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조정 마무리를 앞두고 피해기업 배상에 대해 은행과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 신한·우리·KEB하나·KDB산업·씨티·대구은행 등과 키코 계약을 맺은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 비율을 조정하고 있다.
4개사는 키코에 가입하며 총 15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소송이나 분쟁조정 등을 거치지 않아 이번에 분쟁조정 대상에 올랐다.
키코는 특정 범위에서 환율이 변동할 경우 외화를 약정한 환율에 팔 수 있는 환 헤지 목적의 상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수출기업들이 총 3조3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대법원은 2013년 키코 상품이 사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반면, 일부 불완전판매는 인정한 바 있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를 근거로 배상안을 권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감원과 은행권은 키코 배상비율뿐 아니라 배상 여부를 두고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작년 7월 키코 재수사에 착수했지만,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분조위 결과 발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주주이익 훼손 등 배임을 우려하며 키코 피해배상에 난색을 표하는 한편, 분조위 결과를 보고 수용 여부를 검토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키코 피해배상 여부는 이사회를 통과 해야하는 사안"이라며 "배상을 진행할 경우 주주이익에 반할 수 있기 때문에 배임 우려가 있으며 배상비율뿐 아니라 배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 사외이사들도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분조위 결과가 나오면 법무팀과 상의해 배상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며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난 사안이며 법적 소멸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배상 여부에 대해 결정하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고 언급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률 검토를 거쳐 은행별 케이스에 따라 배상비율을 다르게 권고할 예정"이라며 "분쟁조정 단계에서 권고안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지만 좀 더 의견을 절충하기 위해 분조위 개최가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이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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