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칼럼] 중국 BOE의 LCD 치킨게임에서 보는 삼성-SK 반도체 미래.. 그리고 정부와 업계의 전략은
[WIKI 칼럼] 중국 BOE의 LCD 치킨게임에서 보는 삼성-SK 반도체 미래.. 그리고 정부와 업계의 전략은
  • 김 완묵 기자
  • 승인 2018.06.30 15:08
  • 수정 2018.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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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LCD 치킨게임에 이어 반도체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LCD 치킨게임에 이어 반도체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액정 디스플레이인 LCD(Liquid Crystal Display) 가격 폭락에 우리 디스플레이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팔으면 팔수록 손해를 본다'는 자조섞인 한탄도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거의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원가 수준에서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특히 TV 용으로 쓰이는 대형 LCD 패널 가격이 급락하면서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우리 디스플레이 업계는 타개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매출 비중을 늘려가면서 위기에서 조금은 비켜나 있는 모양새지만 언제든 불똥이 튈 수 있는 위치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대형 및 소형 OLED 판매 비중을 늘려 손실을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올해는 2010년대 초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내년 정도에 현재 10% 수준인 OLED 비중을 40% 수준으로 늘리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적자는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 속도가 워낙 빠르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LCD의 가격 폭락도 사실 따지고 보면 중국 업체들의 추격속도가 빠른 데서 기인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조금 더디게 쫓아왔다면 우리 기업들이 OLED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을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2~3년으로 평가되던 기술 격차가 단숨에 좁혀지면서 우리 기업들은 치킨게임의 희생양이 된 모습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업체들은 LCD 분야에서 소수 세력에 불과했지만 요즘은 공급 전쟁을 유발할 정도로 메인 세력으로 부상했다.

급기야 중국의 국영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최근에는 세계 최대 LCD 생산업체로 성장했다. 과거 현대하이닉스의 디스플레이 사업 회사인 하이디스를 인수해 기술력을 키운 업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현재 BOE는 CSOT 등과 함께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선봉장으로 이 분야 기술굴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가격에 관계없이 물량을 쏟아내면서 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업계에 전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 업체는 국영기업으로 적자를 내더라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서 공격적인 공급 확대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처지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공급 과잉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도움의 손길을 뻗을 곳조차 마땅히 없는 상태다.

이른바 중국 업체들이 디스플레이 굴기라는 미명하에 자행하고 있는 한국 업체 초토화 정책에 우리 업계는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무너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 같은 LCD 치킨 게임을 보면서 현재 한국의 주력 산업으로 부상한 반도체 분야의 미래를 본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중국 업체들로 인해 다시 한번 반도체 산업에서 치킨게임이 도래한다면 우리 업계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또 우리 산업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지금부터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이미 반도체 산업은 2000년대 말에서 201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거의 7~8년 동안 치킨게임에 시달린 바 있다. 이 당시 많은 반도체 업체들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현대하이닉스만 해도 누적적자가 늘어나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살려는 기업도 거의 없었고 마땅히 사줄 만한 기업도 없는 처지였다.

결국 SK그룹이 인수해서 지금의 SK하이닉스로 주인이 바뀌는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은 어떤 업종에서도 볼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게 다반사다. 최근 몇 년 새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으로 정리되고 현재는 초호황 국면을 맞고 있지만 한가롭게 지켜볼 일은 아닌 셈이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 고도화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굴기를 최대 역점사업으로 삼고 있다. 중국은 한 해 3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반도체 수입을 줄이기 위해 2020년 반도체 IC의 40%를, 2025년에는 70%를 국내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중국 정부가 앞장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한국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조만간 치킨게임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지금의 LCD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차별 가격전쟁(치킨게임)을 남의 일로 여기기보다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LCD와 반도체 등 중국의 첨단산업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원은 커녕, 오히려 이런 저런 규제만 산더미처럼 쌓이는 상황이다.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긴밀한 협조 속에 다시 한번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비한 전략을 치밀하게 가다듬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출 때다.

[위키리크스한국=김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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