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ESG ②] 줏대 없는 기관 평가, 믿을 수 있나
[WIKI ESG ②] 줏대 없는 기관 평가, 믿을 수 있나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1.12.09 07:59
  • 수정 2021.12.09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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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이로 인해 생활 전반은 물론 세계의 경제 동향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접촉에 대한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강해지면서 '언택트'와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는 라이프스타일에 이어 기업 경영 트렌드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를 휩쓴 ESG경영에 대해 의미를 되짚어보고, 평가 기준 및 ESG경영의 장·단점 등 A부터 Z까지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최근 한 기업이 ESG 평가에서 A등급을 받으며 지속가능경영 우수 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지난 4년 간 산업재해 사망사고 16건이 발생했고, 21명이 숨졌다. 심지어 직원들마저 '우리 회사가 ESG경영 평가에서 A등급을 맞았다니 의외다'란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다면 과연 이 기업은 어떻게 A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걸까. 

대부분의 ESG 평가기관들은 유엔 산하기관인 UNEP FI(United Nations Enviroment Programme Fi-nance Initiative)에서 내놓은 방향을 따르고 있다. UNEP FI는 기업 투자 결정시 이해 관계자들이 고려해야 할 성과에 대해 친환경, 사회적 기여,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살펴본다. 이같은 비재무적 성과 요소는 유엔 사회책임투자원칙으로 발전해 기업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주요 동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역시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Korea Corporate Governance Service), 서스틴베스트(Sus-tinvest) 등이 UNEP FI의 세 가지 핵심요소를 기반으로 ESG 평가모형을 개발해 기업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평가모형이 이처럼 비슷하지만 서로 다르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평가 결과가 상이하게 나오는 경우가 다반수다. 예를들면 한 기관에선 A+평가를 받았으나, 또 다른 기관에선 B 평가를 받는다. 기업 입장에선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 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다.

또 '기업이 공정한 성과 평가를 시사하며, 노사간 건전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표현해야 한다'는 식의 모호한 평가 기준과 사측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평가하는 방식도 문제다. 대표적으로 KCGS는 평가 항목을 크게 ▲E부분=환경전략 및 조직·환경경영 관리·환경경영 활동·환경성과·이해관계자 대응 ▲S부분=근로자·협력사 및 경쟁사·소비자·지역사회 ▲G 부문=주주관리 보호·이사회·공시·감사기구·경영과실배분으로 나눴다. 

하지만 직원 수가 몇 안 되는 기업은 노사관계상 곤란한 일이 발생하는 빈도 수 역시 적을 가능성이 높고, 근로자가 사측에 요구사항을 강력하게 전달하는 기회도 대기업 대비 적어짐에 따라 사회적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언론의 경우 기사화되지 않은 사례들도 있을뿐더러 기업들이 제공한 자료에는 근로자의 실질적인 어려움이 담겨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장의 고충이 평가 기관까지 전달되기란 쉽지 않은 구조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업장에서 위험에 처한 직원들과, 이들의 위험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이로인해 현 평가 체계에선 소규모 기업이 실제 노동 환경과 상관없이 사업장 내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지만 않으면 최고점을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향력 있는 ESG 평가 기관에서 보다 정확한 평가 기준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동계에선 "ESG평가에 노동권을 담아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민주노동연구원은 'ESG는 환경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보고서를 통해 "현 평가는 사측이 제출한 자료를 평가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면서 "사측을 거치지 않고는 근로자의 어려움이 평가 기관으로 전달될 방법도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이런 평가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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