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지만, 트럼프 기소는 법치가 살아있다는 징표”
[월드 프리즘]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지만, 트럼프 기소는 법치가 살아있다는 징표”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6.24 06:47
  • 수정 2023.06.2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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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 훼손 세력과도 대화해야 하는 자리다.”
[사진 = CNN 캡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사진 = CNN 캡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각) CNN방송과 특별 인터뷰를 갖고, “미국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지만, 트럼프 기소는 법치가 살아있다는 징표”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 훼손 세력과도 대화해야 하는 자리”라고 피력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CNN과 가진 독점 인터뷰에서 미국과 전 세계의 민주주의 제도가 “기능을 상실(creaky)”할 위기에 처해있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해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하는 것도 미국 지도자들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CNN방송의 수석 국제 앵커인 크리스티안 아만포어에게 자신의 후임자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연방 기소는 미국에서 여전히 법치가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보호하려는 서방의 노력은 민주주의의 장기적인 보호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전히 ​​민주주의 원칙이 위협받고 있는 징후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사회적 불평등은 건강한 민주주의 유지에 걸림돌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다면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바마는 아테네에서 열리고 있는 민주주의 토론회장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의 기존 민주주의 제도는 낡고 삐걱거려서 개혁해야 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달 초 전격적으로 단행된 트럼프의 기소를 포함하여 전 세계의 민주주의 및 정치 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견해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메시지가 세계 여러 지역에 최상이 아닌 차선책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했다.

“모든 것이 최상의 상태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답변해야 한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으며, 혐의가 법적 절차를 통해 판명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입증하는 겁니다.”

그는 아울러 트럼프의 행동 자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입법 과정에 강제적 변화를 가해 비판적인 세력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거나, 언론을 위협”하려는 광범위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움직임이 “현재 미국 공화당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만, 딱히 한 정치 세력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취임 선서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서류에 규정된 민주주의 원칙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정신 그 자체를 신봉하는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번 주 그리스 방문은 그가 대통령으로서 마지막으로 외국을 방문했던 곳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2016년, 트럼프가 백악관을 이어받은 직후, 그는 고대 민주제도의 탄생지에서 미국 민주주의가 계속 꽃피우기를 희망했었다.

그때로 돌아가 보면, 미국 국내외의 오바마의 지지자들 모두 트럼프 아래에서의 미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오바마는 미국 민주주의는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bigger than any one person)”라고 말했다.

그는 아테네 중심에 위치한 아크로폴리스를 오르고, 고대 그리스인들이 아테나 여신에게 바친 2,500년 된 신전인 파르테논 신전을 둘러보면서 민주적 이상에 대한 자신의 노력에 상징성을 부여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또한 고대 유물 출토지 인근에 건설된 박물관도 견학했다.

[사진 = CNN 캡처]
아크로폴리스에 오른 오바마 전 대통령 [사진 = CNN 캡처]

오바마의 퇴임 이후 미국과 세계 민주주의 퇴보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트럼프의 거짓 주장과 미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는 미국의 체제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의 독재자들이 권력을 공고히 하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은 다른 나라의 독재자나 반민주적 지도자들과도 대화를 해야 하는 숙명적인 자리라고 묘사하면서 그가 오벌 오피스(백악관 집무실)에 있을 때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많은 인물들과 자리를 함께 했던 일화들을 떠올렸다.

“미국 대통령은 아주 복잡한 자리입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대통령은 공평해야 합니다. 나는 재임 중 우방 지도자라고 하는 인사들과 만나기도 했지만, 솔직하게 말하라고 한다면, 민주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나라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과도 자리를 함께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백악관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공식 국빈방문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나왔다. 모디 총리는 인권단체들로부터 권위주의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백악관은 그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인 데다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할 중요한 보루로 간주하고 있다.

오바마는 기후 변화 문제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논의했던 사실을 인권을 탄압하는 지도자들과도 공통 관심사를 함께 추진했던 하나의 사례로 꼽았다. 이번 주 바이든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에서 민주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람들 앞에서 시진핑 주석을 독재자라 부르기도 했다.

“그들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중요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그들과 논의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다양한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미국 대통령은 가능한 그러한 원칙을 지키고, 공개적으로든 비공개로든, 문제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름을 떨치기보다는 실제적 성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현재 미국을 국빈 방문하며 바이든의 환대를 받고 있는 인도의 모디 총리는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 때문에 서방 세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그는 반대파와 언론을 탄압하고, 인권단체로부터는 무슬림을 차별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오바마는 기후 변화 문제 등에서 모디 총리와 머리를 맞댄 일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도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대화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인도가 소수민족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나라가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식의 대규모 내부 갈등이 발생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 보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리스에 머물면서 ‘오바마 재단 지도자(Obama Foundation Leaders)’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만났다.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의 지도자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그룹 회의에 참석해 민주주의 발전과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방치하고서는 어떤 민주주의도 번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달에 지중해에서 침몰해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낸, 난민 선박의 예를 들었는데, 이 사건은 타이타닉호 잔해 주변에서 실종된 잠수정 사건으로 비교적 여론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다.

“어떤 면에서 이는 사람들마다 삶의 기회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에 해당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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