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필현의 시선] OCI와 통합 ‘신의 한 수’ 되려면
[조필현의 시선] OCI와 통합 ‘신의 한 수’ 되려면
  • 조필현 기자
  • 승인 2024.01.18 10:30
  • 수정 2024.01.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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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제약산업 부장
의료·제약산업 부장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회장은 2020년 8월 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한다. 향년 80세였다. 기자는 그의 생전 2016년 1월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강조한 발언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저 유럽 가운데 있는 조그만 나라 스위스처럼 대한민국이 제약 강국이 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라는 당시 76세 노익장의 자신감 넘친 언사였다. 임 회장은 생전에 신약개발 R&D 선구자였다. 연 총매출액 대비 20%대를 R&D에 투자했다. 당시 토종 제약사 가운데 R&D 비율 20%대는 한미약품이 유일했다. 이러한 R&D 투자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노바티스, MSD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의 R&D 소신은 사후 제품 경쟁력으로 확인된다. 한미약품 내에서 처방 의약품 매출 100억 원이 넘는 품목은 모두 20개다. 6년 연속 국내 원외 처방 매출 1위도 기록했다. 작년 원외 처방 매출은 9,29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 성장한 수치다. 

임 회장 사후 4년여 만에 한미약품이 또 한 번 반전 카드를 꺼냈다. R&D 투자 이어 이번에는 ‘통합’이다. 동양제철화학 모태인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통합에 나선다. OCI홀딩스가 7,703억 원을 투입해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사기로 했다. 한미약품은 통합 배경에 “10년 이상 막대한 자금의 투자가 전제돼야 하는 신약개발의 경우 이번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냄으로써 보다 강력한 R&D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OCI그룹은 5조 원 규모의 회사로 한미의 글로벌 진출에 도약을 마련한 셈”이라며 “기존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국제 경쟁력과 더불어 기존에 확보한 헬스케어 분야 경쟁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는 이번 통합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신약개발 R&D 선두 주자였던 한미약품이 이번 통합을 계기로 기존의 경영 형태를 유지하면서 R&D 투자를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인 통합과 M&A는 흔한 일이다. 이번 기회에 R&D 덩치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그룹 통합에 한미약품 내부에서 ‘리스크’가 터져 나온다.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임 사장은 통합 발표 이후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정보·자료를 전달받지 못했다”며 “필요시엔 가처분 신청과 이사회 구성 변경 등 최후의 수단을 동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번 통합을 주도한 어머니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전략기획실장 대 임종윤 사장 간의 미묘한 냉전이 흐르면서 경영권 분쟁 불씨가 도사리고 있다. 고 임성기 회장은 슬하에 2남 1녀를 뒀다. 장남 임종윤, 장녀 임주현, 차남 임종훈 등이다. 이번 통합 절차가 법과 원칙 등 합리적으로 진행한들, 내부로부터 ‘오너 리스크’가 터지면 한미약품 대외 이미지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고 임 회장의 생전 오너 리스크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사후 4년 만의 리스크는 뼈아프게 다가올 것이다. 결국 임 회장 사후, 자식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 될 수 있다. 한미약품그룹 측은 임 사장을 만나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OCI그룹과 통합 무산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 통합이 순조롭게 마무리될지 임종윤 사장의 행보와 발언에 제약업계가 주목하는 모습이다. 

[위키리크스한국=조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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