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칼럼] 삼성전자·현대차 지배구조 '퇴로는 열어주고 압박해야'
[WIKI 칼럼] 삼성전자·현대차 지배구조 '퇴로는 열어주고 압박해야'
  • 김 완묵 기자
  • 승인 2018.07.14 13:11
  • 수정 2018.07.1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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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계 서열 1위와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정부는 뚜렷한 방안도 없이 이를 몰아치는 기세여서 자칫 외국인 투자자들만 이득을 보는 게임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그룹만 해도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이건희 회장이 와병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긴박하게 진행된 바가 있었지만 지금은 정지상태다. 삼성SDS가 증권시장에 상장을 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하는 등 거침없이 추진되는 기세였지만,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그 작업은 거의 중단되다시피 됐다.

최근에는 정부가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독려하고, 공익재단의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움직임을 보이는 등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상태다.

결국에는 삼성전자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이들 물량을 사줘야 하는데, 자금이 천문학적으로 소요되다 보니 엄두를 못내고 있다. 자칫 이러다가는 삼성그룹 및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영구 미완의 작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진보 경제학자로 분류되는 장하성 현 청와대 정책수석의 사촌동생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퇴로를 열어줄 필요성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장 교수는 최근 열린 '기업과 혁신생태계' 대담에 참석해 '장기주주 가중의결권' 도입을 권유했다. 3년 이상 주식 보유자에게 의결권 3표, 10년 이상 보유자에겐 10표를 주는 식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주식을 장기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에게 가중의결권을 줄 것을 권유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지분을 사들이지 않고서도 지배구조 개선을 도모하고 본래 사업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만 해도 가중의결권을 도입할 경우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기 위한 부담이 확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성전자, 현대차 등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등을 위해 투입하는 천문학적인 자금도 아낄 수 있다. 국부 유출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고 아낀 자금은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에 올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안전장치'가 도입되지 않을 경우 국내 대기업은 외국인 주주의 현금자동인출기로 전락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장 교수에 따르면 분기별 고배당,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는 외국인 자본이 본격적으로 들어온 이후 최근 10년간 들어온 돈의 3배가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대기업이 온갖 재주를 부려 돈을 벌지만 이것이 국내에 재투자되지 못하고 결국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누구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인지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배만 불려주는, 헤지펀드들의 먹잇감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방안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차만 해도 정부가 요구하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위해 또 외국인 주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매년 속절없이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정작 필요한 일자리 만들기에는 많은 돈을 투자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시민단체를 비롯해 경제 민주화를 강조하는 학자, 관료, 국회의원들은 '거위의 배'를 우선 가르자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부의 이전에 따른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재벌에 대한 부의 편중과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죄악시하는 분위기만 형성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들도 나온다.  국가 경제 장기 발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 교수의 경우  "포드도 가족경영이 40% 차등의결권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재벌이 밉다고 그 지분을 외국자본에 넘겨주는 건 큰일 날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또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며 "유연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신장섭 교수는 공익재단을 통한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스웨덴 최대 기업인 발렌베리와 같이 공익재단도 얼마든지 좋은 지배구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굳이 공익재단의 의결권을 제한하면서까지 압박할 필요가 있냐는 비판이다.

이 같은 주장은 대표적인 진보학자로 분류되는 최정표 KDI 원장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혹시라도 재벌을 옥죄어 정부가 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형태에 대해 그는 "재벌 기업만도 못한 지배구조"라고 비판했다. 그 일례로 포스코와 KT가 민영화된 이후 정치인 입김에 휘둘리는 독특한 지배구조가 나타났는데, 이는 가장 안 좋은 지배구조라는 것이다.

정부가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퇴로를 열어주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에서 잘 키운 '황금 거위'들이 외국자본에 헐값에 팔려나가거나 가장 안 좋은 지배구조 기업으로 재탄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위키리크스한국=김완묵 기자]

 

kwmm307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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