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 메타버스 기업 간의 협업
[메타버스 시대] 메타버스 기업 간의 협업
  • 정숭호 칼럼
  • 기사승인 2021-09-06 06:58:09
  • 최종수정 2021.09.06 0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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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인문경영연구원 이사장
유닛2 게임즈
메타버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런 만큼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유닛2 게임즈. [Unit2 Games]

한국에서 메타버스를 가장 바쁘게, 또 효율적으로 ‘전도’하는 사람일 강원대 교수 김상균은 “메타버스의 모습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기에 메타버스를 하나의 고정된 개념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라면서도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새로운 세상, 디지털화된 지구를 메타버스라고 부른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에 일상을 올리는 것,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회원이 되고 활동하는 행위,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것, 이 모든 게 메타버스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상균,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메타버스』)

메타버스를 하나의 고정된 개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 세상에 살고 있다”는 김상균의 말은 “현생 인류는 이미 사이보그”라는 유발 하라리의 단언과 심각히 닮았다.

하라리는 2017년,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된 첫 번째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치아 대신에 금속 보철물을 끼우고, 부러진 팔다리에 쇠심을 집어넣고 사는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라고 말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아널드 슈워즈네거가 변신한 금속인간만이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라리는 “임플란트를 박고, 뼈대를 금속으로 교체하고, 인공장기를 달면서 인류는 이미 사이보그가 되었으며 과학기술, 의료기술 발달에 맞춰 신체 전체가 인공물인 사이보그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피와 뼈와 살로 이뤄진 육신을 100% 인공물로 대체한 인간만이 진정한 사이보그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그래픽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 되는 정교한 삼차원 영상을 망막에 바로 쏘아주는 ‘헤드셋’을 쓰고 현실세계를 복제한, 음향은 물론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 가상세계로 들어가 현실에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만났더라도 서로 알지 못한 채 지나갔던 사람들이 서로 만나 소통하고 교류해야 진짜 메타버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인류가 잇몸에 임플란트를 박기 시작한 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터미네이터’ 같은 100% 사이보그 출현이 아직 요원한 것처럼 ‘진짜 메타버스 세상’도 쉽게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지금부터 5년 안에 휴대폰이나 인터넷처럼 사람이 기기 바깥에서 모니터를 보며 참여하는 메타버스-제페토, 로블럭스,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프 등등 2차원 메타버스-가 아니라 그 안에 뛰어들어 활동할 수 있는 3차원 메타버스를 만들겠다고 한 페이스북 창업 CEO 주 사장, 저커버그의 계획은 현재로서는 야심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자금이 문제다.

오늘날 메타버스 세상을 대표하는 네이버의 '제페토'(사진 위)와 미국의 '로블록스'. [제페토, 로블록스]
오늘날 메타버스 세상을 대표하는 네이버의 '제페토'(사진 위)와 미국의 '로블록스'. [제페토, 로블록스]

지난달 22일 미국 매체 ‘벤처비트(Venturebeat)’는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사업계획 발표로 (삼차원) 메타버스 세계가 곧 열릴 것 같은 기대가 부풀고 있지만 막대한 자금 소요와 기술적 문제로 그런 메타버스는 수십 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은 “현실세계를 거울에 옮겨 담은 듯한 가상세계를 창조하려면 얼마나 많은 콘텐츠 창작자와 프로그램 디자이너가 필요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무시해서는 안 될 기본적인 질문이다. 콘텐츠 창작자는 메타버스의 기본 골격을 짜는 사람이다. 이들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메타버스의 밑그림을 그리면 프로그램 디자이너는 컴퓨터 기술을 동원해 그 밑그림을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로 만들어낸다. 프로그램 디자이너는 ‘개발자’다.

한국도 코로나19로 배달 등 비대면 상거래의 급증으로 개발자가 부족해지자 지난 봄 업체 간 개발자 스카우트 전쟁이 뜨거웠고, 개발자 인건비 급등으로 이어진 바 있다.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참여 선언으로 야기될 이들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 급등은 한국 IT업체들이 겪은 지난 봄 경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주 사장의 발표 직후, “페이스북의 계획이 현실화하려면 5년 간 매년 50억 달러(약 6조 원)가 소요된다. 아무리 돈 많은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라고 하지만 그걸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걸 만든다고 해도 투자액을 벌충할 만한 수익모델도 확실치 않다”라는 어두운 분석을 내놓은 전문가들도 있었다. 

해결책은?

‘벤처비트’의 칼럼은 업체와 업체 간, 업체와 소비자 간의 협업이 투자와 시간 소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류 문명 발전에 변곡점을 가져온 수많은 발견과 발명이 그보다 훨씬 많은 앞 세대 인물들의 창의와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인 것처럼 메타버스도 그런 협업을 통해 더 정교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칼럼은 하루 평균 4300만 명이 접속(지난 5월 기준)한 미국 로블록스는 처음부터 참여자들(절대다수가 10대이다)이 게임을 만들어 메타버스 안에서 팔 수 있도록 개방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밖에도 많은 메타버스 기업이 비용을 낮추고 기술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서로의 문지방을 낮추는 합종연횡엔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여러 기업이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었거나 시장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와 SK텔레콤, 앤씨소프트, 삼성전자 등 대기업 외에 여러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유통업체 가운데서도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물결에 올라타려는 기업이 많다. 이들은 어떤 협업, 어떤 ‘기브 앤 테이크’로 자신들의 영역을 더 키워내게 될 것인가? 

**공상과학 소설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더 클라크(영국, 1917~2008)는 1968년부터 내놓은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에서 “피와 살과 뼈로 이뤄진 인간이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사이보그로 진화했다가 그것도 거추장스러워 마음-靈으로만 소통하고 움직이는 존재가 된다고 예언했다. 그가 사이보그 이후의 인류를 상상한 것처럼 지금 메타버스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너무 이른 것인가.

/ 메타버스인문경영연구원 이사장 (전 한국일보 경제 부국장)

 

11trou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