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암 발병' 장점마을 "'재난지역' 선포해야"
'집단 암 발병' 장점마을 "'재난지역' 선포해야"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9.10.01 21:27
  • 수정 2019.10.01 2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을 '아작' 났는데...'책임 지겠다' 한 곳도 없어...'은폐' 급급"
"KT&G, 익산 비료공장에 '연초각' 매각...'불법' 운영 확인 없이 거래 지속"
"익산시, 당시 독성기준 자체 없어...공장부지 매입, 환원 등 마무리 남아"
연초박 모습. [사진=장점마을]
연초박 모습. [사진=장점마을]

1일 최재철 전북 익산 잠정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은 "장점마을은 이제 주민 80명 중 30명 이상이 암에 걸려 17명이 폐암, 간암, 위암 등으로 죽고 폐허가 됐다"며 "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앞서 이달 26일 주민 절반 가까이 암에 걸린 전북 익산 장점마을은 문제의 비료공장 금강농산에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판매, 처분한 KT&G에 발암 책임을 묻겠다고 정헌율 익산시장과 직접 KT&G 본사 사옥까지 나섰다. 주민들은 피해대책 마련과 매각한 연초박 내역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장점마을은 주민 80명 중 33명이 암에 걸리고 17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16명은 투병 가운데 있다. 암에 걸리지 않은 주민도 면역체계 약화로 피부병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장점마을 주민 전국 대비 암 표준화 발생비는 모든 암에서 2.05배다. 담낭·담도암 16.01배, 기타 피부암은 21.14배다. 

당초 퇴비로 재활용해야 했던 연초박을 유기 비료 원료로 불법 사용한 건 금강농산이지만 KT&G도 거래 기간 연초박을 원료로 매각, 제공하면서 단 한번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장점 주민들에 따르면 2003~2017년 금강농산에서 근무한 한 직원은 퇴비 생산시설을 본 적도 없고 퇴비도 생산하지 않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환경부 올바로시스템 확인 결과 금강농산은 2009~2015년 KT&G 신탄진 공장 연초박 2242톤을 비료 원료로 사용했다. 

연초박은 퇴비 원료로만 사용하면 상관 없지만 380도 고온의 가열처리 공정이 있는 유기 비료 원료로 혼합 사용하면 발암물질이 발생하는 것이다. 연초박 가열 시 발암물질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 발생한다는 내용은 국내외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민들은 집단 발암 사태 원인이 KT&G가 비료공장에 위탁, 처리한 연초박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초박 처리 여부에 따른 공급계약서와 연초박 성분분석성적서, 연초박 성분분석성적서에 따른 폐기물 분석결과서, 올바로시스템 처리에 따른 사업장폐기물 중 지정폐기물 판명기준, KT&G 계약 상대방 관리과정이나 실사조사 보고서 등을 공개 요청했지만 KT&G는 "해당 자료들과 계약 상대방 관리과정 등은 경영정보, 거래정보 등으로 대외 공개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KT&G 공식 입장은 "연초박은 폐기물관리법 및 비료관리법 등에 따라 재활용될 수 있다"며 "당사는 관련 법령을 준수해 연초박을 법령상 기준을 갖춘 폐기물 처리시설인 비료공장을 통해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또한 익산시 감사원 감사가 예정된 만큼 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 주민대책위원장은 "관리 감독 못한 모든 책임을 익산시에 돌리는 듯한 분위기"라며 "엄연히 KT&G는 10년 가량 공장에 연초박을 댔는데 어떻게 모른다, 책임 없다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연초박으로 비료 만든 것은 정말 뉴스거리"라며 "모든 걸 떠나 사람이 죽었으면 도의적으로 한번쯤은 찾아와 고개 숙이고 사죄해야 하는 게 맞는데 무응답이고 무대응"이라고 했다. 

장점마을 위쪽에 연초박·피마자박·주정박 등 폐기물을 재활용, 혼합 유기질 비료를 만드는 금강농산이 들어선 것은 2001년이다. 공장 가동 후부터 2017년 4월 금강농산이 도산하며 조업 중지 시점까지 주민들은 악취에 시달려야 했다. 2010년경 공장 아래 소류지에서는 물고기 집단 폐사 등 환경피해가 가시화됐다. 생활용수로 사용했던 지하수는 발암물질로 오염돼 사용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2016년 8월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고 집단 암 발생 원인 사업장으로 민원이 확대됐다. 이처럼 집단 암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익산시가 해당 사태를 인지한 것은 2017년 2월부터다. 

2017년 4월 주민들은 환경부에도 건강영향조사 청원을 넣었다. 환경부가 해당 사태를 인지하고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경이다. 잦은 민원으로 지자체와 주민간 지역 문제가 외부 표출되면서다. 

그 이전까지는 익산시엔 악취 민원이 이어졌을 뿐이었다. 해마다 공장 현장 지도점검과 오염도 검사 등을 시행했지만 발암물질 TSNAs는 현행법상 법적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규제되지 않았다. 

현재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로 감사원 감사를 예정하고 있는 익산시는 "당시 점검했더라도 해당 물질 자체가 규제해야 하는 오염물질로 인지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익산시는 현재로서는 재발방지 등 대책마련과 공장부지 등을 두고 주민과 협의를 지속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익산시는 "장점마을 주민들께서 근본적으로 또 다른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달라는 입장이어서 부지를 매입, 지역에 환원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공원이라든지 주민이 필요로 하는 방향을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마무리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환경부는 지난 6월 20일 주민설명회를 통해 주민건강영향평가 결과 비료공장 가동과 집단 암 발병이 "상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KT&G로부터 금강농산이 연초박을 원료로 반입한 것을 확인했다. 또한 환경오염물질로 지정 안 돼있지만 건강에 영향을 주는 TSNAs가 마을까지 퍼진 것을 확인했다. 비료공장과 마을에서 채취한 먼지에서 TSNAs,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가 검출된 것이다.

환경부는 "사후 조사이고 조사 시점에 이미 오염물질이 배출된 데다 축적된 오염물질도 자연정화가 진행되고 있었다"며 "건강에 유해한 오염물질을 찾아낸 것 자체가 성과"라는 입장이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환경부 최종 결론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이후 환경부 피해구제는 주민 신청이 있어야 한다. 주민들은 피해구제 절차를 거쳐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환경부는 주민들이 원한다면 2차 설명회에 이어 피해구제신청까지 직접 받고 소송지원에도 나선다는 입장이다. 

[위키리크스한국=이호영 기자] 
 

eesoar@naver.com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