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탈영을 권하는 러시아 탈영병들
[우크라 줌인]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탈영을 권하는 러시아 탈영병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0.30 05:41
  • 수정 2023.10.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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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동구 항구도시 마리우폴 지역의 한 거리에 만들어진 무덤 [사진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동구 항구도시 마리우폴 지역의 한 거리에 만들어진 무덤 [사진 = 연합뉴스]

<가디언>지는 28일(현지 시각) 제3국으로 탈주한 러시아군 탈영병들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 인터뷰에서 인접국 아르메니아로 탈주한 탈영병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했던 자신들의 과오를 뉘우치며 남은 전우들도 자신들처럼 러시아군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군에서 탈주한 아르툠은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 ​​중심부에 위치한 은밀한 지하 스튜디오에 앉아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 전선에서의 활동을 후회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러시아군의 소대장이었던 아르툠은 참호에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근무지를 이탈해 아르메니아 수도로 탈주했다.

“나는 이 전쟁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우리 통치자의 제국주의적 야욕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크라이나에게 미안함을 느낍니다. 더 일찍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듭니다. ... 참전에 저항해야 했지만, 그 후과가 두려웠습니다.”

아르툠은 신분 노출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성만은 공개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그는 지난 20개월 사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러시아군 탈영병 중 한 명이다.

남부 시베리아의 작은 도시 출신인 아르툠은 “군인이 멋있어 보여서” 10대 때 러시아군 기숙학교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그는 3년 계약을 맺고 입대했지만 이내 군 생활에 환멸을 느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국경 부근에서 신병 교관으로 배치됐다.

그러다가 러시아의 공세가 활력을 잃자 크렘린이 대규모 동원령을 발표하면서 그는 전투원으로 참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나는 지휘관들에게 사람을 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나를 위협하면서도 내 처지를 이해해 주었습니다.”

아르툠은 통신 소대의 소대장이 되었다. 그는 전투에서 우크라이나인을 살해한 사실을 부인했으며, 전쟁 포로와 민간인 살해와 같은 전쟁 범죄에 참여하거나 목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전투에 참가한 사실에 대해서는 죄책감을 토로했다.

그가 러시아군에 있을 때 동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으면 그들은 그를 제지하며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다. 너는 반역을 저지를 생각인가?”라고 비난하곤 했다고 한다.

“변명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나는 러시아군에 이익이 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그러나 임무 내내 군대를 벗어날 생각만 했습니다.”

탈영과 항복은 러시아군에서는 중대범죄이며, 아르툠은 상관들로부터 근무지를 이탈할 경우 영창에 보내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그는 또한 전투를 거부한 뒤 우크라이나 동부의 지하실 감옥에 갇혀 있는 러시아 군인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이는 독립적인 러시아 언론 매체들에 의해서도 확인된 소문이다.

절호의 기회는 아르툠에게 며칠간의 휴가가 주어졌을 때 찾아왔다. 그는 그때를 이용해 러시아 반전 단체의 도움을 받아 탈주하기로 결심했다. 

“그들이 내가 없어진 것을 인지하기까지 2~3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후 러시아군은 그를 군사재판에 회부했다.

아르툠은 제3국을 거쳐 아르메니아에 도착했다. 조지아 및 카자흐스탄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인은 비자 없이 아르메니아에 입국할 수 있으며, 러시아군 탈영병들의 첫 번째 목적지는 이 세 국가가 일반적이다.

또 다른 탈영병 알렉세이는 <가디언>이 예레반에서 만난 두 번째 탈영병이었다. 그는 “여기 거리에서 마주치는 러시아인들을 보면 저 사람도 탈영병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대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요.”

정규병이었던 아르툠과 달리 알렉세이는 2022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으로 소집됐다.

“징집영장을 받았을 때의 충격은 발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또한 익명을 요구한 알렉세이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우리는 전쟁 기계의 먹잇감이 될 뿐이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습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징집병들이 열악한 장비와 기초 훈련을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 “군복을 포함해 물품들을 우리 돈으로 구입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지역 병원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게 체포되어 끌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지역 병원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게 체포되어 끌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때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통신부대에 배치된 알렉세이는 ‘불법 침략’의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택시 운전사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우크라이나가 이길 것”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놀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들었던 우크라이나 나치에 대한 이야기나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은 모두 공허한 핑계일 뿐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시작하고 사상자가 늘어나면서 여름 동안 알렉세이 부대의 분위기는 험악해졌다고 한다. 

“낮에 우크라이나가 우리 위치에 포를 쏟아부어서 진지에서 머리를 내밀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밤에도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알렉세이는 자신이 틀렸다고 깨달은 다음부터 매일같이 찾아온 죄책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저는 전우들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저의 실수로 그들이 죽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통신선을 깔면서 내가 간접적으로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동료 병사들이 술에 취해 난투극을 벌이는 것을 목격했으며, 그중 일부는 치명적인 총격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군인들은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전쟁에 열광했던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겁니다.”

알렉세이는 짧은 휴가를 얻은 뒤 러시아로 귀국한 뒤 아르툠과 같은 탈출 경로를 이용해 지난달 예레반에 도착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거의 5만 명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 젊은 남성의 주요 사망 원인이었다.

“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다리를 잃어버리거나 관 속에 누워 귀국할 수 있음을 금방 깨달았습니다.”

알렉세이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로서 두 탈영병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아르툠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막연하게만 알고 있습니다. 서방 국가에서 난민 허가를 받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아르메니아가 러시아와 가깝기 때문에 아르메니아에 계속 머무르는 것에 불안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럽에 망명을 신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방 세계는 군 복무나 전투를 피해 도망친 남성들의 망명 신청을 처리하기 위한 통일된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일부 서방 및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 병사들에게 난민 지위를 제공함으로써 전범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는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은 도주하지 말고 “푸틴 대통령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 군인들이 탈영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러시아의 군사력을 떨어뜨리고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보장하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낙하산병 출신 파벨 필라티예프와 공병 출신 니키타 치브린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을 탈출해 각각 프랑스와 스페인에 망명 신청서를 낸 뒤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아르튬이 러시아군의 전우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간결했다. 

“나는 지금 최전선에 있는 모든 러시아군들에게 말합니다. 여러분, 이 범죄적인 전쟁에 참여하지 마세요. 이 전쟁은 부끄러운 전쟁입니다. 탈출구는 항상 열려있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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