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젠더 규범이 뿌리 깊어”...일본 경제 도약을 가로막는 일본의 성불평등 문화
[월드 투데이] “젠더 규범이 뿌리 깊어”...일본 경제 도약을 가로막는 일본의 성불평등 문화
  • 유 진 기자
  • 승인 2023.09.08 09:25
  • 수정 2023.09.1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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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 컨버세이션]
일본 여성은 직장에서 차별과 제한적인 정책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사진=더 컨버세이션]

최근 일본 경제는 에너지 가격 및 국방비 상승과 팬데믹의 영향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는 노동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더욱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싱크탱크(Thinktank) 리크루트 웍스연구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본은 2030년에는 341만 명, 2040년에는 1,100만 명 이상의 노동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향후 일본 경제에서 성 불평등이 중요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 평등한 사회와 노동력이 혁신과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게 되지만, 일본의 경우 독특한 성불평등 문화가 '덫'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G7 국가 중 성 평등 수준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보건포럼의 글로벌 젠더 보고서에서 일본은 고위직 여성 비율 면에서 역대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최근 일본의 출산율을 시급히 높여야 한다고 선언했다. 또 2030년까지 도쿄 증권거래소 상장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현재 11.4%에서 3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6월에 발표된 정책 초안에 따르면 상장 기업에 법적으로 부과된 임원 할당제를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그러나 일본이 이같은 방법을 수없이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이는 일본 사회에는 젠더 규범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성 규범의 사회화

일본 사회의 성 규범은 유교의 영향으로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가부장적 위계질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남성의 역할은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과 가장의 역할과 관련이 있는, 반면 여성은 아내와 간병인으로 간주되며 궁극적으로 가장에게 복종하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러한 규범을 배우게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본 유치원 교사들은 성별에 따른 말투와 행동 패턴을 장려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다양한 성 역할을 부여한다. 여자아이는 부드럽게 말하고 귀엽고 위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남자아이는 좀 더 지배적인 언어와 행동을 사용한다. 어린이 책과 TV 프로그램은 이러한 위계적 언어 패턴과 행동을 지속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신념과 가치관은 일본 직장 내 채용 관행과 조직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생계부양자/여성 의존적 모델에 기반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경제 기적의 시기'라고 부르는 1945년부터 1991년까지, 대부분의 일본 여성은 연구에 따르면 리더십 경력 경로에서 소외됐다. 그 결과 주요 의사 결정 직책에 오르는 일본 여성의 비율이 낮을 수 밖에 없었다. 

일본의 직장여성들. /재팬 업 클로즈
일본의 직장여성들. /재팬 업 클로즈

오늘날에도 리더십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환경으로 여겨지고 있다. 심지어 여성 역량 강화에 관한 주제일 때도 마찬가지 현상을 보인다. 일본은 양성 평등과 여성 역량 강화에 관한 최근 G7 대표단에 남성 대표를 파견한 유일한 국가였다.

일본 기업 내에서 고임금 직급으로 승진하려면 성별에 관계없이 오랜 시간 근무하고 회사에 헌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직장 문화는 일본 여성에게 상당한 이중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육아휴직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일본 남성의 14%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반면 스웨덴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90%에 달했다. 또한 일본 남성의 무급 가사노동 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하루 41분)이다.

고도로 성별화된 직장과 불평등한 가사 노동 분담으로 인해 여성은 남성보다 승진 기회를 놓치거나, 저임금 비정규직을 맡거나, 자녀를 한 명만 낳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직장에서 여성은 차별과 괴롭힘은 물론 성별에 따른 행동과 외모에 대한 제한적인 기대에 직면하고 있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일본 올림픽위원회 회의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켜 2021년 조직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모리 위원장은 여성들이 말을 너무 많이 하고 고위급 회의에 여성들을 '허용'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패한 솔루션

출산율을 높이고 성 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이전 주도권은 여성 리더십 및 임원진 할당제 도입, 보육 시설 확대, 육아휴직 강화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거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의 주도권은 성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일부 여성을 빈곤으로 몰아넣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싱가포르도 최근 국가 성 평등 검토의 일환으로 유사한 임무를 시작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여성 및 청소년 단체, 민간 단체, 학계, 정책 입안자 및 일반 대중으로부터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수집했다. 그 결과 정책 위시리스트와 보고서가 작성됐으며, 그 결과는 정책과 교육에 모두 반영될 예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일본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사라 박사는 주장하고 있다. 가부장적 질서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합의를 통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을 선호하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과 맞물려 사람들이 공개적인 토론에서 자신의 의견과 바람을 말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검토는 성 역할의 사회화와 관련된 모든 삶의 단계와 사회 측면, 그리고 이것이 미치는 영향을 인권과 경제적 관점에서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들은 일본에서는 이미 성 불평등이 특히 이혼자와 미혼모의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많은 젊은 일본인들은 전통적인 성 역할에 매료되지 않고 있고, 이들은 일본 사회에서 권력층이 아닌 직업을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며, 결혼이라는 제도도 거부하고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한 한 응답자는 "일본은 성 평등의 궤도를 다시 쓸 기회가 있다"며 "어느 정도 수준의 사회 변화에는 한 세대가 걸릴 것이므로 지금부터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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