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인스타그램 포스팅 때문에 체포된 러시아 여대생...삭막한 애국심들의 눈초리
[우크라 줌인] 인스타그램 포스팅 때문에 체포된 러시아 여대생...삭막한 애국심들의 눈초리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2.16 05:43
  • 수정 2023.02.16 0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판에 출두한 올리샤 [사진 = BBC]
재판에 출두한 올리샤 [사진 = BBC]

BBC와 CNN 등 서방 언론은 1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자국의 행위에 반대한 한 러시아 여대생이 체포돼, 재판에서 10년형을 받을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해있다고 보도했다.

대학생 올리샤 크리토바(20)는 며칠째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다. 가택연금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올리샤의 다리에는 전자발찌가 부착되어있어서 경찰은 그녀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다.

올리샤의 범죄 혐의는 무엇일까? 

올리샤는 소셜미디어에 반전 게시물을 올린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녀의 포스팅 중 하나는 지난해 10월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크림대교에서 발생한 폭발과 관련이 있었다.

“나는 인스타그램에 크림대교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습니다.”

올리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다리 폭발을 얼마나 기뻐하는지 알린 것이지요.”

그녀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친구의 게시물을 공유했다.

그런 다음 악몽이 시작되었다.

“어머니와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찰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올리샤는 테러를 정당화하고 러시아 군대를 모독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녀는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인터넷에 뭐를 올렸다고 이런 가혹한 징역형을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러시아에서 말도 안 되는 판결이 내려졌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계속 했습니다.”

아르한겔스크에 있는 ‘북부연맹대학’ 학생인 올리샤는 이제 러시아가 지정한 테러리스트 및 극단주의자 리스트에 공식으로 올랐다.

“내가 학교 총격범이나 ISIS 그룹과 같은 명단에 올랐다는 것을 알았을 때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회상했다.

올리샤는 러시아의 가택연금 규정에 따라 전화 통화와 온라인 접속이 금지되었다.

올리샤의 오른쪽 다리에는 놀라운 문신이 새겨져 있다. 문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거미로 묘사한 이미지와 함께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조지 오웰의 문구를 담고 있다.

하지만 올리샤의 경우 그녀를 지켜보는 것은 ‘빅 브라더(Big Brother)’가 아니라 그녀의 동료 학생들인 것 같다.

“친구 하나가 채팅에서 나에 대해 거론된 게시물을 보여줬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반 푸틴 이미지를 새긴 올리샤의 문신 [사진 = BBC]
반 푸틴 이미지를 새긴 올리샤의 문신 [사진 = BBC]

“내가 얼마나 러시아군의 ‘특별작전’에 반대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채팅 참여자들이 역사학과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나를 당국에 고발할지 말지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BBC는 단체 채팅방에서 발췌한 내용을 검토해보았다.

한 댓글은 올리샤가 “패배적이고 극단주의 성향의 도발적 게시물을 올렸다. 이는 전쟁 상황에서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아예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그녀의 신용을 떨어뜨린 뒤 그래도 그녀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보안 당국에 맡기자.”

또 다른 누군가는 “고발은 애국자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올리샤는 나중에 법정에서 검찰측 증인 목록을 읽을 때 이 단체 채팅방 참가자의 이름들이 떠올랐다.

러시아가 이른바 ‘특별 군사작전(special military operation)’을 내세우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되었다. 침공 몇 주 만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사람들에게 “인간쓰레기들과 반역자들로부터 진정한 애국자”를 분리해낼 것을 촉구했다.

그 이후로 러시아 전역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구소련식 고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는 학생이 교사를 고발하고, 노동자가 동료 노동자를 고발하는 사례들이 포함되어있다.

침략 행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이며, 다른 사람의 부정적 포스팅을 공유해서도 안 된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황에 대해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만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싶지 않다면 적어도 침묵을 지키기를 강요한다. 침묵하지 않을 경우에는 반대자를 처벌하는 일련의 법률들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군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행위와 러시아군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이 포함된다.

아르한겔스크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러시아 군인의 거대한 초상화가 9층짜리 아파트 옆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으며, 그 밑에는 “전사가 된다는 것은 영원히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애국적 메시지는 사람을 끄는 설득력이 있다. 아르한겔스크 거리에서 취재진은 반전 발언으로 기소될 위기에 처한 러시아인들에 대한 동정심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 군대를 깎아내리거나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골치 아픈 존재들입니다.”

시민 콘스탄틴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총알받이로 최전방으로 보내져야 합니다.”

“나는 ‘특별 군사작전’을 비판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좋지 않게 봅니다.”

또 다른 시민 에카테리나는 이렇게 주장했다.

러시아에서는 어디를 가나 애국적 포스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진 = BBC]
러시아에서는 어디를 가나 애국적 포스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진 = BBC]

기자는 그렇다고 해도 온라인에 뭐를 게시했다고 장기 징역형에 처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진지 물었다.

“사람이면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에카테리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 나라에 살면서 나라가 주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법을 준수해야 합니다.”

그날 늦게 올리샤는 법원 심리 참석을 위해서만 외출이 허용되었다. 그녀의 변호인은 그녀의 이동 제한을 풀어달라고 판사를 설득하는 중이다.

올리샤의 티셔츠에는 ‘스쿨버스(School Bus)’라고 적힌 경찰차 사진이 그려져 있다. 정부를 반대하는 젊은 러시아인들이 어떻게 처벌받고 있는지를 풍자하는 그림이다.

이날 판사는 올리샤의 가택연금 상태를 풀어주지 않았다.

“러시아는 민주주의나 자유에 대한 토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올리샤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사람을 감옥에 넣을 수는 없습니다. 어느 시점이 되면 감옥이 부족할 것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