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ㆍ러 밀월관계 강화… 中, 무역협상 앞두고 美와 오월동주?
북ㆍ러 밀월관계 강화… 中, 무역협상 앞두고 美와 오월동주?
  • 조문정 기자
  • 승인 2019.03.29 11:45
  • 수정 2019.03.29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북아에서 중국 편승정책 취하던 러시아, 중국과 사전공감과 역할 분담?
러시아 변수의 부상은 필연적... 잘 활용해야
韓정부, 북ㆍ러 정상회담 계기로 北 추가조치ㆍ美 상응조치 취하도록 설득해야
차에서 내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연합뉴스]
차에서 내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연합뉴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심상치 않다. 미ㆍ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 배후론’의 확산이 반가울 리 없는 중국은 미국의 대북제재 압박기조에 동조하는 가운데, 동북아 정치지형에서 중국과 오랜 공조해온 러시아가 중국을 대신해 북한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한이 적극적으로 북ㆍ러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간) 6박 7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북ㆍ러 정상회담 임박설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전 담당자인 김 부장의 방문이기에 임박설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연합뉴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연합뉴스]

우리 정부도 발 빠르게 러시아로 향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최근 김 위원장의 방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비밀리에 러시아를 방문하고 28일 귀국했다고 알려졌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도 최근 한 강연에서 “북한이 만지작거리는 건 러시아 카드다. 중국에선 현시점에서 더 받을 게 없다”면서 “미국과 회담을 깨면 러시아가 어느 정도 밀어줄지 간을 볼 것이다. 김 위원장이 푸틴과 손을 잡으려고 하겠지만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밀어줄지 발을 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이 각각 포스트 하노이 전략과 미ㆍ중 무역협상 전략으로 고심하고 있는 입장에서 북ㆍ중 공조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하노이 회담의 결과를 설명하며 중국의 지지와 협력을 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바로 귀국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전후, 그리고 하노이 회담 전 시 주석과 회동하며중국과 밀월관계를 과시해왔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양국은 정상급에서 한 단계 급을 낮춰 고위급 회동을 가졌을 뿐이다.

하노이 회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 부장을 만났다. 회담 결렬 하루 뒤인 3월 1일 리 부상은 다롄으로 이동해 다롄 시장과 회동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앞둔 중국의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자 ‘중국 배후론’을 노골적으로 언급하며 불쾌감을 표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북한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것은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격이다.

[그래픽=연합뉴스TV]
[그래픽=연합뉴스TV]

중국이 직접적으로 북한의 손을 들어주지는 못하더라도 러시아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북한을 지지할 수는 있다.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다극질서를 구축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이에 기초해 양국은 다양한 지역 현안에서 각자 역할을 분담에 대응해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유럽ㆍ중동 현안에서는 러시아가 앞장서고 중국이 뒤를 받치고, 동(북)아시아 현안에서는 중국이 앞에서 끌고 러시아가 뒤에서 미는 식”이라며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이해관계 우선과 자국 내 취약한 역내 입지를 인정하고, 중국 편승 정책을 토대로 영향력 확대 기회를 조심스럽게 탐색해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가시적인 지지와 지원을 보낸다면 현재 입지가 제한된 중국과의 사전공감과 역할분담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미ㆍ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미국과의 ‘오월동주’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는 시기가 지체될 경우, 중국은 쌍중단 및 쌍궤병행으로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실익’과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외부환경 때문에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압박에 일시적으로 협조하는 ‘적과의 동침’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변수의 부상은 우리에게 양날의 검이 될 것이다. 러시아가 한반도 정세를 더욱 안정적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북핵 협상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활용 가치에 주목했다. 러시아 변수의 부상을 피할 수 없다면 이를 잘 활용하는 것도 전략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017년 7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러시아가 중국과 발표한 공동 로드맵을 언급하며“북한이 핵능력 고도화에 집중하던 2015년~2017년, 중국조차도 쌍중단만 주장할 뿐 어느 누구도 평화를 언급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러시아가 나름 선구적으로 평화로드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제시했던 3~4단계 로드맵은 한반도 핵심쟁점과 유사하고 북한 입장까지 반영해 균형을 이뤘고 현실성이 있다. 러시아가 갖고 있는 지렛대로 북한을 움직인다면 북ㆍ미 일변도로만 가서 생기는 불균형성이 보완돼 활용 가치가 있고, 북한도 러시아와 같은 지지 배경을 통해 대미 협상력을 제고하려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홍 실장은 “만약 북미 협상이 결렬되거나 무산되는 것을 넘어 중단돼 서로 등 돌리는 경우가 된다면 북한이 제3의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새로운 길이 중국과 러시아 간 밀착을 통해 지금보다 호전적이거나 강경한 군사적 선택으로 기울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장세호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한국과 더불어 교착 상태에 있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재추동하고 긍정적 결과를 창출해 내는 데 있어 상당 부분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러시아가 북한이 현재의 대화ㆍ협상 트랙으로부터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북ㆍ러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의 그릇된 상황판단과 이에 따른 군사적 도발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명확히 지적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예상되는 미국 내 협상 무용론과 강경노선 강화에 대한 견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즉, 한국과 러시아는 북ㆍ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영변지구 핵시설 폐기에 더해 추가적 조치를 약속하는 등 좀 더 과감한 비핵화 행보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고, 미국이 현실적 상응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키리크스한국=조문정 기자]

supermoon@wikileaks-kr.org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