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2024] 트럼프 재선 가능성을 대하는 유럽과 중국의 다른 시각
[미 대선 2024] 트럼프 재선 가능성을 대하는 유럽과 중국의 다른 시각
  • 유진 기자
  • 승인 2024.02.25 07:14
  • 수정 2024.02.2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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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안보회의’를 통해 다시 확인하는 현시점에서의 중국 외교 전략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17일(현지 시간) 뮌헨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17일(현지 시간) 뮌헨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세계 최대 안보 분야 국제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가 최근 막을 내렸다.

CNN방송은 이번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의 입을 통해 최근의 중국 외교 전략을 분석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유럽 외교관들에게 세상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중국은 “일관되고 안정적인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이 뮌헨안보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밝힌 뜻은 유럽 지도자들이 다가오는 미국 선거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으로 유럽과 워싱턴과의 파트너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방비를 충분히 내지 않는 나토(NATO) 동맹국은 지켜주지 않겠다고 경고한 이후부터 불이 붙고 있다. 이 같은 워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유럽인들에게는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유럽과의 악화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터져 나온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시기적으로 유럽을 방문 중인 왕 부장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국내 경제의 어려움과 미국과의 계속되는 마찰로 부심하는 중국에게는 유럽과의 관계 회복이 시급할 수밖에 없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중국은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주요 원칙과 정책을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유지해 격동하는 세계에서 안정을 위한 확고한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왕이 부장은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중국과 유럽은 “지정학적, 이념적 혼란을 피하고” 협력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왕 부장의 주장은 중국과의 관계 안정을 희망하는 일부 유럽 수도에서는 솔깃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회복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분석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주말 뮌헨에서 열린 국제 안보회의 소식은,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47세를 일기로 수감 중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뉴스 가치 순위가 밀려났지만, 왕이 부장의 행보만큼은 나발니의 수상한 죽음 및 러시아와의 관계와 관련해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회의에 참석한 지도자들은 나발니의 죽음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권의 소행이라고 비난했으며, 지난주 금요일 터져 나온 분노는 러시아에 고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운명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왕이 부장이 유럽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지정학적 차이가 긴밀한 협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 독일마샬펀드(GMF)’ 싱크탱크의 방문 선임 연구원인 노아 바킨은 이렇게 분석했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은 속내는, 중국은 유럽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입장과 정책, 즉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와 왜곡된 무역 관행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러시아 관계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은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국 관계를 강화해 왔다. 이후 러시아의 침략을 비난하지 않는 대신 양비론을 주장하는 중국은 제재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 경제의 핵심 생명줄로 떠올랐다.

유럽에서는 이 때문에 중국의 글로벌 야망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불거졌고, 이는 유럽연합(EU)의 중국에 대한 정책 재조정을 낳았다.

지난 토요일 뮌헨에서 열린 패널 토론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 행보의 유사점을 설명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은 시진핑의 대만 침공 야욕을 막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수석대표는 금요일 왕이 부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이 러시아 지원을 자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방 정부들은 아직까지는 중국이 러시아군을 광범위하게 돕고 있다는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이러는 가운데 유럽연합이 러시아의 야욕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중국 본토 3개 기업에 대한 무역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지난주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대한 CNN의 질의에 중국 외교부는 “중·러 협력을 핑계로 중국에 대한 불법 제재나 ‘확대 관할법(long-arm jurisdiction)’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중국과 러시아 기업 간 ‘정상적인 교류’는 제3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국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주요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짜면서 지난 주말 뮌헨에 모인 청중들에게 중·러 관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려 노력했다.

그는 “러시아는 중국의 가장 큰 이웃 국가”라며 “두 나라 관계는 동맹도 아니고 제3국을 목표로 하지도 않는다는 평소의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또 “꾸준히 성장하는 중·러 관계는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며, 아시아태평양과 세계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진 공개 토론에서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안보회의 의장이, 중국이 러시아를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왕 부장은 “중국을 비난하거나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려는” 시도라고 되받아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은 평화회담을 촉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왕이 부장은 지난주 토요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는 중국은 “분쟁 지역이나 분쟁 당사자에게 치명적인 무기를 판매”하지 않으며, 평화를 재건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중국이 경제적 지렛대 및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포함한 러시아와의 정기적인 고위급 소통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분쟁을 종식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는 유럽의 희망에 훨씬 못 미쳤다.

작년 뮌헨안보회의에서 왕이 부장이 스스로 주도한 평화 중재자 역할도 가시적인 결과를 낳지 못했었다. 당시 중국이 제시한 전쟁의 ‘정치적 해결’ 계획은 러시아군의 사전 철수 없이 휴전부터 요구했기 때문에 러시아의 영토 점유를 공고히 하는 데에만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널리 비판을 받았었다.

또한 중국이 우크라이나의 후원으로 스위스에서 열릴 ‘세계평화정상회의(Global Peace Summit)’에 참석할지도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외교장관 쿨레바는 X(트위터) 에 올린 성명에서 왕 부장과의 회담에서 이 행사 참석을 제안했다고 밝혔지만, 베이징의 보도자료에는 이 행사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 = 연합뉴스]

트럼프 재선 가능성 문제

이와 같은 배경을 전제로 관측통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중국의 태도를 대하는 유럽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려는 왕 부장의 명백한 시도가 유럽연합 내에서 거의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한 중국에 대한 유럽연합의 정책은 미국과 더 긴밀히 협조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유럽연합이 경제 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관점에서 핵심 기술에 대한 수출 제한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런던 소재 ‘채텀 하우스’ 싱크 탱크의 중국 선임 연구원인 류지에는 이렇게 분석했다.

유럽연합은 중국산으로 야기된 유럽 공급망 위기를 탈피하고, 중요 기술을 보호하며, 인위적으로 값싼 중국 제품으로부터 유럽 시장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유럽이 미국의 영향을 과도하게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왕 부장은 또한 뮌헨에서 이러한 유럽의 조치에 대해 반박을 시도하며 “‘위험 탈피(de-risking)’를 내세우며 중국을 말살하려는 세력은 역사적인 실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왕이 부장은 안보회의와 별도로 유럽의 여러 상대를 만난 뒤 스페인으로 향했다. 그는 이번 주에는 프랑스를 방문할 예정이다.

관측통들에 따르면, 왕 부장은 경제 관계 증진에 관심이 있는 개별 유럽연합 회원국들 및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 국가들과의 관계 안정화에서 기대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완전히 미국 편에 서는 것이 유럽 국가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트럼프 요인’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홍콩 시립대학교 조교수인 류동슈는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는 유럽 내 미국 동맹 시스템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활용해 유럽산 제품에 대한 수입 보복 조치를 촉발시킨 바가 있다.

“왕이 부장은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 때 유럽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좀 더 중립적이 되도록 설득할 겁니다.”

류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포함해 지난 1년 동안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다지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왕 부장은 이를 토대로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 독일마샬펀드(GMF)’의 바킨 연구원은 “유럽 국가들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중국, 미국과의 양면 무역 갈등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최대 악몽은 무역, 기술, 안보 문제에서 미국과 유렵이 단일 전선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중국은 트럼프의 말을 이용해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유럽에서 강조할 것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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