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줌인] 당국의 코로나 대응으로 은행의 예금도 인출하지 못하고 '빨간 딱지'가 붙은 중국 예금자들
[월드 줌인] 당국의 코로나 대응으로 은행의 예금도 인출하지 못하고 '빨간 딱지'가 붙은 중국 예금자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6.17 05:36
  • 수정 2022.06.1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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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CNN방송은 16일(현지 시각) 은행에 예금해놓은 돈을 찾으러 갔다가 당국의 코로나 대응 때문에 오히려 코로나 감염자로 몰리게 된 중국 예금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의 IT 회사에 근무하는 류(39)는 중국 정부의 엄격한 코로나 제한 조치를 뚫고 천신만고 끝에 지난 11일 허난성의 수도인 장저우에 도착했다.

그는 출발 전날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았고, 그의 휴대폰 앱 상의 건강 코드(health code)에는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임을 의미하는 녹색 확인 표시가 떴다. 이는 그가 감염 위험에 노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음을 확인해주는 징표였다. 게다가 호텔도 그의 예약을 받아주었다.

하지만 류가 장저우역을 벗어나기 위해 지역의 QR코드를 스캔하자 그의 건강 코드가 빨간색으로 바뀌어있었다. 빨간색 건강 코드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 정부가 색상 코드 시스템을 도입해 여행을 엄격히 통제하는 상황에서, 여행자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판별 결과였다.

현재 중국에서는 당국이 코로나 감염자나 전파 위험자로 간주함을 의미하는, 빨간색 코드로 판명난 사람들은 그 즉시 이동 제한자(persona non grata) 신분으로 전락한다. 그들은 모든 공공장소와 이동 수단의 접근이 차단되며 정부가 부과하는 수 주일간의 강제 격리에 처해질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장저우에 도착해 자신의 계좌를 동결시켰던 은행을 찾아 계좌를 원상회복시키려 했던 류의 계획은 암초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평생 저축했던 돈 6백만 위안(89만 달러)을 허난성의 지방 은행에 예치해놓은 상태였는데, 4월 이후 한 푼도 인출할 수 없었다.

지난 두 달 사이 중국에서는 류처럼 은행에 돈을 예치해놓았던 수천 명이 계좌를 원상회복하기 위해 허난성의 최소 4개 은행으로 몰려들었다. 예금자들의 예금 액수를 모두 합치면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앞선 지난 5월 중국 각지에서 수백명의 예금자들이 장저우로 몰려들어 허난성 금융 감독원 사무실 앞에서 돈을 돌려달라고 시위를 벌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 사태와 관련해 또 다른 시위가 지난 월요일 예정되어있었지만 예금자들은 장저우에 도착해, 출발할 때는 녹색이었던 자신들의 건강 코드가 빨간색으로 바뀐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들 중 6명은 CNN과의 인터뷰에도 응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이 사실을 알렸다.

결국 수십명의 예금자들은 지역 경찰과 관리들에 의해 호텔에 격리 조치된 후 다음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강제로 태워졌다. 또, 다른 사람들은 대학 캠퍼스 같은 다른 격리 장소로 이송되었다고, 목격자들과 소셜미디어 포스팅들은 폭로하고 있다.

예금자들은 장저우 당국이 시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건강 코드를 조작해 자신들의 권리 행사를 막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건강 코드는 팬데믹 전파 방지를 위해 마련된 조치인데 현재는 원래의 역할을 벗어나 온순한 시민들을 판별하는 자격증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장쑤성 출신의 예금자 큐씨는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교사인 큐씨도 허난성의 시위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장저우에 도착해 일요일 저녁 QR 코드를 확인한 결과 자신의 건강 코드가 빨간색으로 바뀌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같은 예금자 한 사람이 소셜미디어 앱인 위챗에 장저우의 QR 코드 사진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 예금자는 허난성에 거주하지 않는 예금자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빨간색 코드는 예금자들만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큐씨는 자신의 아내의 휴대폰으로 QR 코드를 스캔해본 결과 녹색이 떴다고 말했다.

“내가 왜 빨간색인지 장저우 당국의 핫라인을 이용해 항의하자 그들은 빅데이터 데이터베이스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류씨와 큐씨는 모두 성씨 외에는 신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와 관련 CNN이 장저우 당국에 논평을 요청했다. 허난성 보건위원회는 관영 뉴스 웹사이트인 ‘thepaper’를 통해 자신들이 빨간색으로 분류된 예금자들 문제와 관련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 지하철역에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지하철역에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온라인 역풍

이 같은 권한 남용에 대한 원성이 온라인을 타고 번지고 있다.

“이제 당국이 당신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빨간색 딱지를 붙이는 식으로 디지털 족쇄를 채울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트위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웨이보에 한 사용자는 이렇게 글을 올렸다.

민족주의 성향의 관영 언론 환구시보의 전 편집장인 후시진은 웨이보에 지방 정부들은 건강 코드를 팬데믹 방지를 위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당국이 건강 코드를 원래 목적 이외의 용도로 활용해 사람들의 활동을 제한하려 한다면 이는 분명 코로나 방지 법률 위반일 뿐만 아니라 건강 코드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팬데믹 퇴치에 대한 인민들의 지지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는 화요일 이렇게 포스팅을 올렸다.

“이는 우리의 사회적 거버넌스에 이익이 되기보다는 해악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한편, 인권단체들은 중국 어디에서나 도사리고 있는 코로나 감시망이 반체제인사들에 대한 탄압처럼 개인과 단체를 목표로 하는 정치적 이유로 활용될 수 있다고 오랫동안 경고해왔다.

작년 11월, 후난성 남부 창사시에서 활동하던 인권변호사 지양은 어머니 장잔을 만나기 위해 상하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날 아침 자신의 건강 코드가 빨간색으로 변해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트윗을 올렸다. 장잔은 우한에서의 코로나 초기 발발에 대한 기사를 전한 시민 언론가이다.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에서처럼 일정한 알고리즘 하에서 돌아가는 건강 코드는 투명성이 부족합니다. 이 앱이 어떻게 설계되었고,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 또 이 시스템이 지방 정부들의 저항운동 방지 대책에 활용되고 있지나 않은지 확인할 길도 없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에서 중국의 디지털 감시 체계를 연구중인 마야왕은 이렇게 말했다.

“건강 코드의 불투명성, 사람들의 활동을 자의적으로 통제하는 ​​동시에 항의 수단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 시스템은 더욱 이 앱이 남용되고 있다는 의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습니다.”

다시 녹색으로 바뀐 건강 코드

베이징 출신의 예금자인 류는 빨간색 건강 코드를 받은 몇몇 사람들과 함께 장저우역에서 어떤 방으로 이송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허난성의 다른 도시인 안양시에서 온 다른 예금자 한 명과 합류해, 경찰에 의해 격리 호텔로 이송되었다. 그날 저녁 모두 빨간색 건강 코드를 받은 약 40명의 예금자들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류는 다음날 오후 호텔을 떠나 베이징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지역 경찰과 관리들이 내내 그를 따라다녔고, 특별히 QR 코드를 체크할 필요가 없었다. 그의 건강 코드는 여전히 빨간색이었고, 코로나 규칙에 따르면 그는 여행은 물론 기차역에도 들어설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화요일, 빨간색 건강 코드에 대한 소식이 온라인으로 퍼지자 일부 예금자들은 자신들의 건강 코드가 다시 녹색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류의 코드도 그날 오후 늦게 다시 녹색으로 바뀌었지만, 그는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건강 코드 조작에 관여한 관리들은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하지만 내가 너무 순진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부는 변덕이 죽 끓듯합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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