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FOCUS] “산 너머 산”…건설사, ‘부동산 PF’ 폭탄 돌리기에 금융권 ‘속수무책’
[건설 FOCUS] “산 너머 산”…건설사, ‘부동산 PF’ 폭탄 돌리기에 금융권 ‘속수무책’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3.04.17 17:02
  • 수정 2023.04.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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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점입가경…브릿지론 포함한 ‘대출 잔액’ 200조 육박
주택 · 토목건설 착공 공사 계약액 66.7조…전년比 18.4% 감소
미분양 쌓이며 거세진 부동산 시장 침체…금융권 전반 확산 우려
미분양 물량도 8만 가구 육박…2014년 7월 이후 최대 물량 적체
대형·중견 대다수 건설사 ‘브릿지론’ 이용…올해 200조 넘어설 듯
금융권, 부동산 PF 잔액 14조…브릿지론 전반 ‘땜질 처방’ 지적
아파트 공사 현장 CG.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공사 현장 CG.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택사업 공사 현장과 오피스·지식산업 센터 등 건축 사업장이나 지난해와 비교해 확연하게 감소했음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는 더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경제 충격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살려야 할 곳은 살려야 한다"는 기조로 PF 대주단협의체를 가동, 자금난이 일시적인 정상 사업장에 대해선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는 데 그칠 뿐이며, 부동산 시장 전반에 불어닥친 자금난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부동산 PF 부실은 집값 붕괴를 야기하는 등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주택 가격 급락과 미분양 급증 탓에 100대 건설사 중 45사가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며, 저축은행 30여 곳이 문을 닫는 등 금융권에 가해진 충격파가 거셌다.15년이 지난 지금의 경기 침체 속에서 이번에도 똑같은 사태가 반복되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는 누구도 바라는 일이 아니다.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는 확대된 반면 건축 허가·착공 면적이 작년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며, 건설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자료에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월 건축허 가와 착공 면적은 각각 1252만1000㎡, 588만4000㎡로 집계됐다. 작년 월 평균 대비 허가는 17%, 착공은 36% 감소했다. 특히 착공면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급감했던 지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동월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1024만㎡에서 10월 757만㎡로 줄었고, 올해 접어들면서 감소폭이 확대됐다. 1월엔 473만㎡로 작년 하반기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착공 면적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레고랜드발 PF사태가 터진 지난해 10월부터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세를 보이면서 디벨로퍼 사업을 추진하던 사업장이 증가했으나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시장이 얼어붙고 부동산PF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올해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재지별 공사 현장 추이를 보면 수도권이 30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줄었고,비수도권은 36조2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7.3% 감소했다.

본사 소재지 기준으로 놓고보면 수도권이 36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28.9% 감소, 비수도권은 30조원으로 0.1% 증가했다. 

미분양 아파트 리스크도 9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등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 말 전국 일반 미분양 주택은 총 7만5438채다. 매달 약 1만채씩 급증하던 일반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4월 예정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없으며, 이는 201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회사채 발행 CG. [사진=연합뉴스]
회사채 발행 CG.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점에서 건설사 위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전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건설사들의 부도가 본격적으로 터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말부터는 분양이 원활하지 않고 공사비 회수가 되지 않아 매출채권을 대손처리하는 건설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릿지론을 통해 자금을 수혈받은 건설사도 존재한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11곳의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2022년 9월 말 기준 94조2000억원에 달한다. 건설사 별로는 현대건설 24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GS건설 14조5000억원, 롯데건설 12조 8000억원, 대우건설 10조2000억원, 포스코건설 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견건설사도 규모가 적지 않다. 태영건설 7조500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6조원, 동부건설 3조4000억원 KCC건설 3조2000억원, , 코오롱글로벌 2조원, HL D&I 한라 1조5000억원 순이다. 반면 같은 기간 건설사들이 확보한 보유 현금 유동성은 12조원에 그친다. 이는건설사 자체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 유동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얘기다. 

브릿지론은 ‘착공 전 단계’인 토지매입 시 이용되는 대출 상품이다. 다수 주요 건설사들이 자주 이용한다. 시행사가 개발사업 초기에 토지매입 등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중단기·고금리로 차입한 자금이다. 다만 해당 대출의 주된 특징은 토지 매입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데다가 건축사업 인·허가 위험 등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브릿지론은 책임 준공이 이행되지 못하면 채무인수(PF 차입금액 혹은 약정금액 혹은 약정한도액), 중도금대출, 정비사업, 일반 도급사업 PF 보증을 포함한 개발사업 우발채무에 포함되는 만큼 건설사 입장에서는 채무상환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커지게 된다.

설사 나중에 토지매입과 인허가가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미분양 예상 등으로 충분한 분양대금이 확보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 본PF로 전환되지 못할 위험도 존재한다. 이로 인해 돈을 빌려준 금융권 입장에서는 통상적으로 브릿지론에 신용공여를 제공한 건설사의 우발채무의 위험도는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대형건설사나 중견건설사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현대건설·GS건설·롯데건설·포스코건설 등 1군 건설사를 추이를 보면  KB금융그룹의 부채담보부증권(CDO) 발행을 통해 5000억원 규모 브릿지론 대출 지원을 받게된 것이다. 이 외에도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등은 추가로 지원할 건설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도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2800억원 PF 유동화증권 차환 매입펀드를 조성했다. KCC건설과 신세계건설은 신용보증기금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를 통해 각 200억원씩을 조달한 것이다.

현대건설·롯데건설 등 5개 대형 건설사들은 KB금융으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차환 매입 채권을 통해 자금을 수혈받기로 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대형 건설사의 수도권 사업장 중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브릿지론 대환에 쓰일 예정이다.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수혈받은 건설사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곳이 GS건설· SK에코플랜트·신세계건설 등이다. 이달은 올해 1분기 브릿지론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하며, 간신히 투자자 확보하게 된 것이다. 다만 희비는 갈린다.대형 건설사들은 모집금액에 어느 정도 물량이 풀리면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중견건설사들은 참패를 맛본 것이다.희비가 갈린 이유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중견건설사들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췄는지 시장에선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에도 양극화가 심해진 것이다.

반면 상당수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자금 융통에 여전히 허덕이고 있다. 중견‧중소건설사는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미분양우려가 훨씬 더 큰 탓이다. 게다가 회사채의 만기도래도 건설업체에게 큰 부담이다. 이 때문에 지방 분양물량이 많은 중견 및 중소 건설사들을 비롯해 관련 시행사들의 도산 위험성도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재무상태가 좋지않은 중견 건설사 가운데 5~6개 건설사가 위험 수위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발행 CG. [사진=연합뉴스]
회사채발행 CG. [사진=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채권시장 및 단기금융시장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총 48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안정성이 떨어지는 A등급 이하 비우량채가 15조2000억원을 차지한다. 캐피탈·카드채 등을 포함하는 여신전문금융채도 65조원가량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업권은 일시적 자금난에 처한 정상사업장을 구제하기 위해 부동산PF 대주단 협약을 최종 매듭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대주단이 보유한 전 채권액의 3분의 2(66.7%) 이상 동의를 얻으면 대출 만기연장이 가능하다. 4분의 3(75%) 이상 동의하면 이자 감면과 신규 자금 지원 혜택까지 받게 된다.

금융당국과 각 업권이 선제적으로 나선 것은 부동산PF 시장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금융권 PF대출 건전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 업권의 PF 대출 잔액은 2021년말 112조6000억원에서 지난 연말 129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이처럼  당국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100조원 이상 투입했음에도 PF발 부동산금융 시장 리스크가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있다. 간접적인 지원을 포함하면 실제 지원 규모는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업권별로는 보험업계가 44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은행(39조원), 여전사(26조8000억원), 저축은행(10조5000억원), 상호금융(4조8000억원), 증권(4조5000억원)이 뒤를 이었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갈수록 연체금리도 급등하는 추세다. 은행·보험·증권·여전사·저축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 제외)의 지난 연말 기준 PF 대출 연체율은 1.19%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0.82% 포인트 오른 것. PF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0년 0.56%에서 이듬해 0.37%로 낮아졌다가 작년 9월말 0.86%로 급등해 상승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인 것이 전체 금융권으로 확산된 것이다. 증권업계의 연체율은 전년 말 3.71%에서 지난 연말 10.38%로 크게 올랐다. 캐피탈 등 여신금융전문회사는 0.47%에서 2.20%, 저축은행은 1.22%에서 2.05%로 올랐다. 보험은 0.07%에서 0.60%로 소폭 늘었다. 반면 은행은 0.03%에서 0.01%로 떨어졌다.

2금융권은 보통 사업 초기 토지 매입을 위한 '브리지론'을 주로 취급하는데, 부동산 경기 악화로 착공부터 어렵다 보니 '본PF'로 전환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통 시행사가 토지 매입을 위해 '브리지론'을 활용하고, '본PF' 로 넘어가 브리지론으로 빌린 돈을 갚는 구조기 때문에 연체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대주단협의체가 '땜질식 처방'에 지나지 않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는 한 대출 만기연장을 계속해도 상황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권 PF 대출 CG. [사진=연합뉴스]
금융권 PF 대출 CG. [사진=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시중에 융통할 수 있는 부동산 PF 잔액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시중에 한국신용평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까지 만기도래하는 부동산PF 금액은 약 14조원이다. 대주단협의체 가동으로 해당 금액은 조정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도 만기연장이나 이자감면 지원을 지속하는 게 맞느냐는 회의론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에도 비슷한 의견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미 만기가 도래한 브리지론의 상당규모가 '본PF'로 전환하지 못하고 3개월 내지는 6개월의 만기 연장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브릿지론에서 본PF로 넘어간 사례가 한 건도 없다. 지금까지 단기로 롤오버(채권이나 계약 등에 대해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만기를 연장하는 것을 의미)하며 '폭탄돌리기'로 겨우 버티는 모습이다.

올해 만기도래 금액 중 58.4%가 브리지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위기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 것이다. 실제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평가다. 작년 말부터 이어진 PF 지원 기조와 관련해 금융당국 내부에서 회의론이 생기고 있다고 전해진다. PF 리스크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기 전에 정부에서 사전 구착수할 것이라는 거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는 오르락내리락하기 마련이고 지금의 위기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해결될 문제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부동산이 잡힐 때까지 언제까지 지원에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 역시 저축은행의 부동산PF가 전방위적으로 퍼진 금융 위기의 방아쇠를 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PF 대출 금액이 상환되지 않고 점점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올해 연말까지 고금리 기조가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PF 잔액이 한순간에 낮아질 우려가 있는 만큼 만일에 대비해서 사전에 준비할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위기가 지난해 하반기 보다는 감소했다”며 “관리 가능한 수준이고 저축은행업계 대주단과 전 금융업권 대주단 모두에 적극 참여해 부실 위험성을 줄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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