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프라이스제 폐지…판매율 유지 위해 저가 납품
관계자 "무인 점포, 아이스크림 매출 크게 일조해"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아이스크림 할인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반값 할인이 당연시되고 있다 보니 빙과시장의 유통구조는 수익성 악화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2017년 880개에서 2022년에는 약 6600개까지 늘어났다고 추정한다.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은 대부분 무인으로 운영된다.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고 매장 창업 초기 비용이 약 2000만 원으로 저렴한 편에 속해 빠른 속도로 점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급증으로 인한 아이스크림 수요는 많아진 실정인데 빙과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이런 무인 매장의 급증과 오픈프라이스제로 인해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기 때문이다.
실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방문했을 때, 무인 점포에서의 '바' 아이스크림 가격은 500~800원으로 조성돼 있다. 이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1200원의 바 아이스크림 가격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오픈프라이스제는 제조업체가 유통 업체에 물건을 납품할 때 납품 가격만 동일하게 주고 최종 판매 가격은 유통 업체가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 때문에 최종 판매점에 따라 가격에 차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픈프라이스제는 지난 2010년 시행돼 1년 만에 폐지된 바 있다. 제도는 실제 판매가보다 제품 가격을 올려 할인 판매하는 제조 업체와 유통 업체 간의 담합을 근절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유통 업체끼리 담합해 가격을 올리는 현상이 발생해 가격 인하·물가 안정 등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오픈프라이스제는 폐지됐지만, 빙과시장에서 아이스크림은 할인된 가격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져 정가로 구매하지 않는 품목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이런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한 유통업체는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격 할인율을 낮추지 않고 저렴한 가격의 납품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추가로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하며 팔면 팔수록 수익을 내는 다다익선 구조가 아닌 적자가 생기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빙과업체의 가격 정찰제는 숙원사업이 됐다. 빙과류 권장소비자가격 판매가 정착되면 방과업체들의 수익성도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빙과업계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롯데웰푸드와 빙그레도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올여름도 폭염이 예상되며 매출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돼 아이스크림을 먹기 좋은 상황이 됐는데 낮아진 아이스크림 가격에 수익성 개선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은 롯데웰푸드 43.9%, 빙그레 41.76%로 약 86%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빙과 ▲매출 6605억 원 ▲영업이익 50% 상승한 127억 원, 빙그레 ▲매출 2935억 원 ▲영업이익 179% 증가한 139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원유 가격 협상까지 진행되고 있어 빙과시장의 고민이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우유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가 주원료가 되는 아이스크림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빙그레의 경우, 원유 계약을 1년 단위로 하게 되는데 작년 11월 계약을 체결해 문제없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개인사업자라 납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원유값 협상에 따른 가격 인상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많이 늘어나며 회사의 매출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고 많이 팔수록 적자라는 수익구조가 생겼으면 대리점에서 납품 자체를 안 할 것"이라며 "원유 가격은 현재 협상 단계에 있어 가격 인상 계획 검토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추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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