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가정폭력'의 비극...미국 소설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우리가 끝이야』와 그 작가 스토리
[월드 투데이] '가정폭력'의 비극...미국 소설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우리가 끝이야』와 그 작가 스토리
  • 유진 기자
  • 승인 2023.09.17 06:29
  • 수정 2023.09.1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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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소설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작가 콜린 후버(Colleen Hoover) [사진 = CNN]
최근 미국 소설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작가 콜린 후버(Colleen Hoover) [사진 = CNN]

“몇 달 동안이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는 작가에게는 늘 찬반양론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명인 콜린 후버(Colleen Hoover)가 바로 그 장본인이다.” (CNN)

콜린 후버(43)는 주로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현대 로맨스 및 심리 스릴러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텍사스주의 한적한 마을에서 자란 그녀는 부업 삼아 자비출판 방식으로 소설을 출간하다가 10년 만인 2022년에 1,430만 부를 판매하는 보기 드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후버를 유명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결정적 소설 『우리가 끝이야(It Ends With Us)』는 2016년에 출판되었으나, 빛을 보지 못하다가, 지난해 소셜 미디어와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소설은 블레이크 라이블리(Blake Lively)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2024년 개봉될 예정이다.

팬들에게 ‘CoHo’로 알려진 후버는 또한 페이스북 팬 페이지의 팔로워가 94만 명이 넘고, 틱톡의 팔로워는 140만 명에 달하는 등 적극적인 문학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녀는 나아가 스티븐 호킹(Stephen King)에 이어 ‘Goodreads(최대의 서평 사이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팔로워를 거느릴 정도로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작가이다.

또, 그녀는 2023년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에 올랐으며, 그녀의 책들은 지난주 ‘뉴욕타임스 페이퍼백 베스트셀러(New York Times Paperback Trade Fiction)’ 목록에서 상위 5위 중 3위를 차지했다.

후버의 팬들은 그녀 소설이 지닌 매력을 설명할 때 ‘아찔할 정도로 감동적(swoony)’, ‘순수하면서도 달콤하고 에로틱한(sweet-to-scorching)’과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그녀의 소설은 충격적인 반전과 풍부한 감정 묘사, 에로틱한 장면으로 독자들을 압도한다. 틱톡 상에는 그녀의 소설을 읽고 감정이 복받쳐서, 멍한 얼굴로, 눈물로 얼룩진 책을 움켜쥐고 있는 이미지들이 무수하다. 

“콜린 후버의 책은 언제나 말문이 막힐 정도로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한 독자는 틱톡에 이렇게 감상을 남겼다.

하지만 후버의 작품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녀 소설의 주제와 줄거리에서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대목을 지적하는 독자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몇몇 유명 도서 인플루언서들을 포함해 수많은 독자와 다른 작가들은 『우리가 끝이야(It Ends With Us)』가 성적 학대를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로맨스 소설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들은 후버의 작품이 로맨스 소설의 정형(定型)과 관행을 무시하기 때문에 로맨스 장르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마디로 후버의 소설에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말이다. 이 같은 찬반양론은 특정 장르에 대한 독자의 기대, 예술과 사회적 논란거리와의 관계, 한 작가가 어떻게 그렇게 인기를 끌면서 동시에 그렇게 욕을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복잡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점에 진열돼 있는 소설 『우리가 끝이야(It Ends With Us)』 [사진 = CNN]
서점에 진열돼 있는 소설 『우리가 끝이야(It Ends With Us)』 [사진 = CNN]

후버의 소설이 성적 학대를 정당화한다고 비판하는 독자들

(스포일러 경고 : 책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소설 『우리가 끝이야』의 일부 줄거리가 알려질 수 있음)

『우리가 끝이야』는 릴리 블룸이라는 여성이 두 남성과 맺는 관계를 그리고 있다.

그녀는 어릴 적 사랑했던 아틀라스 코리건과 현재 남편인 신경외과 의사 라일 킨케이드 사이를 누비면서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을 연출한다. 가정 폭력은 이 소설에서 분명하게 눈에 띄는 주제인데, 주인공 릴리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손에 학대당하는 모습에 큰 영향을 받는다.

사실, 『우리가 끝이야』라는 책 제목 자체가 릴리의 인생에서 이 악순환이 끝나야 함을 의미하는 듯하다.

그러나 릴리와 라일의 사이에 등장하는 성적 학대 묘사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독자들도 적지 않다.

작가는 라일이 질투와 분노에 사로잡혀 릴리를 신체적, 성적,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장면을 생생하고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은 릴리를 걱정해주고, 그녀는 결국 라일과의 문제 때문에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많은 비평가들이 『우리가 끝이야』에 대해 제기하는 논란거리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고통스러운 삶인 가정 폭력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등장인물들의 행위가 독자들을 사로잡는 불행한 러브스토리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도서 인플루언서인 휘트니 아트킨슨은 일부 내용이 독자들의 열망을 자극한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로맨스나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자신이 스토리의 일부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후버의 소설은 고통스러운 서사를 추가함으로써 따라하고픈 로맨스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일반적인 로맨스물은 독자가 그 이야기에 들어가거나 그 세계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에서 9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아트킨슨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후버 소설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캐릭터에 더 공감하면서도, 주인공과 동일시하는 현실도피 심리보다는, 빠르게 전개되면서도 읽기 쉽고 재미있는 내용 때문에 빠져든다고 생각합니다.”

아트킨슨은 후버의 다른 소설 『11월 9일(11월 9일)』에서 주인공 여성의 상대 남성이 그녀가 떠나지 못하도록 차 키를 내주지 않으면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꿈을 꾸는 장면의 발췌문을 소셜 미디어에 게시했다.

아크킨슨은 주인공 여성이 파트너의 문제적 행동을 참아내는 대표적 장면을 뽑아내 후버 소설의 전형적 패턴이라고 주장하고자 한 것이다.

“소심한 여성 캐릭터와 오만하고 폭력적인 상대 남성이라는 같은 주제가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아트킨슨은 CNN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모욕적이거나 강압적인 행동은 미화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소설은 그런 식으로 묘사됩니다. 강압과 통제에도 핑계가 있으며 정상적인 관계일 수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반면에 이 같은 묘사들은 후버의 소설을 ‘날 것 그대로(raw)’, ‘감정 묘사가 풍부한(emotional)’, ‘연민을 불러일으키는(compassionate)’ 작품이라고 칭찬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우리가 끝이야』는 콜린 후버의 소설 중 가장 개인적이고 대담하며 고통스러운 책이다.”

‘Goodreads(최대의 서평 사이트)’에서 별 5개를 받은 한 독자는 이렇게 후기를 남겼다. 

“성적 학대와 가정 폭력은 민감한 주제여서 그것이 이 책의 주요 주제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한 여성으로서 당당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가 없는 척한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후버도 자신의 소설이 여성을 일깨우는 데 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녀는 부모의 폭력적인 결혼 생활의 진행 과정을 목격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우리가 끝이야』는 바로 결혼 관계를 끝내려는 어머니의 용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 바가 있다.

“끔찍한 상황을 떠난 독자들로부터 내 책이 그렇게 하도록 영감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바라는 가장 반가운 일입니다.”

그녀는 2022년 <타임>지에 이렇게 밝혔었다.

한편 후버 소설들이 로맨스 소설이냐는 장르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후버 자신은 ‘Goodreads’ 프로필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한 장르에 국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를 상자에 가두시면 발톱으로 긁어서라도 빠져나올 것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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