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러시아의 전쟁 도발 '반사 효과'...중립국 스위스 'NATO'로 무게중심 이동 조짐
[월드 프리즘] 러시아의 전쟁 도발 '반사 효과'...중립국 스위스 'NATO'로 무게중심 이동 조짐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5.19 05:46
  • 수정 2022.05.1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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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의 나토 본부와 나토 군. [AFP=연합]
브뤼셀의 나토 본부와 나토 군. [AFP=연합]

역사적으로 오래 고수해 온 스위스의 중립국 지위가 수십년 만에 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스위스 국방부가 서방의 군사력 쪽으로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방부가 나토(NATO) 회원국과의 연합 군사훈련과 군수물자 우회지원을 포함한 안보 옵션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고 스위스 국방부의 팰비 풀리 안보정책국장이 로이터에 밝혔다.

풀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중립을 해석하는 방법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미디어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 비올라 아머드는 "스위스가 미국 주도의 군사연합에 더 가까워져야 하는데, 다만 거기에 속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20세기에 일어난 두 세계대전에 스위스가 거리를 둘 수 있도록 해준 중립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스위스의 안보 증강을 위한 것이라고 풀리는 말했다. 또한 스위스와 나토의 지휘관과 정치인 들의 고위급 회담을 정기적으로 갖는 것도 새로운 정책의 옵션에 포함된다고 했다.

나토에 가깝게 가려는 움직임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전통에 변화를 주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중립은 스위스가 평화롭게 번영하고 냉전시대에도 한발짝 떨어져 중재자로서의 특별한 역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줬다.

완전히 나토 회원국이 되는 것도 논의됐었으나, 중립국이었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막 가입을 하려는 상황에서 스위스도 같은 길을 가는 것이 보고서에 제안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풀리는 말했다.

보고서는 9월에 완성돼 스위스 내각과 의회에 제출될 될 예정이고, 스위스 안보 정책의 미래 방향을 위한 결정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한다.

스위스 국방부는 또한 외교부가 준비하고 있는 더 광범위한 연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중립의 관점에서 제재의 적용과, 무기와 군수품 수출, 나토와의 관계에 대해 살피는 것이라고 스위스 외교부는 말했다.

스위스는 1815년 프랑스 혁명 전쟁을 끝낸 비엔나 회의에서 중립을 선언한 이후 다른 국가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1907년 헤이그 협약은 스위스가 국가 간 무력 전쟁에의 참여, 분쟁 당사자에 군사적 지원, 또는 영토 지원을 하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중립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와 정치적 측면에서는 어떻게 해석할지 살펴보는 것을 허용한다.

스위스의 중립법은 소련의 붕괴 이후 1990년대에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되었는데, 인도적 원조와 재난 구호 시대에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외교 정책을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중립국으로서의 경계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일어났고,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가가 정부의 핵심 논제가 됐다.

풀리는 “스위스가 우크라이나를 돕는 데 더 기여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스위스가 우크라이나에 군수품을 제공한 국가들에 이를 보충하기 위한 군수품을 제공하는 소위 ‘백필링(backfilling)’을 이용한 우회적인 군사적 지원 또한 잠재적으로 고려될 수 있는 조치라고 풀리는 말했다. 아직까지는 직접적으로 군수품을 공급하는 것은 선을 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위스 대통령 이그나지오 카시스는 제3국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배제했지만, 이 문제에 대해 더 넓은 시각을 보이며, “중립은 독단적인 신념이 아니며, 제재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침략자의 뜻대로 하게 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위스는 이미 일부분 나토와 연결돼 있다. 지난 해 스위스는 나토 회원국들이 쓰고 있는 록히드마틴의 F-35A 전투기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아머드 국방부 장관은 방송을 통해 “스위스는 중립국이기 때문에 어느 연합에도 가입할 수 없다. 그러나 함께 협력할 수 있고, 우리가 구매하는 시스템은 이를 위한 좋은 기반이 된다”라고 말했다.

2002년에서야 유엔에 가입했고, 자체 무기를 많이 생산하고 있는 스위스가 고려하고 있는 이러한 정책적 조치들은 서방 연합에 크게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움직임이 될 것이다.

스위스 베른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대변인 블라디미르 코크로프는 이러한 조치들이 스위스에 대한 급진적인 정책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러시아 정부는 이 중립국 포기 선언을 묵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러시아로부터 그 이상의 입장 표명은 없었다.

스위스군이 자국 방위를 강화하는 방법의 하나로 나토와 협력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스위스 여론도 급변했다.

최근 스위스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반 이상인 56%가 나토와의 연대 강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몇 년의 평균인 37%보다 훨씬 웃도는 것이다.

나토 가입 지지는 여전히 비율이 작지만, 역시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스위스 여론조사 기관 소토모(Sotomo)의 4월 조사에서 스위스인들의 33%가 나토 가입을 지지한 것으로 나왔다.

소토모의 마이클 허만은 “확실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었다. 이를 우리 서방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공격으로 본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위스의 중도우익당인 자유민주당 대표 티에리 부카트는 이에 대해 중립에 대한 생각의 지각변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이터에 “중립은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는 사람들이 유럽에 재래식 전쟁이 또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카트는 더 높은 군비 지출과 나토와 더 가까운 관계를 지지하지만, 완전히 회원이 되는 것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극우정당인 스위스 국민당의 총서기 피터 켈러는 로이터에 “나토와 더 가까운 관계는 중립과 양립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국민당은 스위스 연립정부의 일부이자, 하원에서 가장 큰 정당이다.

켈러는 “이 성공적인 외교 정책을 바꿀 이유가 없다. 이는 스위스 사람들에게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줬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아머드는 미 워싱턴을 방문하는 동안 “중립법의 기틀이 우리를 나토와, 또한 유럽의 파트너들과 더 가깝게 협력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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