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미국의 죄수 교환 제의에 수정 제안으로 화답한 러시아
[월드 프리즘] 미국의 죄수 교환 제의에 수정 제안으로 화답한 러시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7.31 06:42
  • 수정 2022.07.3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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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부트 [사진=연합뉴스]
빅토르 부트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억류 중인 자국민 2명과 미국에 수감 중인 ‘죽음의 상인(Merchant of Death)’ 빅토르 부트(55)를 ‘죄수 맞교환’ 형식으로 서로 풀어주자고 제안해서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이 제안에 대한 응답으로 수정 제안을 해왔다고 30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 관리들이, 미국이 제안한, 악명 높은 러시아 무기 거래상 빅터 부트와 미국인 브리트니 그리너 및 폴 웰런과의 맞교환 제의에 지난해 독일에서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러시아 첩보 기관의 전직 대령 바딤 크라시코프를 포함시키자고 수정 제안했다고, 내부 사정에 밝은 여러 소식통들이 CNN에 말했다.

러시아는, 자신들은 크라시코프의 석방도 원한다는 이 수정 제안을 이번 달 초 정보기관 ‘FSB’가 사용하는 비공식 비밀 루트를 통해 미국에 전달했다고, 소식통들을 말했다.

크라시코프는 2019년 베를린 클라이너 티어가르텐 공원에서 전직 체첸공화국 전사 젤림 칸 캉고시빌리(Zelimkhan ‘Tornike’ Khangoshvili)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종신형을 언도 받고 복역 중이다. 젤림 칸 캉고시빌리는 2차 체첸 전쟁 동안 ‘이치케리아 체첸공화국’의 사령관을 역임했고, 2008년 러시아-조지아 전쟁에서는 조지아 군 장교로도 복무했던 체첸-그루지야인이었다.

크라시코프가 독일에서 구금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이러한 요청은 여러 가지 이유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들은 CNN에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고 러시아의 수정 제안이 공식 채널을 통해 전달되지 않고 FSB(러시아 정보기관)의 비밀 루트를 통해 전달되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이 제안을 미국의 첫 제안에 대한 정당한 대응으로 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브리트니 그리너와 폴 웰런을 무사히 데려오는 데 바이든 행정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미국 관리들은 독일측에 크라시코프를 풀어줄 수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타진했다고, 독일 정부의 고위 소식통이 CNN에 밝혔다.

미국과 독일의 접촉은 독일 정부 고위층까지는 전달되지 않았고, 맞교환에 크라시코프를 포함시키는 일도 심각하게 고려되지 않았다고, 이 독일 소식통은 말했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러시아 관리들이 미국의 제안에 적어도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달 27일(현지시간) WNBA의 간판스타이자 올림픽 2관왕인 브리트니 그리너가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힘키 법원에서 열린 예비 심리를 위해 법정으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달 27일(현지시간) WNBA의 간판스타이자 올림픽 2관왕인 브리트니 그리너가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힘키 법원에서 열린 예비 심리를 위해 법정으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의 수정 제안이 공식 채널을 통해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FSB는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러시아 보안 조직의 중추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FSB의 전신인 막강했던 KGB에서 복무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아드르앤 왓슨은 이러한 소식이 알려진 뒤 갖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제3국에 수감 중인 자국의 암살자를 구출하기 위해 미국인 인질들을 불법적으로 억류하고 있는 것은 고려할 역제안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러시아가 집중해야 할 협상 의제를 회피하려는, 신의성실 원칙에서 벗어나는 행위(bad faith attempt)입니다.”라고 말했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 전략커뮤니케이션 조정관은 지난 2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요청을 “정말 진지한 제안을 회피하기 위한, 신의성실 원칙에서 벗어나는 행위”라고 묘사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가 우리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진전이 미국이 제안한 죄수 교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을 드러내는 것이냐고 묻자 커비 조정관은 현재 상황을 그런 식으로 설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냥 그들이 우리의 제안을 진지하게 충심으로 숙고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내는 징표라고 생각합니다. 교착상태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 우리는 브리트니와 폴이 가족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를 학수고대합니다. 그들은 부당하게 우리 국민을 가둬놓고 있는 겁니다. 아무튼 우리는 계속 최선을 다 할 겁니다.”

커비는 이렇게 말했다.

이와 관련 논평을 요청받은 한 국무부 관리는 CNN에 “성공적인 결과를 위한 최상의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가능성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논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27일에 미국이 브리트니 그리너와 폴 웰런의 석방을 원활히 하기 위해 “몇 주 전에 상당한 제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그 제안을 놓고 계속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금요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죄수 교환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솔직하고 직접적인 대화였다.”고 말했다.

“나는 폴 웰런과 브리트니 그리너의 석방과 관련된 실질적인 제안을 수락하도록 크렘린궁에 압력을 가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렇게 덧붙였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사진=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라브로프가 블링컨에게 미국은 “가정을 전제하지 말고” 죄수 교환 가능성에 대해 “조용한 외교” 모드로 돌아갈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장관과 러시아 외무장관 사이의 전화 회담에서 크라시코프 문제가 논의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여러 소식통들은 CNN에 러시아는 크라시코프가 아니더라도 그리너와 웰런을 풀어주는 대가로 2명의 죄수 석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최근 몇 주 동안 빅토르 부트와 미국에서 2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해커 로만 셀레즈네프의 석방을 원한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공개적 접촉은 말할 것도 없이, 눈에 띄는 활동들이 올바르고 공정한 협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런 공개적 활동들이 건강 문제가 심각한 빅토르 부트나 로만 셀레즈네프같은 많은 우리 애국 동포의 앞길에 도움을 준다고 확신하지 못합니다.”

세르게이 리야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달 초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가 그리너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진지하지 않은 제안을 함으로써 시간을 벌려고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너는 지난 2월 가방에 대마초 기름을 넣고 러시아에 입국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웰런은 2020년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16년형을 선고받았다. 미 국무부는 두 사람 모두 부당하게 구금됐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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