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전쟁] 기술패권 확보 시급하다는데… 전선 이끌 '컨트롤타워' 없다
[과학기술 전쟁] 기술패권 확보 시급하다는데… 전선 이끌 '컨트롤타워' 없다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3.26 08:49
  • 수정 2022.03.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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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경쟁 본질, 과학기술에 있다"
정부,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 선정했지만
컨트롤타워 부재·경직된 연구문화 등 문제 산적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 2018년 시작된 미중 패권경쟁의 본질이 과학기술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초격차 기술을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반도체·디스플레이·우주 등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을 선정하며 기술패권 경쟁에서 앞서간다는 방침이지만 컨트롤타워 부재·불필요한 간섭 등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작년 12월 제20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어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을 선정하고, 현재 최고 기술 국가 대비 60~90%에 머물고 있는 기술 수준을 2030년까지 90% 이상 달성하는데 국가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로는 인공지능, 5G·6G, 첨단바이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수소, 첨단로봇·제조, 양자, 우주·항공, 사이버보안 등이 선정됐다.

최근 미중 패권경쟁이 글로벌 산업지형과 공급망을 흔들고, 그 여파가 국가 간 안보와 동맹 등 국제질서 재편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선도국들은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특히 선도국끼리 기술을 공유하고 외부에 통제하는 기술블록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공유할 첨단기술을 갖지 못한 국가는 기술결속 구도에서 철저히 소외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과학기술 확보는 차기 윤석열 정부 체제에서도 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13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 자리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의사·학자·기업인을 두루 역임한 안철수 대표는 대선공약으로 '과학기술강국'을 강조해왔다. 안 대표의 차기 총리설이 대두되는 만큼 '과학기술'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안 대표는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지난 11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통령 당선인이 할 일은 미래의 먹거리, 미래의 일자리를 찾는 일이고 그게 바로 시대정신"이라며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미리 대비하고 인재를 양성하고 진짜 창업가를 만들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어 "경제를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건 기업, 즉 민간이지만 정부는 민간에게 그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고 실력만 있으면 대기업이 될 수 있는 산업구조를 정착시키면서 과학기술은 정부가 투자하고 지원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세계적인 과학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에게만 맡길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민간에선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에는 환영 의사를 보냈지만 우려 섞인 시선 또한 감지되고 있다. 업계에선 먼저 과학기술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과학기술에 바탕해 국정 의사를 결정하겠다며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 과학기술위원회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럼에도 민간 과학기술위원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차기 정부에서도 항공우주청 등 국가 주도의 컨트롤타워를 세우겠다는 목소리는 많았다"면서도 "이는 과학기술 진흥보다 구호적, 상징적인 의미로서 정권 치적을 위해 이용되는 감이 있다. 실질적으로 과학기술 발전을 총괄할 수 있도록 어느정도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지난해 10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지난해 10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외 다수 관계자들은 기술 발전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부분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꼽았다. 5년마다 바뀌는 정권에서 기존 연구비를 삭감당하거나, 비전문가로 불리는 소위 '낙하산 인사' 내정에 따른 불필요한 간섭 심화, 정권 말 치적을 위한 기술성과 독촉 등 우려가 크다는 것.

낙하산 인사의 경우 지난 문재인 정부에 임명된 김조원 전 민정수석이 대표적이다. 김 전 수석은 문 정부 초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로 임명됐는데, 항공우주와 방산에 문외한이었던 '코드 인사'였다. 내부 관계자는 "KAI 사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모두 친정부 인사로 채워져 직원들의 불만이 높다"며 "사기업인데도 대주주가 수출입은행인 만큼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실패를 용인 못하는 경직된 연구문화를 고쳐야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전문가는 "누리호 발사 당시에도 실패·성공 여부만 조명되고, 정권을 위해 '보여주기' 식의 성과만 강조되는 측면이 있다"라며 "당·정·청이 본인들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우주 산업을 이용하고 성과를 닦달할 것이 아니라 실패, 모험을 감당할 수 있게 연구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라고 애둘러 비판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기술패권 경쟁력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태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자유경쟁시장에서 선발국과 후발국 간의 경제적 격차가 확대되는 이유는 기술수준, 자본축적 규모, 시장과 원자재 선점에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중패권 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독점패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점패권'도 있다"고 밝히고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면 '과점패권'의 일원으로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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