자본주의의 죽음이다.

바루파키스는 온라인 소매 빅테크인 ‘아마존’을 현대판 영주의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그는 아마존이 굴러가는 구조가 마치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은 “영주의 부 축적이, 비영리 같지만 일종의 임대 구조에 바탕을 둔 ‘클라우드 영지(a cloud fiefdom)’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봉건제도와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마존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가격의 30~40%는 시장이 아니라 제프 베이조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바루파키느는 책 『테크노봉건주의 : 무엇이 자본주의를 죽였는가』에서 철강 공장 노동자로 살다 2021년 96세로 사망한 그의 아버지에게 편지 형식으로 ‘테크노봉건주의’를 설명한다.

그는 그의 아버지 시대의 삶의 방식이 부럽다고 말한다.

“(아버지 세대는) 몸을 돌보지 않고 일을 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내 것을 확보하는 울타리는 만들 수 있었으며, 그 안에서 자율적이고 주체적이며 자유로움을 누릴 수는 있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테크노봉건주의”가 그 울타리를 허물었다.

“우리는 모두 현대판 노예 제도에 빠져버린 행복한 작은 노예들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리스 경제부장관을 지낸 야니스 바루파키스와 그가 펴낸 책 『테크노봉건주의 : 무엇이 자본주의를 죽였는가』 [사진 = ATI]
그리스 경제부장관을 지낸 야니스 바루파키스와 그가 펴낸 책 『테크노봉건주의 : 무엇이 자본주의를 죽였는가』 [사진 = ATI]

테크놀로지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그리스 경제부장관을 지냈던 바루파키스는 테크노봉건주의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다. 그는 그 미래가 밝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용자들에게서 자신들의 부 축적을 위한 권리와 기회를 뽑아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사람들의 손에 소득이 기하급수적으로 집중되는 사이 세상은 재앙을 향해 질주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술을 올바르게 사용하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현대의 테크놀로지는 선과 악 모두를 위한 힘입니다. 만약 악이 승리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잘못입니다.”

바루파키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기술은 단지 도구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 해결책은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정치적인 것이다.

하나는 빅테크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무료 서비스에 중독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에 물들 수밖에 없는 무료 앱에 중독되지 말고 돈을 내고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테크노봉건주의’의 영주가 우리를 완전히 장악할 수 없게 됩니다.”

두 번째는 회사 관련 상법을 보다 민주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는 회사의 전 직원, 특히 빅테크 기업의 직원들이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일정한 권한을 소유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대학생에게 도서관 카드를 지급하는 것과 유사하게 생각하면 된다. 이 지분은 돈으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모든 직원이 회사의 중요 결정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

바루파키스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공유 시장과 노동 시장 모두에 혁명을 일으켜 비착취적인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소유하는, 시장 기반 협동조합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러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소액의 금전적 보상도 제공될 것이다.

“희망은 나의 의무이기 때문에 나는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경험보다는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에 기대를 겁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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