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문화대혁명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시진핑의 '국가 교화 사업'
[WIKI 인사이드] 문화대혁명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시진핑의 '국가 교화 사업'
  • 최석진 기자
  • 기사승인 2021.11.23 06:47
  • 최종수정 2021.11.23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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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리커창 총리(오른쪽에서 3번째)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속개된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에서 거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리커창 총리(오른쪽에서 3번째)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속개된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에서 거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는 22일(현지 시각) 현재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국가 교화 운동과 중국의 분위기를 조망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당국의 조치는 급작스럽고, 극적이며, 때로는 당혹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 당국은 지난 9월 초 사내아이들이 참가해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스타일로 배틀을 벌이는 프로그램을 남자답지 못하고 너무 계집애 같은 유행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폐지시켜버렸다. 그리고 그보다 며칠 앞서서는 돈 많은 연예인 중 한 명인 자오웨이가 출연했던 영화나 TV 드라마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인터넷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지난 여름 동안 수십억 달러 시장을 형성하는 중국의 사교육 시장 또한 사교육 금지 조치로 밤새 철퇴를 맞았으며, 지난 2월까지 중국 주식시장에서 최고가를 구가하던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새로운 규제 조치로 인해 1조 달러 이상이 사라져버렸다.

이런 분위기에 놀란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시진핑에 구애의 손길을 내미는 사이, 초등학교에서는 불평등을 혁파하자는 ‘시진핑 구상(Xi Jinping Thought)’이 교육되고, ‘동물의 숲(Animal Crossing)’과 ‘듀오링고(Duolingo)’ 같은 외국 게임들이나 앱들이 판매대에서 사라지고 있다.

정신을 못차리게 하는, 중국 당국에 의한 이러한 규제 열풍은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진행 중이다. 자동차 호출 서비스, 보험, 교육, 심지어는 아동들의 게임 시간에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는 이 같은 무차별적인 교화(敎化) 열풍은 시진핑이 2022년 집권 3기를 노리면서 중국 경제와 사회의 자화상을 다시 그리고 있다.

“큰 의미를 내포한 놀라운 움직임입니다. 이는 어떤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은 전체 경제와 산업 구조를 뒤흔들어놓는 교화 사업입니다.”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주드 블랑쳇은 이렇게 평가했다.

시진핑은 이번 달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공산당의 총서기 직을 유지했다. 이는 수십 년 간 지속되어온 임기 제한과 통치권 이양 전례를 뒤엎는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진핑은 ‘공동 번영(common prosperity)’이라는 기치 아래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아젠다를 밀어붙여왔다. 이 ‘공동 번영’ 운동은 이를 중심으로 모이는 관리들과 기업들에게, 당 인사 개편을 앞두고, 자신들의 충성심을 나타내 보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사교육 시장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고도의 경쟁에 노출되어있는 학교 교육을 평준화하고 학부모들의 재정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젊은 층을 겨냥한 최근의 규제 움직임은 대중문화에 대한 통제권 장악을 노린 것처럼 보인다. 비평가들은 최근의 움직임을 두고 대중을 위한 몇 안 되는 토론과 표현의 장에 제한을 가하는 조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중국 관리들은, 유명 연예인들을 놓고 토론을 벌이며 순위를 매기면서, 연예인들을 광적으로 지지하는 팬클럽들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지난 8월 중국계 캐나다인 팝스타 크리스 우가 성폭행 혐의로 구금되었을 때 그의 팬들은 소셜미디어로 몰려가 그를 옹호하고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베이징 당국은 중성 이미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남성 연예인들도 사회 분위기를 해치는 존재들로 간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 당국은 방송국들에 남성성을 강조하고, ‘냥파오(niangpao)’와 같은 비정상적 미의 기준을 폐기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냥파오’는 계집애 같은 사내를 비방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당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기준을 위협하는 개인주의적 표현을 불편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옥스포드 대학에서 현대 중국 역사와 정치를 가르치고 있는 라나 미터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국가의 전권을 쥐고 있는 공산당이 대중문화에서 무엇을 허락할지 그 권한을 자신들이 쥐고 있음을 분명히 한 셈입니다.”

중국 내에서는 이 같은 국가 교화 운동을 두고 찬반양론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린성 출신의 언어학자 량민(35)은, 좋아하는 연예인들에게 돈을 기부하기도 하는 중국의 아이돌 팝문화는 정도(程度)를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10들이 잘못된 길로 이끌리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당의 교화 사업에 찬성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 사용자들은 ‘냥파오’ 퇴출 운동을 국가 주도의 동성애 혐오증이라고 비판한다.

“여자처럼 생긴 남성 아이돌이 문제가 아니라 편견과 편협한 사고가 더 문제다.”

메신저 엡 위쳇(WeChat)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었다. 이 글은 10만 명 이상이 읽은 후 삭제되었다.

웨이보는 방탄소년단(사진) 등의 중국 팬클럽 계정을 포함, 21개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에 대해 지난 8월 정지 조치를 취했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웨이보는 방탄소년단(사진) 등의 중국 팬클럽 계정을 포함, 21개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에 대해 지난 8월 정지 조치를 취했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후난성 창사에 위치한 예비 사립학교의 행정관인 조 탄(33)은 사교육 규제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했다. 그녀의 학교는 직원들의 숫자를 반으로 줄여야 했고, 교사들은 근무 시간을 늘리고 있다.

“학생들은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해야 하지만, 우리들 상당수는 현재 실직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이런 정책을 추진 중인 사람들은 자기 자식들의 교육에 대해서는 걱정할 일이 없을 겁니다.”

그녀는 교육 평등화를 위해서는 고등학교와 대학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것이 훨씬 득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주문형 영어 학습 플랫폼 운영자 마이클 샤우는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 더 많은 규제가 가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심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고 믿습니다. 정부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산업 분야에 단호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보면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시진핑의 정풍운동은 알리바바의 마윈이나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처럼 한때 전능하게 보이던 빅테크 거물들에게 중국의 미래를 누가 결정하는지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규제 당국은 지난 9월 온라인 게임 플랫폼과 관련해 텐센트와 넷이즈(Netease)를 소환해서, 돈을 숭배하고 여성스러운 문화를 추구하는 ‘잘못된 가치’를 조장하는 콘텐츠들을 폐지하도록 명령했다. 두 회사는 이 자리에서 이 명령을 이행하도록 숙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관리들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류허 부총리는 지난주 월요일 허베이성에서 개최된 포럼에서 민간 경제에 대한 중국의 지원은 변치 않았으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 9월 초 인민일보는 민간 부문에 대한 지원 의사와 외국 자본과 자유 경쟁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불굴의 의지를 표명하는 기사를 1면에 게재했다.

‘심오한 혁명’

전방위에 걸친 국가 교화의 범위와 속도로 인해 일부 사람들은 중국이 일종의 문화적이고 이념적인 격변의 초기에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 이 같은 격변으로 인해 정체를 경험한 바가 있다.

지난 9월 지금은 은퇴한 한 신문 편집자이자 블로거 리 광만은 이 변화를 미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묘사한 칼럼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작금의 사건들은 중국에서 기념비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경제, 금융, 문화, 그리고 정치 분야가 심오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두고 ‘심오한 혁명’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는 이렇게 썼다.

중국의 관영 언론들에 실리기도 한 이글은 10년 간 지속된 중국의 대혼란을 촉발한 1965년의 기사를 연상시키면서 당 기구에 속한 일부 당원들조차 우려의 목소리를 내게 만들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에서 비교적 솔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후시진은 이 글이, 혼란과 공포를 촉발한 최근 규제 홍수 사태를 잘못 이끌고 있으며 극단적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글에 대한 찬반양론은 공산당 내의 보다 깊은 갈등을 드러내는 한 징표일 수도 있다고, 애틀랜다 소재 카터선터(Carter Center)의 중국통인 야웨이 리우 수석고문은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갈등은 중국 공산당 내에서 개혁의 이점과 개방을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썼다. 다시 말해, 중국의 현재 위치는 어디이며, 중국이 어떤 나라가 되고자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내부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말이다.

주민들은 다른 분야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대해서도 앞으로도 더 많은 조치들이 뒤따를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중국 문화관광부가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에서 벗어나 보이는 가라오케 노래들에 규제를 준비하는 가운데 시의 관리들은 은퇴자들의 소일거리인 공원에서 춤추기에도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 영화동맹’의 부의장은 지난 9월 초 인민일보의 사설을 통해 영화 제작자들이 더 애국적인 영화와 ‘시진핑 구상’을 뒷받침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마카오 과학기술 대학교에서 이벤트 메니지먼트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 오우양 하오치안(22)은 당국의 규제 열풍은 의도는 좋을지 모르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모든 조치들은, 권력의 안정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개인에게 미치는 충격을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시행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는데 사람들은 그 오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조치들이 도를 넘어 너무 멀리 갈 것을 걱정했다.

“정부의 규제가 미치지 못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예술가들과 영화나 노래들을 규제할 수는 있지만 사람들의 생각까지 가르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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