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하마스의 오랜 동지였던 이란은 정말 이번 공격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을까?
[월드 프리즘] 하마스의 오랜 동지였던 이란은 정말 이번 공격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을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0.11 05:04
  • 수정 2023.10.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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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폭삭 주저앉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건물 [사진 =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폭삭 주저앉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건물 [사진 = 연합뉴스]

8일(현지 시각) 美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그밖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 소속 익명의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은 지난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회의를 열고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데 이란이 개입했다는 구체적 보도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10일(현지 시각) CNN방송은 이란의 개입 가능성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전례 없는 규모로 감행된 하마스의 이번 이스라엘 침공은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마스 전사들은 육지와 바다뿐만 아니라 공중을 통해서도 이스라엘의 첨단 방어망을 압도하는 공격을 펼쳐 이스라엘 군인과 시민을 포함해 900명 이상을 살해했다.

이러다 보니 하마스 홀로 이런 공격을 감행할 수 없다는 추측이 일면서 하마스를 오랫동안 후원해온 이란이 배후 세력으로 의심받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하마스의 이번 작전을 추켜세우면서도 자신들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자발적으로 감행된 이번 공격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정당한 이익에 확고하게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관련해서 미국의 조나단 파이너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월요일 미국은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광범위하게 연루됐다”고 믿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러한 공격과 이란을 연결하는 “직접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거듭 밝혔다.

파이너는 ABC 방송에 출연해 하마스에 대한 이란의 무기, 군사 훈련 및 재정적 지원을 지적하며 “이란이 수십 년 전부터 하마스를 지원해 온 것을 근거로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이번 공격에 이란이 넓은 의미에서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확보하지 않은 것은 지난 며칠 동안의 기습 공격에 대한 명령 또는 계획에 이란이 개입했다는 직접적인 증거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해서 면밀히 살펴볼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나 이란과 하마스 및 이슬람 무장 조직인 ‘이슬라믹 지하드(Islamic Jihad)’와의 관계가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입증되어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의 ‘이슬라믹 지하드’는 테헤란과 오랫동안 공개적으로 동맹 관계를 유지해 왔다. 팔레스타인의 ‘이슬라믹 지하드’는 하마스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중해 연안에서 상당한 전투력을 발휘하는 가자지구 내의 무장단체이다.

반면 하마스는 이란과 좀 더 모호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시리아 내전 당시 이란이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자 이란에 등을 돌린 바가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하마스는 이란과 잘 지내는 쪽으로 선회했고, 이란 및 이란의 준군사 동맹들과 군사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하마스를 연간 약 1억 달러까지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2021년 미 국무부는 하마스가 이란으로부터 자금, 무기, 군사 훈련을 받고 걸프만 아랍 국가들에서 일부 자금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란의 준군사 동맹인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Hezbollah)’는 팔레스타인 이슬람 단체들과의 철통같은 공조를 줄곧 자랑해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방 국가와 일부 아랍 국가들은 헤즈볼라, 하마스, 이슬라믹 지하드를 테러 단체로 간주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본부를 둔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선임 연구원인 코비 마이클은 이란이 “이스라엘 사회와 이스라엘군의 진을 빼기 위해 이 지역이 실제로 전쟁 중임을 보여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전략과 하마스 전략의 공통분모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란은 하마스의 자산이고 하마스는 이란의 자산인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기습 공격이 감행되기 불과 한 달 전,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 살레 알 아루리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 수장 지아드 알 나할라가 헤즈볼라 사무총장 하산 나스랄라와 함께 베이루트에서 사진에 찍혔다.

여기에 지난 4월 하마스의 고위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나스랄라와 만남을 갖기 위해 레바논 수도를 방문했다. 봉쇄된 가자지구에 갇혀있다시피 한 하니예가 어떻게 레바논으로 여행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도 불분명하다.

최근 방송 연설에서 나스랄라는 헤즈볼라의 전략적 목표와 팔레스타인 무장 파트너들의 목표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동맹 결속을 입증하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교전 수칙을 확대하겠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엄밀히 말하면 전쟁상태에 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레바논 남부에 거점을 두고 있다. 2006년에는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발발해 레바논에서 1,100명 이상, 이스라엘에서 200명 이상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 이후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사이에 전투는 거의 없지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영토를 공격할 경우에 한해 자신들이 축적한 미사일과 로켓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겠다고 반복적으로 경고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몇 달 사이 나스랄라 사무총장은 이스라엘 군대가 “예루살렘의 기독교 및 이슬람 성지”를 공격할 경우 팔레스타인을 대신해 개입하겠다고 태도를 바꾸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정밀 유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나스랄라는 전쟁이 벌어질 경우 헤즈볼라는 “10만 명의 예비군”을 소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서 팔레스타인·헤즈볼라 깃발 든 남성 : 9일(현지 시각)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 마을 카프르 킬라에서 한 남성이 팔레스타인과 헤즈볼라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북부로 침투한 무장대원 다수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레바논서 팔레스타인·헤즈볼라 깃발 든 남성 : 9일(현지 시각)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 마을 카프르 킬라에서 한 남성이 팔레스타인과 헤즈볼라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북부로 침투한 무장대원 다수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진화하는 동맹

하마스와 이란이 항상 서로 뜻을 같이 한 것은 아니다. 시리아 내전에서 주로 이슬람 소수파인 알라위파(Alawite)와 시아파로 구성된 아사드 대통령 세력은 광범위한 무슬림 분파인 수니파와 싸웠다. 하마스는 수니파로 구성된 반면 이란의 이른바 저항의 축은 주로 시아파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균열은 수년 동안 지속되다가 시리아가 최근 몇 년 사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 강대국들과 관계를 정상화하기 시작하면서 봉합되기 시작했다. 이라크, 예멘, 시리아를 휩쓸었던 거의 10년간의 시아파-수니파 대리전이 막을 내리자 이란의 정예군인 혁명수비대는 이제 이스라엘로 총구를 옮기고 있다.

테헤란과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 간의 동맹은 이란 혁명수비대 전략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한 내용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모두 이란의 역할에 대해 묻지만, 우리는 모릅니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중동 연구소(Middle East Institute)의 칼레드 엘긴디 선임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연구소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이란은 재정적, 물질적, 정치적으로 분명히 하마스의 지지자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란이 이번 작전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합니다. 특히 이스라엘과 그 동맹국들이 이번 공격과 이란과의 연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포착됐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란이 이번 하마스 작전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란과 레바논에 있는 이란의 준군사 동맹들이 이번 공격에 도움을 주었다면 전쟁이 계속되면서 이란의 개입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과 이란의 축이 점점 더 견고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이는 이 지역을 위기로 몰아가기에 충분하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55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한 남부 가자지구와 그 주변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한편에서 이스라엘은 이란의 가장 강력한 파트너인 헤즈볼라가 이 전쟁에 참여해 극적인 변화가 초래되지 않도록 북부 국경에 병력을 보강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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