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미국의 마지막 등대지기
[월드 프리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미국의 마지막 등대지기
  • 유진 기자
  • 승인 2024.01.08 05:30
  • 수정 2024.01.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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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전통 의상을 입은 등대지기 샐리 스노우맨이 ‘보스턴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ATI]
지난 2007년 전통 의상을 입은 등대지기 샐리 스노우맨이 ‘보스턴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ATI]

샐리 스노우맨은 지난 20년 동안 보스턴 리틀브루서터 섬의 등대지기로 ‘보스턴 등대(Boston Light Beacon)’를 지켜왔다. 그녀가 삶의 뿌리를 내린 이곳 리틀브루스터 섬은 축구장 한 개 면적 크기의 작은 돌섬이지만 할 일들이 적지 않았다. 그녀의 주된 임무는 27미터 높이로 우뚝 서 있는 등대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등대는 자동화됐지만, 시설물을 점검하고 관광객도 맞이해야 했고, 섬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도 관리해야 했다. 그녀는 ‘보스턴 등대’의 70번째 등대지기였고, 그녀 이전의 등대 관리원 69명은 모두 남자였다.

300년 넘는 세월 동안 보스턴의 리틀브루스터 섬을 지키면서 70명의 등대지기들이 거쳐간 ‘보스턴 등대’는 그동안 선박들의 길잡이 노릇을 성실히 수행해왔다. 이 ‘보스턴 등대’가 민간의 손에 넘어가면서 마지막 등대지기인 샐리 스노우맨도 등대지기 자리를 내놓게 되었다고, 7일(현지 시각) <CBS뉴스>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2003년부터 ‘보스턴 등대’를 지키고 있는 스노우맨은 <CBS뉴스>에 “많이 그리울 겁니다.”라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스노우맨은 공식적으로 지난해 말 ‘보스턴 등대’의 등대지기 직에서 물러났다. ‘보스턴 등대’는 전국의 다른 등대들과 마찬가지로 효용을 점차 잃어가면서 관리 주체인 ‘해안경비대’가 이를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스노우맨이 ‘보스턴 등대’의 등대지기로 일을 한 기간은 21년이지만, 이 등대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그녀는 소녀 시절 처음으로 역사적인 ‘보스턴 등대’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보스턴 등대’와의 첫 만남은 10살 때였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들려주었다.

“나는 해변에서 등대 불빛을 바라보며 ‘아빠, 어른이 되면 여기서 결혼하고 싶어요.’라고 말했고, 실제로 1994년 그 꿈을 실현했습니다.”

그날 이후 스노우맨은 등대지기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2003년 그녀는 마침내 ‘보스턴 등대’의 70번째 등대지기가 되면서 그 꿈을 이루었다.

“이곳은 일종의 형이상학적 공간입니다.”

그녀는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영혼과 세포들 사이에서 희망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느꼈고, 그 희망이 결실을 맺었습니다. 동화가 현실이 된 것 같았습니다.”

<CBS뉴스>에 따르면 스노우맨은 처음에는 1년 중 6개월 동안을 브루스터 섬에 기거하면서 등대의 기계 장비를 관리하는 등 돌보았고, 그녀의 남편 제이는 주말에만 이 섬에 합류했다고 한다. ‘보스턴 등대’는 등대 빛과 안개 경고 경적을 통해 꾸준히 선박 항해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오늘날에는 이 기능들이 다 자동화되어 있다.

스노우맨은 등대 꼭대기에 앉아 360도 펼쳐진 파노라마를 감상하면서 보통 직업에서는 누릴 수 없는 낭만적 호사를 누렸다.

‘보스턴 등대(Boston Light Beacon)’ [사진 = CBS]
‘보스턴 등대(Boston Light Beacon)’ [사진 = CBS]

“광활한 우주, 일출, 일몰을 보는 것은 경이로운 일입니다.”

스노우맨은 NPR에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있어서 등대와 브루스터 섬은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바다와 하늘과 구름 또한 어디에도 비길 수 없는 귀한 보물입니다. 어떤 때는 천국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스노우맨은 그동안 ‘보스턴 등대’와 관련해서 책도 3권이나 펴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모든 일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스노우맨은 2018년에 등대에서의 생활을 중단하면서 2023년 말이면 은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북아메리카의 첫 번째 등대로 1716년에 처음 건설된 ‘보스턴 등대’는 미국의 다른 등대들의 운명과 함께 미국 해안경비대에 의해 매각될 예정이다.

‘보스턴 등대’의 새로운 주인은 이 등대를 잘 보존해야 하며, 스노우맨은 꿈의 직장에서 물러나서 안타까움이 크지만, 이 등대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계속 지켜볼 예정이다.

“우리 부부 사이에는 아이가 없습니다.”

스노우맨은 NPR에 이렇게 말했다. 

“대신 우리에겐 등대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등대의 미래를 자식을 대학에 보내는 심정으로 지켜볼 겁니다. 자식이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알아내도록 놔주는 것과 같습니다. ‘보스턴 등대’의 미래가 자못 궁금합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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