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외교부장 해임에 대해 입 단속을 벌이고 있는 중국...외교부 웹사이트에서 모든 기록 삭제
[월드 프리즘] 외교부장 해임에 대해 입 단속을 벌이고 있는 중국...외교부 웹사이트에서 모든 기록 삭제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7.29 06:56
  • 수정 2023.07.30 0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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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강 전 중국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제공]
친강 전 중국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제공]

불과 5주 전까지만 해도 세계는 중국의 친강 외교부장과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베이징에서 만나 두 강대국 간의 중요한 회담을 갖는 것을 지켜봤다.

그러나 지금 중국 외교부의 웹사이트에서 그 중요한 회동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은 실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28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지난 25일 친강 외교부장이 느닷없이 교체된 뒤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에서는 그날의 회동과 외교부장으로서 친강과 관련된 모든 활동 기록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외교부장 자리는 친강보다 앞서 그 임무를 맡았던 왕이에게로 다시 돌아갔다.

앞서 친강이 지난 6월 말 명확한 설명 없이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몇 주간 온갖 억측과 소문이 이어졌다.

친강이 수행했던 외교부장의 흔적을 신속히 말소하고, 작년 말 영전(榮轉)하기 전 약 10년간 외교부장을 맡았던 왕이를 다시 그 자리로 불러들이는, 상황의 극적인 전개는 수상함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현재까지 친강의 소재나 해임 이유, 중국 공산당원으로서의 최종 운명은 모두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공적인 의사 결정에 설명이 따르지 않는 것은 정치 체제가 불투명하기로 악명이 높은 중국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시진핑 체제 하에서는 그 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과거에도 중국 고위 관리들은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몇 달 후 그들에 대한 징계 조사가 은밀히 진행 중이라는 소식과 함께 발표에 등장하곤 했다.

그동안 친강은 시진핑 주석의 신임을 받는 보좌관이자 전 미국 대사였으며, 중국 외교 정책의 얼굴로 유명세를 탄 고위 관리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었다. 친강의 이런 화려한 경력 때문에 그런 그를 둘러싸고 최근 몇 주 사이 벌어진 일들은 더욱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투명성의 결여는 이미 중국 관료주의에 널리 퍼진 문제입니다. 그리고 나쁜 일이 일어날 때까지는 그러한 결정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쁜 일이 일어나면 일반적으로 시스템에 훨씬 더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워싱턴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Stimson Center)’의 중국 프로그램 팀장인 윤선은 이렇게 평가했다.

“갑작스러운 참모 개편은 분명 시진핑에게는 악재에 해당합니다. 적어도 지도부 내에 무엇이 잘 못 되어서 외교부장을 교체까지 했는지 의문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친강의 교체에는 어떤 중대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일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시기도 좋지 않다. 중국이 서구의 리더십을 대체하겠다고 맹렬히 외교 활동을 벌이는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친강의 교체는 공산당이 불투명하고 신뢰할 수 없는 외교 파트너라는 해외의 인식을 증폭시킬 것입니다.…여기에 중국의 거버넌스(governance)를 양호하고 모범이 되는 시스템으로 포장하려는 중국의 국제적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시아 사회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Asia Society Policy Institute’s Center for China Analysis)‘의 네일 토마스 연구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신임 외교부장 [사진 = 연합뉴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신임 외교부장 [사진 = 연합뉴스]

친강의 해임이 중국과 시진핑에게 미치는 영향

작년에 노련한 후보들을 제치고 친강이 외교부장에 임명되었을 때 사람들은 시진핑이 그에게 높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여겼다. 시 주석은 작년에 유래 없이 3년 연임에 성공한 뒤 지도부를 주로 친위 세력들로 채우며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

관련해서 ’독일 마셜 펀드 인도-태평양 프로그램(German Marshall Fund’s Indo-Pacific program)‘의 보니 글레이저 국장은 “시진핑은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내부 서클(inner circle)이 협소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감이 넘치고 직관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친강이 시 주석의 측근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이 사건은 필연적으로 그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건이 그의 권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닙니다.”

그는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화요일 저녁 중국 관영언론들이 지도부 교체 소식을 전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사회, 정치 사건들에 대한 대중 토론을 통제하는 중국의 막강한 장치들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현재 친강의 교체와 관련된 소셜 미디어 해시태그는 인기 SNS 앱인 웨이보에서 검열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 고대 진(秦) 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텔레비전 드라마에 대한 해시태그를 이용해 이 문제를 토론해보고자 하는 우회 시도도 포함되었다.

왕이 외교부장의 임명에 대한 해시태그는 수요일 아침 플랫폼에 남아 있었지만, 주로 관영언론이나 정부 기관 같은 확인된 계정에서 포스팅된 것들만 표시되었으며, 일반 사용자가 생성한 댓글은 보이지 않았다.

“공식 언론매체는 신뢰를 받았던 고위 관리가 실수를 저질러서 그를 해임한 지도부의 결정은 현명했다는 식으로 여론을 퍼뜨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 국제관계학과의 리 밍지앙 교수는 이렇게 예견했다.

친강에 대해 추가 정보가 어떤 식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중국 언론은 “고위 관리가 잘못을 저지르면 예외 없이 엄격한 징계를 내린다는 당의 확고한 신념이 표출된 사례라고 보도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만일 있다면, 친강의 교체 이유에 대한 추가 정보가 언제 공개될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정보의 공백은 만연한 소문과 추측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달 초 친강이 외교 모임에 불참한 이유를 묻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건강상의 이유”를 언급했었다. 그러나 수요일의 정례 부처 브리핑에서 대변인은 외교부장이 교체된 이유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부했으며, 웹사이트에서 친강의 외교부장 시절 기록이 삭제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관련 규정에 따라 업데이트됐다고”만 답했다.

친강은 현재 국무위원으로서 중국 국내에서는 고위급 행정직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엘리트 정치의 관측통들은 그가 교체된 이유와 외교부 웹사이트에서 그의 활동 기록 삭제에 대해 정당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이유를 암시한다고 말한다.

“베이징은 후일을 위해 이야기를 아껴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대한 발표가 곧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베이징은 이 사건에 쏠린 관심이 식을 때까지 기다릴 겁니다.”

워싱턴에서 윤선 팀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안전한 손(Safe hands)’

외교부 지도부 개편은 중국의 국제 활동이 특히 민감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을 진정시키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이 러시아와 더 긴밀해지고 있다는 유럽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친강의 불가사의한 사라짐과 외교부 수장 교체는 해외에서 어리둥절한 반응을 낳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외교 정책을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능수능란하게 주물럭거린 베테랑의 손길에 다시 맡기는 측면도 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5일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 외교부 교체에 대해 질문을 받고 미국은 원만한 미·중 관계 유지를 위해 “중국 측의 상대가 누구라도” 그와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나는 왕이를 10년 이상 알고 지냈습니다. 나는 국무장관으로서 최근 자카르타 등지에서 그를 여러 번 만났으며 과거처럼 그와 잘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호전적인 ‘전랑외교(wolf warrior)’로 이름을 떨친 왕이는 중국의 가장 까다로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으로 지난 2월에는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는 등 유능한 외교관의 면모도 보여주었다.

시진핑은 지난해 10월 5년간 활동할 지도부 개편에서 은퇴 연령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왕이를 중국 공산당 내 별도 조직인 최고 외교관으로 승진시켜주었다. 이 자리는 정부의 외교부와는 구별되는 별도의 조직이다.

‘아시아 사회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의 토마스 연구원은 왕이는 당분간 공산당 내 외교부 책임자와 과거에 역임했던 정부 내 외교부장 임무를 동시에 통할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견했다. 겸임은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왕이의 재등용은 외교부장으로서의 잠재적 후보군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임명이라고, UC 샌디에고의 ‘21세기 중국센터’ 소장인 빅토르 시흐는 평가했다.

“이번 임명은 시진핑이 다른 대안보다는 안전하고 확실한 손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이번 결정으로 우리는 친강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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