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반란] 러시아에서 일어날 다음 수순은?...20년 철권 흔들리는 푸틴
[바그너 반란] 러시아에서 일어날 다음 수순은?...20년 철권 흔들리는 푸틴
  • 유 진 기자
  • 승인 2023.06.27 05:50
  • 수정 2023.06.27 0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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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과 용병 조직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진 =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과 용병 조직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진 = 연합뉴스]

지난 주말과 주일 세계는 러시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상황이 갑자기 막을 내려버렸다. 정말 끝난 것일까?

CNN방송은 26일(현지 시각) 러시아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다음 수순을 예견하는 칼럼을 내보냈다.

칼럼의 필자 데이비드 A. 안델만은 프랑스 ‘레지옹 드뇌르’ 훈장을 받은 언론인으로 <뉴욕타임스>와 <CBS뉴스> 특파원을 역임한 바 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준군사조직 바그너 그룹의 군대 이동은 마치 반란처럼 보였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쿠데타라 부르기도 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내전이라 칭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바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로의 진격을 중단한다고 갑자기 발표하자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던 크렘린 성문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전투의 전망은 힘을 잃게 되었다.

프리고진은 현재 모스크바로의 진격을 취소하고 벨라루스로 망명한 것으로 보인다.(적어도 크렘린과 벨라루스 지도자 알렉산더 루카셴코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 당장의 위기는 실제로 면했지만, 프리고진과 푸틴이 오래 전부터 깔아놓은 위기의 토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싸울 가치도 없고 목숨을 바칠 이유도 없다는 숨죽인 목소리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번 사태를 기화로 그 목소리가 프리고진의 입을 통해 방송을 타버린 것이다. 이는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프리고진이, 푸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조심스럽게 피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패한 엘리트들에 의해 자행된 “협잡(a racket)”으로 묘사하는 놀라운 30분짜리 비디오가 지난 23일 공개되자 깨달음의 순간이 즉시 찾아드는 것 같았다.

“러시아를 지배하는 올리가르히 세력(소수의 신흥 주류 세력)은 전쟁이 필요했다.”

프리고진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정신병에 걸린 쓰레기들이 ‘수천 명의 러시아 군인들을 총알받이로 허비해도 상관없다. 젊은이들이 죽어나가도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기만 하면 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물론 프리고진이 자신이 생각하는 부패 세력이 러시아와 러시아군을 망치고 있다고 직접 대놓고 비난한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달 그는 친 크렘린 블로거인 콘스탄틴 돌고프와의 불꽃 튀는 인터뷰에서 “엘리트 계층 자식들이 인터넷에서 희희낙락하는 동안 서민들의 자식들은 몸이 산산조각이 되고, 어머니는 아들의 주검을 부여안고 울부짖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무장 해제하겠다는 전쟁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전에는 500대의 전차를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은 5,000대를 가지게 되었고, 전에는 노련한 군인 2만 명이 있었다면 지금은 40만 명으로 늘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벨라루스에 간 프리고진은 침묵을 지킬까? 그렇게 보기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그는 푸틴의 사법권을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휴대폰과 노트북으로 강력한 힘을 휘두를 수 있다.

그러나 아마도 훨씬 더 극적인 상황은 러시아 황제가 실제로 더 이상 갈아입을 옷이 없게 됐다는 사실이다.

물론, 푸틴은 자리에서 쫓겨날 수 있는 파국만은 가까스로 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프리고진의 군대가 이동하는 동안 “반역자”는 처벌받을 것이라고 전국 방송망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전우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대고 조국을 배신한 무리들을 응징할 것”이라는 큰소리를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지난 24일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지지자와 사진을 찍고 있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오른쪽)의 모습. [사진 = A연합뉴스]
지난 24일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지지자와 사진을 찍고 있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오른쪽)의 모습. [사진 = A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의심할 여지 없이 그의 권위에 대한 가장 크고 직접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물론, 짜르의 약점은 한동안 눈에 띄지 않을 수는 있다.

우선, 러시아 지도자 앞에는 프리고진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이 왜 푸틴의 전쟁에 나서야 있는지 궁금해하는 수천 명의 군인이 있다.

23일 공개된 프리고진의 동영상은 그의 텔레그램 채널에 게시되었으며, 분명히 야전에 배치된 러시아군과 러시아 국민 수백만 명이 시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그가 블로거 돌고프와 행한 많은 인터뷰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이나 그의 장군들은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자국 군대에게 지금 목숨을 바칠 가치가 있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지난해 9월부터 우크라이나가 마련한 핫라인 “나는 살고 싶다”에는 항복하겠다는 러시아 군인의 탄원이 최소 1만 건이 접수되었다고 한다.

더욱이, 푸틴의 장군들이 고통 없이 신속하게 승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프리고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가까운 장래에 그의 고위 장군들을 버릴 것이라는 증거는 거의 없어 보인다. 어쩌면 프리고진에 승리를 너무 쉽게 안겨주는 것이 싫어서 미적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최근에는 프리고진의 바그너 조직만이 우크라이나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지적한 대로 몇 주 간의 영양가 없는 전투 끝에 바흐무트의 전략 거점을 점령한 것도 그의 부하들이었다.

이러는 와중에 전쟁터 너머에서는 또 다른 불확실성이 푸틴에게 엄습하는 듯하다. 그는 이제 자신이 자초한 상황과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에 직면한 것처럼 보인다.

그가 혹시 모를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키운 벨라루스의 루카셴코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의 조직 내부(이너써클)에 동요를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여기에 푸틴이 의지하는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가 기자들에게 프리고진의 위치를 ​​알려주지 못하는 사실이 더욱 문제를 꼬이게 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장의 실상이 푸틴의 모든 말을 반박한다. 러시아는 며칠 또는 몇 주 만에 끝낼 것이라는 1년 전의 장담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프리고진이 가장 직접적으로 지적했듯이 우크라이나는 점점 더 강해지고 무장이 강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편에서는 20년 동안 자임해온 독보적인 독재자 푸틴의 권력이 위태로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

실제로 누가 더 권력이 있느냐의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반드시 푸틴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16개월 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문턱까지 진출해서 며칠이면 이 도시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를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도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2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은 푸틴 자신이 키운 용병 조직 때문에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를 방어해야 하는 처지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앞으로 며칠, 몇 주가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최종적인 초점은 우크라이나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및 그의 장군들이 프리고진이 갑자기 선물한 이 상황을 어떻게 적절히 잘 활용하느냐로 모아질 듯하다..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공세가 주말 동안 프리고진이 제기한 과제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까? 그럴 경우에는 크렘린의 권력 투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될 듯하다.

[위키리크스한국=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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