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Insight] 국기 밟고 공기관 해킹하고…파국 치닫는 캐나다·인도 분쟁
[WIKI Insight] 국기 밟고 공기관 해킹하고…파국 치닫는 캐나다·인도 분쟁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3.10.01 17:39
  • 수정 2023.10.01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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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와 캐나다간 외교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캐나다 정부가 인도 출신 시크교 지도자 살인 사건 배후로 인도 정부를 지목하면서 인도 정보요원 등을 추방시켰다. 그러자 인도 역시 자국 주재 캐나다 고위 외교관을 맞추방하며 감정싸움이 격화됐다.

문제는 양국 감정 싸움이 점점 시민들에게로 번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캐나다 시위대가 인도 국기를 밟으며 공개 조사를 요구한 데 이어 인도 해커들은 일제히 캐나다 정부와 공공기관에 사이버 공격을 개시했다.

■ 시크교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 캐나다서 피살 

시크교도 시위에 인도 총영사관 경비 나선 경찰 ⓒ연합뉴스

양국 갈등의 시발짐어 된 하디프 싱 니자르 살해사건은 지난 6월에 발생했다. 니자르는 인도 북부 펀자브 출신으로 스무살 때 위조 여권으로 캐나다에 불법 입국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캐나다에서 배관공 일을 하며 시크교 지도자로 성장해 2007년 캐나다 시민권을 취득했다. 

인도 정부는 그런 그를 보고 '펀자브주의 독립을 꿈꾸는 테러리스트'로 간주해 지난해 100만 루피(약 1만2000달러 가량)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시크교는 인도의 소수 종교 중 하나로 과거부터 인도 내에서 분리 독립 시위를 해오면서 정부와 충돌을 빚고 있다. 인도 정부 입장에선 해외에서 세력을 키우는 니자르가 불편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가운데 니자르는 이달 18일 경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 인근에 있는 시크교 사원 밖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괴한은 니자르가 탄 자동차를 향해 약 30~50발 가량의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용의자는 경찰이 출동했을 땐 이미 도주한 상황이었고, 여전히 체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사건 배후에 인도 정부 '정조준'

유엔 연설중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9월18일, 캐나다 하원에서 '니자르 피살 사건에 인도 정부 요원들이 개입했다는 신뢰할 만한 혐의들이 있다'고 폭탄 선언했다. 트뤼도 총리는 그러면서 "캐나다 정보당국이 이를 조사중에 있으며, 외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캐나다 시민 살해에 개입한 것은 어떤 형태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캐나다 외교부는 트뤼도 총리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직후 같은날 주캐나다 인도 대사관의 정보 담당 외교관 한 명을 추방시켰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정부는 언제나 캐나다인을 보호할 것"이라면서 "인도의 완전한 협조로 문제 진상이 규명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즉각 반발했다. 인도 외무부는 "캐나다에서 발생한 사건에 인도 정부가 개입돼있다는 혐의는 터무니없다"면서 "뭔가 동기를 가진 주장으로 보인다. 오히려 캐나다가 자신들의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에 피난처를 제공한 것에서 초점을 옮기려 이런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것 아니냐"며 역시 캐나다 외교관을 추방시켰다.

■ 급격히 악화된 캐나다·인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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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국기 태우는 캐나다 시크교 단체 시위자들 ⓒ연합뉴스

이 사건을 계기로 양국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양국은 최근 10여 년 만에 재개된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최근 중단시켰다. 또 캐나다 정부는 자국민에게 인도 여행 경보를 내리며 "인도 방문 시 고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인도 정부 역시 캐나다 내 자국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시켰다.

양국의 관계 악화는 정부 차원의 항의를 넘어 국민들에게까지 전이됐다. 캐나다 시크교 단체는 주요 도시에서 잇따라 시위를 열고 있다. 특히 피살 사건 발생 지역인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밴쿠버의 인도 총영사관 앞에선 수십명의 시크교도가 모여 인도 국기를 짓밟으며 공개 조사를 요구했다.

동시에 지난달 28일 캐나다 군·의회·선거관리국 등 캐나다 정부 기관과 공공 기관에 동시다발적인 인도발 사이버 공격이 발생했다. 해킹 그룹은 스스로를 '인도사이버군'이라고 칭하며 캐나다 내 시크교 분리주의 운동을 공격했다. 사이버 보안 당국은 '사소한 공격'이라면서 핵심 시스템 위험 및 정보 유출 등의 피해는 없다고 밝혔으나, 이 공격으로 일부 웹사이트가 닫히거나 운영 속도가 느려지는 피해를 입었다.

■ 겨우 중국 포위망 갖췄는데…캐·인 분쟁에 난감한 美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모디 인도 총리와 대화중인 미 대통령 ⓒ연합뉴스

캐나다와 등을 맞대고 있는 미국은 그간 캐나다의 '오랜 친구' 역할을 해왔다. 일각에선 이번 니자르 사망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었다는 정보를 미국이 캐나다에 흘려줬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캐나다 CBC 방송은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로 구성된 정보 동맹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이 캐나다 주재 인도 외교관들의 자세한 대화 내용을 포함한 사건 관련 정보를 파악해 캐나다에 제공해줬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같은 보도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초국가적 탄압으로 보이는 어떤 사례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책임 소재를 확인하고 싶다. 수사가 진행돼 결과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인도 친구들이 그 조사에 협조해주길 바란다"며 캐나다의 입장을 다소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도 모디 총리의 직접적 비판은 자제하는 '줄타기 외교'를 벌였다.

캐나다는 이같은 미국의 입장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영국 BBC는 "트뤼도 정권은 미국 영국 등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섭섭함을 느끼고 있따"면서 "인도는 캐나다 대비 인구가 35배 큰 나라이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힘'이 우선하는 국제 정세의 냉혹한 현실엔 변함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 "美, 캐나다-인도 양국의 외교전 덫에 빠질 수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G20 정상회담에 참석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뒤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를 긴밀한 파트너로 끌어들이려 구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군사 충돌 이후 '중국 지우기'를 강도높게 시행중에 있다. 인도는 최근 중국 자동차 업체 비야디의 10억 달러 투자도 거부했으며 중국 어플인 틱톡, 위챗, 바이두 등 200여 개의 앱을 사용금지 시켰다. 미국은 이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인도와 양국관계 개선 모색을 위해 긴밀한 대화에 나섰다.

NYT는 "미국 정부는 캐나다와 인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미 정보기관의 개입설이 사실로 들어나면 인도는 미국의 중국 견제 전선에 소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인도를 더 긴밀한 파트너로 끌어들이려 구애하고 있는 미국이 캐나다와 인도 양국의 외교전이란 덫에 빠질 위기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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