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보다 정도를 우선했던 ‘인간 구본무’의 발자취
지름길보다 정도를 우선했던 ‘인간 구본무’의 발자취
  • 양 동주
  • 승인 2018.05.21 10:38
  • 수정 2018.05.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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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정도 경영을 추구했던 고인의 신념이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 20일 향년 73세로 세상을 떠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창업자인 고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경 명예회장(93)의 장남이다. 1995년 회장에 취임한 고인은 23년 동안 LG그룹을 이끌며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키우는 역량을 발휘했다.

고 구본무 회장의 지휘 아래 LG그룹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1994년 말 회장 취임 당시 30조원대였던 LG그룹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160조원 규모로 불어났다. 비결은 과감한 해외시장 개척에 있다. 해외 시장 매출은 취임 당시 10조원에서 지난해 말 110조원대로 급증했다. GS, LS, LF, LIG 등이 그룹사에서 떨어져 나간 가운데 거둬들인 실적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만 하다.

무엇보다 고 구본무 회장은 남다른 혜안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가 세운 전자, 화학, 통신이라는 삼대축을 토대로 그룹은 과감한 투자를 거듭했고 이 같은 전략은 제대로 적중했다.

네덜란드의 글로벌 전자기기 업체인 필립스와 합작으로 출범한 LG디스플레이는 2008년 독립 후 LCD패널 등에서 기술 우위를 통해 디스플레이 시장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고 구본무 회장 취임 직후부터 2차전지 투자를 확대한 LG화학은 현대차, GM, 포드 등 20여개 완성차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로 올라섰다.

이외에도 통신을 담당하는 LG유플러스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약 20%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LG그룹이 전장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도 고 구본무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전장사업은 각 계열사의 장점이 융합될 여지가 크다. 더욱이 경쟁사들에 앞서 시장을 선점했다는 측면도 눈여겨봐야 한다.

고 구본무 회장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인 건 단순히 그룹의 성장을 주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LG그룹=정도경영’이라는 큰 틀을 세운 주인공이라는 점이 더욱 부각된다.

고 구본무 회장은 그룹의 전권을 넘겨받은 직후 기업 슬로건으로 정도경영을 제시했다. 사실상 실적 우선주의와 결별을 선언한 것이었다. 당연히 주변의 반대가 컸다. 그러나 고 구본무 회장은 “잘못된 방법으로 1등 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며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고집스레 밀어붙였다.

정도 경영이라는 취지는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졌다. LG그룹은 2003년 국내 재벌 가운데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소수 지분으로 상호출자구조 등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던 관행과 결별한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은 대내외적으로 높게 평가받았다. 실제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LG그룹은 총수 일가나 지배구조가 논란이 되지 않을 정도로 국내 재벌 가운데 모범적이었고 노사관계에서도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GS를 비롯한 그룹사 소속 회사들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이뤄낸 점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경영권 승계 및 분리 과정에서 오너일가 골육상쟁이 빈번했던 재계 풍토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고 구본무 회장은 LG그룹이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히는데 주춧돌을 세운 인물”이라며 “검찰의 칼끝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내 재벌 총수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고인의 발자취가 얼마나 남달랐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고 평가했다.

[위키리크스한국=양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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