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 코로나19로 금호리조트 몸값 폭락하자 인수 추진
반면 박철완 전 상무·소액 주주, 인수 대신 배당률 인상 요구
'인수 시기는 적절…눈 앞 이득보단 장기적 이득 봐야' 지적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금호리조트를 품은 건 지난해 1월, 아시아나항공이 아시아나CC·국내 리조트 4곳·워터파크 1곳을 매각한다고 밝히면서다. 당시 금호리조트는 '악화일로'를 걷던 상황이었다. 금호리조트는 2019년 75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다음해인 2020년엔 514억 원으로 32.1%가량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코로나 이전 평균 300%에서 2020년 3분기 567%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잠잠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금호리조트의 경영 정상화는 예측 불가였다. 그만큼 금호리조트의 몸값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박 회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금호석유화학은 2553억 원에 금호리조트 인수를 결정하고 35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실탄을 마련했다.
일각에선 석유화학 산업과 리조트 사업의 연관성이 없고, 재무적 부담 등의 이유로 박 회장의 금호리조트 인수를 반대했다. 대표적으로 반대한 인물 중 한 명이 박철완 전 상무다. 박 전 상무는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로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다. 그는 지난해 자신이 승진 대상에서 밀려나자 반기를 품고 경영권 분쟁을 예고했다가 패배했다.
박 전 상무는 1년 뒤인 올해에도 2차 경영권 분쟁을 예고했다. 특히 그는 "박 회장이 금호리조트를 무리하게 인수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실기업인 금호리조트 인수에는 수천억 원을 쏟아부으면서 주주제안 배당안을 높이는 건 소액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처세"라고 꼬집었다. 이를 본 소액주주들도 "금호리조트에 투자할 돈으로 배당이나 하라"며 박 전 상무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큰 숲이 아닌 당장 눈 앞에 놓여진 나무'만 보고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주장이 아닌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한인 기업 최초 글로벌 외식 그룹을 이끈 SNOWFOX GROUP 김승호 회장은 "리스크가 가장 클 때가 리스크가 가장 작을 때"라면서 "사실 리스크가 크다고 알려진 것 자체가 리스크를 줄여놓은 상태라는 걸 알아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 부분을 간파해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남들이 욕심 낼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야 한다"고 했다.
박 회장 입장에서 금호리조트는 코로나19가 터진 시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매물 중 하나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했듯 코로나19로 여행·호텔·리조트 사업이 전무후무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즉 '리스크가 가장 클 때'였다는 의미다. 실제로 금호리조트는 인수 전 앞서 언급했듯 심각한 적자에 허덕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국외 골프장 이용이 불가능해진 이용객들이 국내 골프장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금호리조트는 올해 영업이익 5억 원, 당기순이익 27억 원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만약 박철완 전 상무의 주장대로 투자금으로 배당금을 높인다면 지금 당장 수익은 가시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도 박 회장이 2500억 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주겠다고 선언했다면 경영권 분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금호리조트 인수를 결정했다. 당장 눈 앞에 이득을 취하기 보단 장기적으로 회사에 무엇이 이득인지를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나 경영을 할 땐 당장 눈 앞에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하수'가 돼선 안된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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