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중국 지도부 '베일'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월드 프리즘] 중국 지도부 '베일'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 유진 기자
  • 승인 2023.09.24 07:12
  • 수정 2023.09.24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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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강 외교부장에 이어 모습을 감춘 리상푸 국방부장에 대한 CNN의 분석
해임된 것으로 의심되는 리상푸 국방부장 [사진 = 연합뉴스]
해임된 것으로 의심되는 리상푸 국방부장 [사진 = 연합뉴스]

"시진핑 집권 3기가 채 1년도 되기 전에 그에게 충성을 바쳤던 각료가 둘씩이나 공식석상에서 갑자기 모습을 감추면서 시진핑 체제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CNN)

중국 정치에서 찾아보기 힘든 3연임의 임기를 시작하면서 시진핑은 자신의 원대한 비전 달성을 적극 지지하는 충성파들로 중국 집권층의 명단을 채웠었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시진핑이 직접 뽑은 집권 엘리트층 내부가 요동치면서 그의 판단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그의 통치 방식을 놓고 국제적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나 이런 일들이 중국이 내부적으로는 경제 위기에 흔들리고 외부적으로는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일어나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불과 몇 달 만에 세계를 상대로 대화창구 역할을 하던, 중국 내각의 고위 인사 2명이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리상푸 국방부장(67)이 3주 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앞서 몇 주 전 친강 외교부장은 한 달 동안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끝에 극적으로 퇴출됐다.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부재(不在)는 시진핑 주석이,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외부 위협과 취약 요소를 제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다.

리상푸 국방부장과 친강 외교부장은 모두 5개 자리밖에 없는 국무위원 중 한 명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국무위원은 일반 장관보다 직위가 높은 내각의 고위직이다. 리 국방부장은 또한 시 주석이 이끄는 군대를 통할하는 강력한 기관인 ‘중앙군사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했다.

한편, 두 명의 최고 장군들이 해임되자 시 주석이 중국의 재래식 및 핵 미사일 전력을 현대화하기 위해 창설한 정예 부대인 ‘인민해방군 산하 로켓군’이 흔들리면서 군 내에 더 광범위한 숙청이 뒤따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진핑 정권 하에서 더욱 불투명해진 중국 정부는 일련의 인사 개편에 대해 공개적인 설명을 거의 내놓지 않고, 당연히 뒤따르는 추측을 해소하는 데에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관련해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친강 전 외교부장이 주미 대사로 재직하던 중 불륜을 저지른 사실이 공산당 조사 결과 확인됐다고,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 보도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두 고위직 각료의 신분 변화에 대한 투명성 부족은 그동안 줄곧 중국의 정치 체제가 서구 민주주의 모델보다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선전해온 베이징의 국제적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지배 엘리트 사이의 증가하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당 체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말한다. 이런 불확실성은 시진핑의 3번째 임기를 맞이해 그가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의 드류 톰슨 선임연구원은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실제로 베이징에서 촉발되는 엄청난 정치적 위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정치적 위기는 시진핑과 그가 직접 뽑은 부하들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체제 내 행동을 통제하는 확립된 규칙과 규범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정치 체제에서는 주로 의례적인 역할에 국한되는 국방부장 자리는 실제적으로 군대를 지휘하지 않는다. 그러나 리상푸 국방부장은 외부 세계에 중국 군사 외교를 전담하는 중요한 얼굴마담 역할을 했다고, 싱가포르 ‘S. 라자라트남 국제학 대학’의 연구원인 제임스 차는 말했다.

“만약 리상푸에게 정말로 어떤 문제가 있다면 중국은 시진핑 3기 임기 중 두 명의 국무위원을 그렇게 빨리 해임함으로써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게 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리상푸는 지난 3월 국방부장 자리에 오른 후 모스크바를 두 차례 방문했고, 민스크에서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났으며,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안보회의에서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악수를 나눴다.

그러나 최근 몇 주 동안 그는 베트남 관리들과 국경 문제를 토의하는 연례 회의와 베이징에서 열린 싱가포르 해군 참모총장과의 회동 등 일련의 외교 약속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를 고려한다면 리 국방부장의 갑작스런 부재에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고 지적했다.

리 국방부장은 2018년 중국이 러시아 무기를 구매한 일로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고, 중국은 제재가 철회되지 않는 한 리 부장이 미국을 만나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리상푸가 국방장관에서 경질된다면 두 초강대국 간 고위급 군사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친강 전 중국 외교부장 [사진 = 연합뉴스]
친강 전 중국 외교부장 [사진 = 연합뉴스]

‘시진핑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분석가들은 시진핑 충성파의 몰락 가능성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중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권력과 의사 결정을 자신에게 집중한 최고 지도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직접 승진시킨 두 명의 국무위원이 6개월 만에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겁니다. 당국이 아무리 이를 방어하려고 노력해도 시 주석은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겁니다.”

전 중국공산당 기관지의 편집장인 덩유웬은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이다. 그는 “시진핑의 내각 인선에 대해 당내에서도 의문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은 이미 기록적인 청년실업, 지방정부 부채 증가, 급증하는 부동산 위기 등 일련의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분석가들은 시진핑 집권층 내부의 불확실성 증가가 세계 2위 경제 대국에 대한 신뢰 위기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최근 고위 관료 숙청은, 국가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데에는 경제적 성과나 군사력보다는 이념적 결속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믿음을 강조합니다. 이는 그가 소련 붕괴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워싱턴 DC에 있는 ‘민주주의 수호 재단(Foundation for Defense of Democracies)’의 중국 고위 연구원인 크레이그 싱글턴은 이렇게 분석했다.

“리 국방부장의 해임은 중국의 국가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당의 과잉 간섭과 투명성 저하와 관련해 국제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우려를 증대시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부패 척결

리상푸 국방부장은 중국 남서부 쓰촨성에 있는 주요 위성 발사 기지 중 한 곳에서 군 경력을 쌓으며 책임자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로켓 발사 부대에서 30년을 보낸 뒤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직후인 2013년 인민해방군 군수 본부로 승진했다.

리 부장은 시 주석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군 내 핵심 측근인 장여우샤 장군의 후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여우샤 장군은 지난해 10월 지도부 개편 과정에서 비공식 정년을 훌쩍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중앙군사위원회’ 제1부주석으로 승진해 두각을 나타낸 바가 있다.

리 부장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장 장군이 맡았던 ‘중앙군사위원회’ 장비 개발 부서장으로서 중국의 무기 조달을 담당했다.

그러다가 로켓 부대 소속의 두 최고 장군이 갑자기 해임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 일이 있기 며칠 전인 지난 7월, 장비 개발부는 조달 관행의 부패 문제를 새롭게 조사한다고 발표하면서 리 부장이 군의 지휘봉을 맡은 시기와 맞물린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의심스러운 활동에 대해 제보를 해주기를 요청했다.

시진핑은 권력을 잡은 이후 끊임없이 반부패 캠페인을 벌여 수백 명의 고위 관료와 장군, 그리고 수백만 명의 하급 간부를 법정에 세웠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시진핑은 여전히 ​​부패와 싸우고 있습니다. 그는 아직도 불충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당에 대한 군대의 충성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의 드류 톰슨 선임연구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이것은 실제로 베이징의 거버넌스에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드러냅니다. 견제와 균형의 부족, 하향식 정당 통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그들이 지속적으로 근절하려고 노력하는 대상을 제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숙청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

시 주석은 이미 최근 수십 년 동안 중국의 그 어떤 지도자보다 더 많은 권력을 축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과 군대에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캠페인을 배가하고 있다.

지난주 국방부장의 행방에 대한 추측이 커지는 가운데에서도 그는 중국 북동부 지역을 시찰하면서 군 내 단결과 안정을 촉구했다.

톰슨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체제 내 개인 간의 정치적 신뢰 부족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권력을 축적한 뒤 자신을 밀어준 세력에 등을 돌린 중국 지도자는 시진핑 주석만이 아니다. 중국공산당 건국의 아버지이자 시 주석 이전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였던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을 통해 한때 신뢰했던 많은 측근들을 숙청했다.

싱가포르 ‘S. 라자라트남 국제학 대학’의 연구원인 제임스 차는 정치 개편이 곧바로 시진핑이 권력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가 원하는 사람을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시 주석의 권력 장악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리상푸 국방부장과 친강 외교부장의 실종은 중국 일당 중앙집권의 전형적인 징후라고 지적했다.

“시진핑이 전체 정치 체제를 개혁하겠다는 의욕을 놓지 않는 한 이런 종류의 숙청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위키리크스한국=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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