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자포리자 원전에 재앙이 발생할 경우 유럽의 대책은?
[월드 프리즘] 자포리자 원전에 재앙이 발생할 경우 유럽의 대책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4.20 06:18
  • 수정 2024.04.20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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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방문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앞에서 러시아군이 경비를 서고 있다. IAEA 사찰단은 자포리자 원전의 핵 재난을 막기 위해 이날 원전 현장에 도착, 사흘 일정의 임무에 착수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022년 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방문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앞에서 러시아군이 경비를 서고 있다. IAEA 사찰단은 자포리자 원전의 핵 재난을 막기 위해 이날 원전 현장에 도착, 사흘 일정의 임무에 착수했다.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러시아가 장악한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공격, 유럽 일대에 초비상이 걸렷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통제하는 자포리자 원전 관계자들은 이날 우크라이나 군용 드론이 자포리자 원전 6호기를 포함해 이 발전소 시설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전투 끝에 러시아의 통제 하에 들어갔다.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핵 재앙 가능성의 우려 속에서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반복적으로 경고를 표명해 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최전선에 인접에 있는 이 발전소를 상대방이 공격했다고 서로 비난해왔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유로뉴스>는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을 점검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우크라이나 남동쪽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모스크바에 의해 점령된 이 발전소는 종종 전투의 현장이 되면서 국제 전문가들의 걱정거리가 되어왔다. 

그러다 보니 일부 전문가들은 체르노빌과 유사한 핵 재앙을 경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지난 7일 드론이 이 발전소를 공격해 양측이 책임을 놓고 비난전을 벌이기도 했다. 

자포리자 원전에 자폭 드론을 발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전 IAEA(국제원자력기구) 수석 핵 조사관인 로보터 E. 켈리는 <유로뉴스>에 밝혔다. 

그러나 “이런 드론들 때문에 원전이 폭발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IAEA는 이번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면서도 이로 인해 자포리자 원전에서 구조적 결함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오늘날에는 체르노빌 같은 시나리오는 ‘가능성 제로’

자포리자 원전을 목표로 하는 공격들로 몇 차례 정전이 발생했었다.

엄밀히 말하면 원자력발전소에 정전이 발생하면 대단히 위험하다. 전력 공급이 끊어지면 원자로를 냉각시킬 수 없게 돼, 과열되면서 체르노빌처럼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고 켈리 조사관은 설명했다.

“체르노빌의 원자로는 냉각수가 들어있는 상태에서 온도가 최고치까지 오른 겁니다. 그 결과 내부의 물이 순식간에 증기로 변해 원자로 건물을 산산조각낸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원자로는 완전히 다른 표준에 따라 건설됩니다. 체르노빌형 원자로는 핵 반응을 제어하기 위해 수많은 가연성 흑연을 포함하고 있지만, 자포리자의 가압수형 원자로(PWR)는 그렇지 않습니다.

“체르노빌에서는 불타는 흑연이 화재가 진압될 때까지 며칠 동안 방사성 동위원소와 재를 대기 중으로 뿜어냈습니다. PWR에는 그러한 가연성 문제가 없습니다. 바로 큰 장점이지요. 물은 불에 타지 않습니다.

“또한 체르노빌의 원자로는 증기 폭발과 대규모 화재로 대파된 일반 건물 내부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참사를 일으킨 겁니다. 반면에 PWR(극소수의 오래된 러시아 원자로를 제외하고)은 증기 폭발을 이겨내도록 설계된 거대한 콘크리트 및 강철 돔 내부에 건설됩니다. 따라서 만일의 경우 폭발이 일어난다고 해도 방사성 동위원소가 대기 중으로 누출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출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 밖에 더 많은 요소들이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같은 재앙을 방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자포리자 원전에 정전이 발생했을 때 자포리자 인근에 있는 우크라이나 최대의 석탄 화력 발전소 및 디젤 발전기와 같은 다른 발전소들에서 전기를 끌어올 수 있었다. 이는 정전으로 인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자포리자의 원자로들은 완전히 가동되었던 체르노빌 원자로와 달리 현재 폐쇄 상태이다.

그리고 모스크바의 점령에 들어간 상태에서도 원전 직원들은 대부분 현 위치를 지키고 있어, 원전이 잘못될 위험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러시아 점령 하에서도 자포리자에 그대로 머물면서 2년 동안 이 공장을 지키고 있는 우크라이나 노동자들은 영웅입니다. 그들이 아니라면 IAEA가 이 일을 떠맡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자포리자 원전에서 일하는 우크라이나 노동자들은 러시아에 협력한다고 부역자 취급을 받곤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어려운 여건에서 원전을 지키고 있으니 훈장을 받아야 합니다.”

1986년 사고 후 콘크리트 방호벽으로 덧씌워진 체르노빌 원전 4호기 원자로 [사진 = 연합뉴스]
1986년 사고 후 콘크리트 방호벽으로 덧씌워진 체르노빌 원전 4호기 원자로 [사진 = 연합뉴스]

유럽은 또 다른 핵 재앙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유럽 각국은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핵 사고에 잘 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에는 150개 이상의 원자로가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원자로가 없는 국가라도 각 국가에는 핵 대비 기관이 있다.

“2011년 후쿠시마 방사능 누출 재앙 이후 대비에 더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방사능 안전국’의 비상 대비 전문가 얀 요한슨은 이렇게 말했다.

IAEA는 세계 모든 나라들을 대상으로 ‘원자력 안전 지침(nuclear safety guidelines)’을 하달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유럽 원자력 방어 기구(HERCA)’가 각국의 원자력 안전 절차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유럽 원자력 안전 규제 그룹(EMSREG)’은 한 국가 내의 안전 절차를 관할하는 EU 기관이다.

“HERCA는 우크라이나와 관련하여 매우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만에 하나 우크라이나에서 핵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요한슨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밖의 원전 사고 대응 계획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준비가 핵심입니다.”

요한슨은 이렇게 말했다.

“무슨 변고가 일어나든, 심지어 용해가 발생한다고 해도,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뭔가 잘못되면 일반적으로는 실제 방사선 누출이 발생하기 전에 알 수 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방사선 방출에 따른 폭발)의 경우, 사고 주변 반경 5km 지역(예방 조치 구역)은 소개(疏開)된다.

위험이 감지되면 반경 25km 이내의 전체 주민(긴급 방호조치계획 구역)에 경보, 사이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경보를 발령한다.

거리와 집 모두에서 경보가 울린다. 적어도 스웨덴에서는 원자력발전소 인근의 모든 집에는 위험할 경우 경보가 울리는 무선 수신기가 구비되어 있다.

25km 이내에 있는 모든 사람은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 요한슨은 “방사능이 대량으로 누출되는 경우에도 일반 가정과 학교는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로 벙커로 피신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모든 시민은 또한 갑상선으로 방사선이 흡수되는 것을 차단하는 ‘요오드 정제(iodine tablet)’를 지니고 있다. 갑상선으로 방사선이 흘러들면 갑상선암에 걸릴 수 있다. 각 가구는 5년마다 ‘요오드 정제’를 새롭게 받는다. 그러나 요오드의 섭취 여부는 방사선 누출 규모에 따라 다르다.

주민들은 대피한 후에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소셜 미디어 등에서 당국으로부터의 실시간 정보에 촉각을 기울여야 한다.

스웨덴에서는 지역 언론도 이러한 지침을 방송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누출된 방사선의 양과 날씨에 따라 달라집니다.”

요한슨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일년 내내 여러 번 연습합니다. 우리는 꽤 효과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믿으며 당국 또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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