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늪에 빠진 조선 산업, 저가 수주 우려
해양플랜트 늪에 빠진 조선 산업, 저가 수주 우려
  • 문 수호
  • 승인 2018.05.28 06:10
  • 수정 2018.05.2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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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사진=현대중공업]

조선 업계에서 해양플랜트 사업 부문은 수주 절벽이 특히 심한 분야다. 이로 인해 물량이 나온다 해도 '저가 내지는 적자' 수주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표 조선 3사는 올해 단 한 건의 해양플랜트 수주실적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일감이 가장 급한 건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7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수주한 나스르 프로젝트 건을 마무리하면 8월 이후 일감이 없다.

지난 2014년 11월 수주한 프로젝트로 6월 중순 첫 번째 모듈을 시작으로 7월 말까지 5기의 모듈을 모두 출항시키면 일감은 동이 난다. 8월부터는 해양사업본부 3600명의 인력이 유휴인력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측에서는 지난달부터 조합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지난 2015년 이후 3차례에 걸쳐 과장급 이상 사무기술직 및 비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총 3700여 명을 정리한 바 있는데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은 처음이다.

조선 부문에서 도크가 아닌 야드에서 작업할 수 있는 물량을 최대한 공유하고, 일부 조합원들은 전환 배치시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지만 3600여명의 인력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당장 수주를 받더라도 일감이 생기기까지 12~15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수주 쟁탈전에서 타 사와 경쟁해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노르웨이 조선해운 전문매체 업스트림에 따르면 눈앞에 놓인 발주 건은 로즈뱅크 프로젝트다. 글로벌 석유회사 셰브론이 로즈뱅크 프로젝트에 투입할 해양플랜트를 건조할 조선사를 7월에 선정한다.

셰브론은 우선협상대상자를 이르면 7월, 늦어도 9월까지는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조선사로는 국내 조선 3사가 꼽히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싱가포르 셈코프마린 관계자와 만나 중요한 협의를 진행했는데 이미 기술과 가격에 관련된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감을 수주한 조선사는 최대 2조 원 정도의 신규수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이 심화되면서 저가 수주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4년 동안 중국의 저가 수주에 밀려 단 한 척의 해양플랜트 수주실적도 올리지 못했고,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들어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이번에 수주를 하더라도 2020년에나 일감이 생기기 때문에 업계 내에서는 수익보다 물량 확보를 위한 수주전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조선 업계는 심각한 적자로 인해 구조조정에 내몰리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현 상황을 만든 주범인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또다시 적자 수주가 이뤄진다면 당장 일감을 구할 순 있지만 현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기대할 것은 최근 다시 고유가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하면서 해양플랜트 발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이란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을 그리고 있다. 브렌트유는 3년 6개월 만에 80달러 선을 돌파하기도 했고 100달러 시대의 도래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해양플랜트 발주는 국제 유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4년 초반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유지될 때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경쟁적으로 해양플랜트 수주에 나섰다가 이후 유가가 곤두박질치며 경영상 위기를 맞기도 했다.

최근 유가가 상승행진을 이어가면서 셰브론 같은 글로벌 오일 메이저 업체들도 다시 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유가가 높아지고 있지만 일감이 급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경쟁이 저가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같이 커지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shmoon09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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