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학용품용, 방공호용 두개의 베낭"...학생들의 1/3만이 대면수업에 복귀한 우크라이나 개학 모습
[우크라 줌인] "학용품용, 방공호용 두개의 베낭"...학생들의 1/3만이 대면수업에 복귀한 우크라이나 개학 모습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9.03 06:51
  • 수정 2023.09.0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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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일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신학기 행사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학생들: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도시 부차의 학교 개학식에서 아이들이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을 상징하는 풍선을 쥐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신학기 행사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학생들 :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도시 부차의 학교 개학식에서 아이들이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을 상징하는 풍선을 쥐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금 학교에 나가 대면수업을 받으려면 공습과 방공호를 위한 준비물도 함께 챙겨야 합니다.” 

CNN은 1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초, 중등학교의 개학 모습을 보도했다.

캐터리나 필리펜코는 막내아들의 등교를 위해 배낭 두 개를 준비했다. 하나는 학용품이 들어있고 다른 하나는 방공호용이었다.

“방고호용 가방은 교실에 보관할 겁니다. 그 안에는 공습경보가 끝날 때까지 대패해 있는 동안 마실 물, 장난감, 먹을 것 등이 들어있습니다.”

필리펜코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학기째 이어지는 가운데 거의 400만 명의 초·중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에 복귀했다고, 우크라이나 교육부가 밝혔다.

유니세프(UNICEF: 국제아동기금)에 따르면 올해 우크라이나 학교에 등록된 어린이 중 약 1/3만이 대면수업에 참석하고 나머지는 온라인 학습 등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필리펜코의 두 아들(6세, 14세)은 학교에 직접 등교해서 공부할 예정이다. 키이우에 있는 아이들의 학교 당국은 몇 주 전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학교 문을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대면 수업에는 위험이 따른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는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 미사일과 드론의 공격을 여러 번 받았다. 그러나 남편이 군대에 나가 러시아와 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펜코는 아들들이 가능한 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일반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첫 등교일은 특별한 날로 취급한다. 교문 앞은 학부모들로 북적거리고, 학생들은 가장 좋은 옷으로 차려입고, 선생님들에게 꽃을 선물한다.

“올해는 꽃을 사지 말고 대신 우크라이나군에 기부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필리펜코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신입생 아들을 위해 작은 꽃다발을 샀어요. 기분상 그냥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고, 내 아들이 여기서 첫 등교를 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우리가 폴란드나 ​​외국 어딘가에 있지 않고, 내 아들이 내 조국에서 첫 등교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의미가 큽니다.”

그녀는 이렇게 강조했다.

“학교가 집 근처에 있어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어요. 그래도 불안하긴 합니다. 공습이 언제 벌어질지, 전기가 끊어지지나 않을지......걱정됩니다.”

반면에 수도 키이우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자포리자에 사는 드미트리 우크레인스키(9)는 학교에 복귀할 수 없는 어린이들 중 한 명이다. 우크라이나 남부의 최전선 근처에 있는 이 도시는 빈번한 공습 때문에 대면수업이 훨씬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저는 체육과 컴퓨터 시간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수업을 들을 수 없습니다. 아파트에 갇혀서 무슨 체육 수업이 있습니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드미트리의 엄마 빅토리아 우크레인스카는 대면수업이 열려도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오늘 아침에만 경보가 4번이나 울렸습니다. 언제든지 공습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들려주었다.

포격에 파괴된 우크라이나 학교 [사진 = 연합뉴스]
포격에 파괴된 우크라이나 학교 [사진 = 연합뉴스]

어린 시절의 추억을 앗아가는 전쟁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역의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에게 끔찍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이 시작된 이래 어린이 503명이 사망하고 1,117명이 부상을 입었다. 여기에 1,100명 이상이 실종 상태이고, 거의 2만 명이 강제 이주 또는 추방되었으며, 수십만 명이 난민으로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목요일, 우크라이나 검찰은 수십 건의 고문 사건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저질러진 3000건 이상의 러시아의 범죄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스크바는 고문과 인권 유린 혐의를 거듭 부인하고 있다.

관련해서 유니세프는 신체적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어린이일지라도 전쟁으로 인한 정신 건강 등의 상처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학업에서도 뒤처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니세프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교사 대다수가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저하되었다고 보고했다.

우크라이나 교육부의 옴부즈맨 세르기 고르바초프는 전쟁이 우크라이나 교육에 미치는 실제적인 영향을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 점령 지역에 살고 있는 수많은 어린이들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대상은 바로 그런 지역에 사는 학생들입니다.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하르키우의 한 중등학교에서 우크라이나어와 문학을 가르치는 율리아 돌잔스카는 온라인 학습이 대면수업의 효과를 대체할 수 없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많은 학부모들은 현재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돌잔스카의 학교는 온라인 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럴 경우 공습경보가 울리거나 폭발이 일어나면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가 걱정입니다. 대면수업 중인 학생들을 어떻게 안전하게 방공호로 대피시키고, 온라인 수업 중인 학생들은 또 어떻게 진정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교육부 옴부즈맨 고르바초프는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전쟁이 본격적으로 개시된 이래 학교를 더욱 안전하게 만들고, 대피소를 짓고, 온라인 학습을 개선하는 데 엄청난 투자를 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현재 학교들의 84%가 대피소를 갖추고 학생들의 등교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드미트리 우크레인스키가 학교로 직접 다시 돌아가는 것은 아직은 묘연한 꿈이다. 그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전에 반 친구들을 마지막으로 보고, 지금까지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급생 친구 중 3명만이 자포리자에 남아 있지만, 그들조차 제대로 볼 수 없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너무 위험하고, 도시의 공원과 놀이터가 완전히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학교가 정말 그리워요.”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일 전쟁이 끝나고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하면 밤새도록 잠 안 자고 기다리다 바로 달려갈 텐데 …… 학교 식당이 너무 그리워요. 특히 맛있는 초코칩 빵이 제일 그리워요.“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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