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88) 서울에 몰려오기 시작하는 거대한 민주화의 쓰나미
청와대-백악관 X파일(88) 서울에 몰려오기 시작하는 거대한 민주화의 쓰나미
  • 특별취재팀
  • 승인 2021.02.22 08:50
  • 수정 2021.02.2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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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백악관 x파일
청와대 백악관 x파일

198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서울에는 거대한 민주화의 쓰나미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학생들로부터 시작된 파고는 언제나 그랬듯 힘이 없고 미약했다. 찻잔 속 출렁임에 불과할 것 같았던 물결은 그러나 재야 정치권과 시민들, 또 미국 정부가 가세하면서 점차 힘을 더해가다가 전두환 군사정권의 기반을 뿌리부터 흔들게 됐다.

전두환 대통령의 7년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전국의 대학가는 ‘단임 간접선거제 철폐’ 목소리가 고조됐다. 요원의 불길처럼 시위가 거세지자 경찰은 대학가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했다.
 
1986년 말 경찰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수배자 박종운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그 후배인 박종철을 불법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박종철에게 폭행과 전기 고문, 물 고문을 가했고, 박종철을 1987년 1월 14일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 509호 조사실에서 사망했다.

다음날 치안본부는 이 사건을 단순 쇼크사였던 것처럼 발표했다. 강민창 치안본부장은 “냉수를 몇 컵 마신 후 심문을 시작, 박종철 군의 친구의 소재를 묻던 중 책상을 ‘탁’하고 치니 갑자기 ‘억’ 소리를 지르면서 쓰러졌고, 중앙대 부속병원으로 옮겼으나 12시경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국을 뒤덮은 박종철군 사망사건 진상조사 촉구 시위. [연합뉴스]

그러나 부검의의 증언과 언론 보도 등으로 의혹이 확산되자, 사건 발생 5일만인 1월 19일 물고문 사실을 공식 시인하고 수사경관 조한경과 강진규 등 2명을 구속했다. 정부는 김종호 내무부장관, 강민창 치안본부장을 전격 해임하고 고문 근절대책 수립 등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학생들은 그러나 정부의 졸속 대책을 믿지 않았다. 전국 주요도시에서 ‘박종철군 범국민 추도식’을 비롯한 도심 시위가 확산됐고, ‘박종철군 49재와 고문추방 국민대행진’ 등 울분에 찬 시위가 번져나갔다.

학생들의 시위에 힘을 더한 것은 미국무부 가스턴 시거 아태담당 차관보였다. 시거는 1986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를 필리핀에서 쫓아내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던 민주화 개혁의 주창자였다.

그는 필리핀에 이어 한국을 민주화 개혁의 대상으로 삼았다. 루이지아내 출신으로 남부 사람 특유의 느긋함과 비상한 유머감각을 갖춘 시거는 단호한 의지로 민주화 개혁에 동의하도록 전 대통령을 압박해나갔다.

박종철군 사망사건은 한-미간 불협화음의 기폭제가 됐다. 사진은 명동의 진상조사 촉구 시위. [연합뉴스]

박종철 사망사건으로 한국의 주요 대학가가 들끓던 1987년 2월 6일. 시거는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 연설에서 한국의 새로운 정치제도에 대한 미국의 지원 방향을 발표했다.
시거는 한국의 민주적인 대통령 직선제를 지지한다고 천명했다. 동시에 군이 지배하는 한국정치가 ‘문민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두환 군사정권에게는 상상도 못했던 충격적 발언이었다. 전두환 정권 수뇌진이 이해할 수 없었던 백악관과 국무부가 어떻게 이렇게 손발이 맞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레이건 행정부 내내 민주화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그저 전두환 정권과 ‘찰떡궁합’으로만 믿었던 청와대와 여권 입장에서는 아연실색할 노릇이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한 행정부 내에서도 대통령과 외교라인의 생각이 사뭇 다를 수 있고, 또 공개적으로 표출다는 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레이건 행정부도 그동안 한반도의 정치적 안정을 고려해 전두환 정권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처럼 비쳐졌지만, 미국 대외 정치력의 근간은 ‘민주주의’였고, 백악관도 기회가 올 경우 강력하게 민주화 세력을 지지하게 되리라는 것을 미국의 정치전문가들은 인식하고 있었다.

[위키리크스한국=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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